靑山雲水隔(청산운수격) 푸른 산은 구름과 물로 막혀있고 此地是吾家(차지시오가) 이 땅은 나의 집일세 終日餐雲液(종일찬운액) 종일 구름의 진액을 먹고 淸晨啜落霞(청신철낙하) 맑은 새벽에는 떨어지는 노을을 맛보네. 琴彈碧玉調(금탄벽옥조) 거문고로 벽옥 같은 가락을 타고 爐煉百朱砂(노련백주사) 노에서는 백주사를 단련하네. 寶鼎存金虎(보정존금호) 보배 솥에는 황금 호랑이가 있고 芝田養白鴉(지전양백아) 지초 밭에서는 하얀 까마귀를 기르네. 一瓢藏造化(일표장조화) 표주박 하나에 조화가 감춰져 있고 三尺斬妖邪(삼척참요사) 석자 검으로 요사한 것들을 베노라. 解造逡巡酒(해조준순주) 준순주를 즉석에서 만들고 能開頃刻花(능개경각화) 능히 순간에 꽃을 피울 수 있네. 有人能學我(유인능학아) 나를 따라 배우는 사람이 있다면 共同看仙葩(공동간선파) 함께 신선의 꽃송이를 볼지니.
한유는 조카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도를 주장하는 시를 읊자 화가 치밀었다.
“너는 거의 미치광이 처럼 생활을 하면서 어찌 이런 요망한 말로 사람들을 현혹하려 하느냐?”
한유가 한상자를 불신하며 꾸짖자 손님들도 의아스럽게 생각하였다.
한 손님이 말하였다.
“ 조카가 큰 소리를 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요. 시(詩) 중 ‘해조준순주(解造逡巡酒), 능개경각화(能開頃刻花)’이라고 했으니 술을 만들고 부분을 보더니 한번 시험해 봅시다.”
한유는 한상자가 허풍을 떤 것이 드러날까 두려워 어쩔줄을 몰라했다. 그러나 한상자는 태연하게 dt으면서 말하였다.
“그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런 것은 사소한 술법에 지나지 않고 진정한 대도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말씀한대로 술을 만들어 숙부님의 생신을 축하하고 꽃을 피워 올려서 여러분을 기쁘게 하겠습니다.”
이 말을 들은 한유는 당황하여 말을 더듬었다.
“너는 , 너는 어쩌려고 그런 허풍을......”
한상자는 천천히 몸을 움직여 빈항아리를 들고 왔다. 빈 항아리의 뚜껑을 덮고 주문을 외기 시작하였다. 그러고 나서 항아리를 열었더니 그윽한 솔향기가 퍼져나갔다. 사람들은 박수를 치면서 술맛을 보기 시작하였다. 술을 퍼내어도 다시 채워져서 줄어들지 않았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한유는 어안이 벙벙하여 가만히 있다가 술을 맛보았다. 과연 그 맛은 일찍이 맛본 적이 없는 훌륭한 맛이었다.
“여러분, 오늘 빈도가 권하는 술은 흔히 구할 수 있는 이 세상의 술이 아닙니다. 신선들이 사는 곳의 옥액(玉液)이므로 한 잔만 마셔도 수명이 연장되고 평생의 고질병도 사라질 것입니다.”
한상자의 말에 모두 기뻐하면서 술을 흠뻑 취하도록 마셨다.
손님들이 한유에게 자신들이 가진 고질병이 나았다고 말하면서 기쁨을 표시하였다.
“한대인, 당신의 조카는 진실로 도를 갖춘 신선이 분명합니다. 한잔의 선주(仙酒)로 소제의 반평생 고질병이 즉각 다 없어졌습니다. 가슴이 결리고 기침을 하던 내가 이렇게 낭랑하게 말을 할 수 있으니 이 어찌 신선의 묘도(妙道)가 아니겠습니까?”
한유는 손님들이 기뻐하니 멋쩍게 웃었다. 한상자를 쳐다보니 태연하고 담담하였다. 한유는 처음으로 한상자를 대견하게 쳐다보았다.
한유도 원래 나이가 들어가면서 몸이 점점 쇠약해지고 눈이 맑지 못하고 침침하였으며 말도 잘 들리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술을 마시자 몸이 가뿐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 그러면 이번에는 꽃을 피워 올리겠습니다. 서왕모의 정원의 꽃을 잠시 빌려오도록 하겠습니다. 서왕모의 정원으로 가려면 구름을 타고 가면 5년이 걸리고, 보통사람이 걸어서 가면 3천년 걸립니다. 도의 세계에서는 다만 문의 밖과 안처럼 짧은 거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한상자는 설명을 마치고 뜰로 나갔다. 한상자가 공중을 향하여 꽃이여 하고 외치자 새 소리와 함께 수천마리의 백학이 날아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 학들은 갖가지의 기화요초를 입에 물고 있었다.
