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한 관군 몇이서 행패를 부린다. 그들 중 한 명이 소를 끌고 무대를 가로 질러간다. 행색으로 보아 삼별초에 패하여 도망 다니는 잔군이다.
앵두와 당실이 동네 사람들 사이에 숨어서 이들의 행동을 지켜본다.
순돌모:이놈들아. 우리 누렁이를 내 놔.
잔군 1:어허 이 아줌마가 왜 이리 앙탈이야?
순돌모:이 불한당 놈들아. 우리가 무슨 죄 있다고 누렁일 훔쳐가?
잔군 2 : 공출 몰라? 나라 위해 바치는 거지.
순 돌 : (들어오다 이 광경을 보고 모친에게 달려가며) 어무니. 왜 이러세요?
순돌모 : 순돌아. 이놈들이, 이놈들이 누렁이를 빼앗아 갔다. 우린 어떻게 살 거냐. 큰일났다. 순돌아.
잔군 2 : 이것 봐, 어차피 몽고놈들한테 뺐길 건데 왜 말이 많아?
순돌모 : 순돌아 어서 찾아 와. (가리키며) 저쪽으로 갔다. 어서 가 찾아 와.
순 돌 : 알았어요. 어무니.(나간다)
잔군 1 : 몽고군이 들어오면 너희들은 죽은 목숨이야. 목숨보다 소가 아까워?
순돌모 : 이놈들아. 난 삼벨초고 몽고군이고 다 필요 없어. 농사는 어찌 지으라고 누렁일 도둑질해 가나. 이 날도적놈들아. 우리 누렁일 어서 내놓아
잔군 1 : 이 아줌마 입이 너무 거칠군, 이봐 당신들 삼별초 몰라? 목숨이 붙어야 재물이고 축생이고 있는 거야.
잔군 2 : 이봐. 섬무지랭이들이 뭘 알겠어? 상대 말구 어서 가자구.
순돌모 : 그래 차라리 날 죽여라. 이 도적놈들아(잔군1의 다릴 붙잡는다)
잔군 1 : 이것 못 놓겠어?
순돌모 : 누렁일 데려 오기 전에는 절대 못 놓는다. 이놈들아. 삼벨초가 다 뭐야. 우릴 살리려고 온 줄 알았는데 순 도적놈들이구나.
잔군 2 : (칼을 빼들고) 이 아짐씨가 죽으려고 환장했나. 그 다리 놓지 못해.
순돌모 : 못 놓아. 그래, 죽여라. 죽여
잔군 1 : 안되겠어. 어서 찔러 버려.
앵 두 : (보다 못해 달려나오며) 안돼요.
잔군 2 : 이건 또 뭐야?
앵 두 : 당신들이 뭔데 무고한 백성을 함부로 살상하려 하시오?
당 실 : 아씨.
잔군 2 : 네가 뭔데 나서고 지랄이야? 배고파 그러신다 왜? 우리가 이만한 대접도 받을 권리 없어?
앵 두 : 배고프면 개경에다 직접 요구하지 주민들을 왜 괴롭혀?
잔군 1 : 이 난리통에 네 것 내 것이 어디 있어? 섬 년이 뭘 알고 끼어들어야지?
잔군 2 : 그러게 말이야.
당 실 : (만류하며) 아씨, 그냥 가요.
앵 두 : (뿌리치며) 섬 것들은 짠물만 먹고사는 줄 아냐? 오랑캐를 내몰랐더니 죄 없는 사람들은 왜 괴롭혀?
순돌모 : 이놈들아. 느그들 똥창 채우려고 우리가 뼈빠지게 고생하는 줄 알어?
통정과 혁정 들어와 구경한다.
잔군 1 : 이거 말로는 안되겠구만. 끌고 가자.
잔군 2 : 그래, 고년 반반한 게 허리는 잘 돌리겠는 걸.(팔을 나꿔채며) 가자.
당 실 : (나서라) 이놈들아. 우리 아씨가 누군 줄 알고 그래.
잔군 1 : (당실을 밀치며)못생긴 년은 필요 없어.
당 실 : (넘어지며)아이쿠. 아씨
잔군 2 : (잡아당기며)어서 가.
앵 두 : 이거 놔.
잔군 2 : 이년이 어디서 앙탈이야. (때리려고 손을 올리려는 순간, 통정 날쌔게 팔 목을 잡아 뒤로 꺾는다.)
통 정 : 이봐. 술 취했으면 자빠져 주무시지 아녀자한테 웬 행팬가?
잔군 2 :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아이구. 누누구냐?
잔군 1 칼을 빼내 통정에게 덤비려 하자 뒷발 후려치기로 제압한다. 그리고선 잔군2를 땅바닥에 내동댕이친다. 잔군1, 다시 칼을 잡아 덤비려하자 피하며 칼집으로 목을 내리친다. 잔군1 실신한다. 혁정은 쓰러진 잔군2의 등을 발로 밟고서 칼을 겨눈다.