“이것은 서왕모의 각별한 배려로 서왕모의 선학들이 꽃을 가져온 것입니다.”
선학들은 지상으로 내려오자 아름다운 동자로 변하였다. 날렵한 움직임과 다정한 미소는 모든 사람들을 즐겁게 하였다. 은은한 향과 서기가 어린 분위기에서 꽃을 보면서 모두들 한 순간이나마 선계에 빠져든 것 같은 기분을 즐겼다. 잔치가 끝나자 동자들은 꽃을 물고 모두들 다시 선학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니 흔적도 없었다.
한유는 그 일이 있은 후에 전과 달리 한상자에게 선도의 구결을 듣고 익히기 시작하였다. 토납을 살피는 법을 배우고 숨을 내쉬고 들이 마시기를 하루 종일 하라고 하자 싫증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래도 지난번에 모두들 취하여서 환상을 보았던 것 같구나. 어찌 숨을 내시고 몸속의 빛을 돌려 금강불괴의 몸이 된단 말이냐? 아무래도 헛것에 내가 취한 것 같구나.”
한유의 말을 듣고서 한상자는 잠시 손가락을 이리 저리 움직여 수를 헤아리더니 잠시 생각을 하는 듯이 눈을 감았다.
“숙부님, 지난 일을 의심하니 제가 저 뜰의 목단 꽃의 색을 바꾸어 보겠습니다.”
한유가 수염을 쓸어내리면서 한상자의 거동을 살피고 있었다. 그는 얼른 뜰로 내려가더니 품속에서 작은 병을 꺼내어 흰목단꽃 뿌리 밑에 병속의 액체를 부어 넣었다. 그것은 노란색의 용액으로 목단 꽃의 뿌리로 부어넣자 향냄새가 은은하게 퍼졌다. 한상자는 한유에게 웃으면서 말하였다.
“내년 봄에 이 목단꽃이 다시 필 때는 푸른색 꽃이 필 것입니다.” 한유는 당장 목단 꽃이 피어오르는 것이 아니고 일 년이 지나야 한다는 말을 듣고 코웃음을 쳤다. 내년이 되어야만 한상자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판명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한상자가 궁지에 몰리자 위기를 모면하려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였다. 군자는 사람을 궁지에 몰지 않는다고 했기에 한유는 그저 웃음으로 넘어갔다.
그 시기에 당 헌종은 불교에 심취하여 있었다. 그는 사신을 파견하여 부처의 진신사리를 들여오게 하고 불경을 번역하게 하였다. 천축국으로부터 부처의 진신사리가 장안에 도착하자 헌종이 어전 누각에 직접 올라가 의식에 참관하고 일반 백성들도 경축 행사에 참가하게 하는 등 성대한 행사가 이어졌다. 헌종이 이렇게 하자 유학자들의 반발이 거세었는데 한유도 불교를 숭배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상소를 올렸다가 황제의 노여움을 샀다. 헌종은 화가 나서 한유를 조주(潮州)자사로 강등시켜 보내면서 근신하도록 하였다. 한유가 귀양길을 가는 심정으로 상산(商山)에 도착했을 때 날씨가 좋지 않아서 먹장구름이 사방에서 일어나더니 눈발이 흩날렸다. 한유는 말의 갈기를 후려치며 길을 재촉하였으나 길을 잃어 곤경에 처하였다. 눈은 점점 더 쌓여가고 앞길을 알 수 없어 한유는 죽음이 임박했다고 생각하고 탄식하였다. 그때 누군가가 앞에서 나타났다.
“숙부님, 제가 도우러 왔습니다. 걱정을 하지 마십시오.”
한유는 눈을 의심하였으나 그는 분명히 한상자 이었다. 서로 인사말과 덕담을 난고 한상자가 말고삐를 쥐고 길을 인도하였다. 그가 앞서 걷기 시작하자 주위의 바람이 그치고 눈도 고요히 내리기 시작했다. 말위에 앉아서 보니 세상은 그저 아름답기만 하였다.
“ 조금 전에 두렵던 산수가 지금은 그저 아름다울 뿐이로구나.”
한유의 말에 한상자는 그저 빙긋이 웃음을 보였을 뿐이었다. 한상자는 한유를 남관(藍關)역참으로 인도하여 그날 밤을 지내게 하였다. 다음날 눈이 그치자 정주까지 같이 간후에 한상자는 한유에게 이별을 고하였다.
“숙부님! 저의 스승님께서 현호(玄扈) 의제봉(倚帝峰)에 가려고 지금 기다리고 계십니다. 저는 여기서 헤어져야 하겠습니다.”
한유는 아쉬워하면서 한상자와 이별을 하였다.
한유는 그해 봄에 집에서 보낸 편지를 받았는데 집 마당의 목단 꽃이 기이하게도 파란색으로 피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한유는 한상자가 이미 신선의 반열에 올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때 한유는 속세의 부귀영화가 부질없다는 것을 깨닫고 한상자의 가르침대로 토납을 살피며 방안에 들어 앉아 나무토막처럼 하루 종일 꼼짝하지 않는 날이 많아졌다. 이는 예전의 한상자의 기행과 흡사했다.
한유가 열심히 정진하고 있을 때 두 선인이 나타났는데 그들은 종리권과 여동빈이었다. 10여 년간 정진하여 마침내 한유도 신선의 반열에 올랐다.
이언수가 한상자의 이야기를 마쳐서 차를 한 잔 같이 마시고 있을때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여기 이언수선생님이 계신지요?”
김수길이 찻잔을 내려놓고 얼른 밖으로 나갔다.
“맞습니다. 선생님이 안에 계시니 들어 가시면 뵐 수 있습니다.”
한복을 입고 머리를 단정하게하고 비녀를 꽂은 중년의 여인이 들어와서 이언수에게 목례를 올렸다. 이언수도 가볍게 맞절을 하고 자리를 권했다.
“제가 선생님에게 도움을 청하고자 온 것은 제게 붙어 있는 뱀신을 떼어달라는 부탁을 하러 온 것입니다. 저의 조상들은 대대로 뱀신을 모셔왔지요. 옛날에 어부였던 고조할아버지가 풍랑을 맞아 배에 뚫린 구멍 때문에 배가 가라 앉을 상황에서 배에 있던 큰 구렁이가 똬리를 틀어 구멍을 막아 모두가 목숨을 건졌답니다. 그 후에 뱀이 할아버지를 쫓아서 집으로 들어오자 뒤뜰에 짚으로 집을 만들어 모셨답니다. 그 덕에 집안이 대대로 부유하게 되었는데 제가 기독교를 믿는 남편을 만나서 결혼하게 되자 뱀신앙을 버렸습니다. 그런데 여러 가지 안 좋은 일들이 일어나고 제가 건강이 안 좋게 되어 계속 앓아왔습니다.”
이언수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김수길도 군대에서 뱀을 구워먹던 동료들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 모시는 신들을 구워먹은 셈이었다.
“지금은 어디가 불편하지요?”
이언수가 질문했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잠이 들면 하얀 구렁이가 목에 감기는 꿈에 놀라서 깨니 체중이 줄고 항상 쇠약하여 어떤 때는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이언수는 골똘히 생각하더니 나무베개를 주고 베고 누우라고 하였다. 그 여인은 잠시 망설이더니 베개를 베고 누웠다. 이언수는 그녀의 목뼈를 우드득 소리가 나게 좌우로 비틀었다가 오른쪽 어깨를 하늘로 향하게 하여 잠을 자게 하였다.
“이 베개는 천년된 향나무로 만든 여의침이라 하오. 이 베개를 베고 누우면 사기가 사라진다는 보물이오. 특히 천년 묵은 뱀귀신도 이 베개를 베고 누우면 물리친다고 했으니 한숨 푹 자고 나면 모든 것이 좋아질 거요.”
이언수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그녀가 나지막이 코를 고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가 깊은 잠에 빠지자 김수길은 의아스럽게 생각하던 점을 이언수에게 질문하였다.
“이 사람은 어디가 이상이 있어서 그런 고통을 당한 겁니까?”
이언수는 코를 골며 단잠을 자는 그녀를 보면서 대답하였다.
“뇌신경계가 온전하지 못한 이유지. 몸이 비틀려서 원활한 혈액순환을 할 수가 없어서 망상이 보인거야. 지금 그녀는 완전히 바른 자세가 되었고 몸의 자연 치유력이 그녀의 이상을 바로 잡을 거야. 아마 대여섯 시간 자고 일어나면 모든 것이 다 좋아질걸.”