통 정 : 아서라!
혁 정 : 이런 놈들은 동정의 여지도 없습니다.
통 정 : (혁정을 말리며) 어허. 모기 잡자고 칼을 빼지 마라. (잔군 2에게) 너! 이리 와.
잔군 2 : (기어서 오며) 아이구 잘못 했습니다. 목숨만 살려 주십시오.
통 정 : 바로 네놈들이었구나. 삼별초의 이름으로 백성의 재산을 약탈하 자가 있다더니.
혁 정 : 복색을 보아하니 개경서온 잔병들이 맞는 것 같소이다.
잔군 2 : 용서하십시오. 도망 다니다 보니 먹을 것은 없고. 삼별초병사라면 호의를 베푼다기에 그만.
통 정 : 너희는 삼별초의 호국대의를 아느냐?
잔군 2 : 저희가 뭘 알겠습니까? 나라에서 보내니까 왔고, 목숨부지하기 위해 싸운 것 뿐입니다요. 죽어 마땅한 몸입니다만 제발 한번만 살려 주십시오.
순 돌 : (소를 끌고 들어오며) 어무니.
순돌모 : 아이고 우리 누렁이. 이젠 살았다. 잘 했다. 우리 아들. 장하구나.
순 돌 : 사실은 저 장수들이 구해줬어요. 한 손에 그놈들을 굴복시켰거든요.
순돌모 : 아이고 고맙습니다. 누구신지.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통 정 : 우린 나라 지키고 백성들 구하려 왔으니 당연한 일을 한 것뿐입니다.
혁 정 : (주민들에게)여러분 우리 땅은 우리가 지킵시다. 우린 오랑캐의 노예가 될 수 없습니다. 나라를 구하려는 자 항파두리로 오십시오. 여기 김통정 장군님을 중심으로 뭉칩시다.
잔군1 : (깨어서 일어서며) 뭐? 김통정?
잔군2 : 아이고, 장군님 몰라 뵙고 죽을 죄 졌습니다. 목숨만 살려만 주십시오.
순 돌 : (놀라며) 어무니,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김통정 장군님이야.
순돌모 : 아이고 장군님 고맙습니다. 불한당 같은 놈들 다 몰아내어 편안히 살게 해 주십시오.
통 정 : 그래서 저희들이 온 겁니다 (잔군2에게) 항파두리로 오면 먹을 것 얼마든지 있으니 다 오라구 알려라.
잔군2 : 예. 고맙습니다요.
잔군1 : 동료들을 모아서 꼭 가겠습니다요. 김통정 장군 만세.
순 돌 : 삼별초 만세. 김통정 장군 만세.
모여 있던 주민들 ‘김통정 장군 만세’를 외친다. 혁정과 통정 반대편으로 퇴장한다.
앵두 이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앵두 황홀하게 바라보다가 홀린 듯 뒤를 따라 퇴장한
다.
순 돌 : 김통정 장군을 두 눈으로 뵙게 되다니. 이게 꿈이냐 생시냐? 나는 항파두리로 갈 테야. 삼별초 병사가 될 테야.
순돌모 : 인석아. 안 된다. 그런 생각하지도 말어. 싸움 터에 나갔다가 죽으면 난 어찌 되냐? 안되고 말고. 넌 가만있다가 장가들고 손주도 낳아야지.
순 돌 : 어무니. 장군님한테 무술 배워서 유명한 장수되면 예쁜 색시 얻을 수 있어.
순돌모 : 인석아. 괜히 가슴에 바람만 키우지 말고 에미 말대로 해. (누렁이를 끌고 들어가며)어서 들어가자. 누렁이도 배가 고프댄다. 어서 와.
순 돌 : 예. 먼저 들어가세요. (망설이다가 집을 향해 넙죽 엎드려 절을 하고 나서) 어무니, 나도 사내노릇 할 거예요. 힘들어도 조금만 기다리세요. 용감한 장수가 되어 돌아올게요. 미안해요 어무니.
순돌 뛰쳐나가면, 잠시 후 순돌모 나와 순돌이를 찾는다. 소 울음소리 들린다.
순돌모 : 순돌아! 순돌아! 이 녀석이 어디 간 거여? 누렁이가 배고프다는데 쇠죽 끓여 줘야지. 순돌아!
동네를 뒤지며 순돌을 찾는데, 암전 된다.
이철화
2006-03-12 14:27
회장님!
재미있게 잘 감상했습니다.
흥미진진합니다.
김문수
2015-09-05 11:59
강준님의 희곡 잘 보았네요
나오는 등장 인물을 통해 재미를 더한 것 같고 흥미를 더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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