차를 다시 마시면서 이언수는 자신의 생각의 변화에 대하여 말하였다. 그는 젊어서는 완전한 물질계의 세계만을 믿었고 눈에 보이지 않는 기라든가 귀신이라든가 하는 것에 대하여 믿지 않았었는데 점 점 그런 존재를 인정하게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아주머닝게 여의침이니 뭐니 하면서 신비한 힘으로 뱀신을 물리쳤다는 신뢰를 주려고 하는 것도 기나 인간의 신념이 물질적인 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하였다. 김수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잠에서 깨어나자 다른 사람처럼 변하였다. 피부가 윤기있고 밝게 보였으며 생기가 돌고 있었다.
“도사님, 정말 고맙습니다. 신통하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대단하군요. 죽다가 살아난 기분입니다.”
이언수가 수염을 쓸어내리면서 웃었다.
“다시는 뱀신이 나타나지 않을 거요.”
그녀가 거듭 고맙다고 하면서 돌아가자 이언수는 김수길에게 팔선중에서 유일한 여선인 하선고에 대하여 내일 이야기를 하겠다고 하며 작별을 고하였다.
팔선 중의 유일한 여인인 하선고는 원래 옥황상제의 사화녀(司花女)였는데 과오를 범하여 인간의 태중으로 떨어져서 현녀랑랑(玄女娘娘)이 되었다. 그녀는 팔선도에서 보면 연꽃을 들고 있는데 당나라 측천무후 시절에 하태(何泰)의 딸로 태어났는데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귀여워서 사람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하루는 그녀의 꿈에 신선이 나타나서 운모(雲母)를 먹으며 좌선하여 숨을 내쉬고 들이마시는데 정신을 집중하라는 가르침을 받았다. 하선고가 사는 동네의 산에서는 운모가 많이 나왔으며 운모 조각이 시냇물에 떠 다녔다. 그녀는 꿈속의 선인의 가르침대로 매일 운모가 섞인 물을 마시며 좌정하여 단전호흡을 하였다. 그녀가 성장하면서 탈태환골하여 신선의 풍모를 드러내니 기품과 아름다움이 넘쳐흘렀다. 아름다운 피부에 맑은 물과 같은 시원한 느낌을 주는 눈은 보는 사람에게 범상하지 않음을 느끼게 했다. 하선고가 열두 살이 되었을 때 시냇물을 길러 나갔다가 철괴리(鐵拐李)와 남채화(藍采和)를 만났다. 두 거지처럼 보이는 신선은 하선고에게 천선대도의 결을 전해주었다.
뚜럼~
2006-01-28 20:20
^^ 언제면 의선을 스크린으로 만날 수 있을까요?! 영화로 태어나면 좋겠네요^^
김순이
2006-01-29 10:31
야반도주한 젊은 아내 서은선의 내면을 언제 자세히 드려다 보여주세요.
강병철
2006-01-29 18:56
박순동선생님!
김순이선생님!
관심과 격려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여자들의 내면은 제가 자문을 얻어서 나름대로 해석 해야 할 부분입니다. 역량이 모자라서 여인의 마음을 헤아리기 어렵군요. 아마도 엄마이기에 아이의 장래를 위해서 이언수의 아내가 도망가지 않았나 추측할 따름입니다. 모든 여자들이 그렇지는 않지만 어려움에 처한 남자와 고난을 함께하는 여자는 그리 많지 않을 듯 하군요.
양금희
2006-02-01 16:30
흥미롭게 잘 감상했습니다. 복 많이 받으십시오^*^
코스모스
2006-02-01 17:11
서은아는 아이의 장래를 위해서 도망가지는 않은 듯. 건장한 사내와 야반도주 한 것 같은데...
강병철
2006-02-01 19:18
양금희선생님!
코스모스님!
관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실제 있었던 사건을 참고하여 쓴 것이기 때문에 뭐라고 말하기가 어렵군요. 나름대로 해석을 하려고 애쓰지만 왜 여자가 남자를 버리고 도망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른 멋진 남자가 있었을 수도 있겠죠. 기회가 되면 자세히 물어보겠습니다.
강갑순
2006-02-02 22:05
강병철선생님의 작품 앞으로 시간나는 데로 차근차근 살펴보려 합니다. 모두들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듯합니다. 건승하시고 새해 복많이 받으십시요.^*
연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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