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시는 소설 보다 쉽게 생각을 하였는데 알고보면 사실상 시가 더 어렵게 느껴지었다.막상 버스에서 친구를 만나니 참으로 반가운 일이었다. 어쨌든 나와 친구녀석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고향에 대한 정은 잊지 못하였다. 나는 모정리에서 살았고 내 친구는 용담면 월계리 마을에서 살았다.그는 중학교에 다니면서 문학에 대한 꿈을 키우고 있었다. 그런데 학교에 다닐적만해도 키가 적었던 녀석이 군에 다녀오고 장가를 가더니 많이 얼굴이 달라지었다.버스가 모정리에 도착하는 동안 우리는 긴 시간을 통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차창가로 펼쳐지는 산들의 풍경이며 그리고 흐르는 강물은 변함이 없어 보였다. 맑은 바람 시원한 공기 도로가에 심기워진 숲들이며 산의계곡에 따라 이어지는 도로는 포장한지 얼마 안 되어 말끔해 보였다. 가끔 낚시질을 하는 아이들이나 청년들의 모습도 눈에 뜨였다.
"나같은게 무슨 신춘문예에...."
"그건 사람의 일이란 모르는 일이야.한번 도전해보는 것도 좋은 거야."
"피!~웃기는 소리 하지마."
"아빠! 누구야."
어린 아들녀석이 나한테 물어왔다.나는 아들에게 옆에 앉은 친구에게 아빠 친구라고 소개를 하였다
"아빠 친구라고!"
"그래."
나는 아들이 묻는 말에 답변을 해주었다.그리고는 한참 생각하다가 나에게 아들은 질문을 하였다.친구의 딸을 쳐다보고 손가락으로 가르키면서 친구의 딸 이름이 무어냐고 물어오기도 하였다.나는 친구에게 딸의 이름이 무어냐고 질문을 하였다.
"제화야 너의 딸 이름이 뭐지?"
"나리."
"나리.내가 지은 이름이야."
"니가 지었다구."
"그려."
"신나리."
"그래."
"아저씨 안녕."
"귀엽네."
인사하는 친구의 딸이 너무 귀엽다.똘망똘망 거리는 눈으로 쳐다보면서 인사하는 친구의 딸 어린 내 아들은 친구의 딸의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친구의 부인도 친구가 소개 해주는 바람에 나도 어떨결에 내 아내를 소개 해주었다.친구녀석은 작가이면서도 시인인데 그래도 많이 성장해오기도 하였다. 문학에 대한 열정때문에 전화도 팔고 집도 팔아 넘기었다는 친구의 말도 잊지 않았다.친구녀석은 수염도 많이 자랐고 말씨도 예전과도 같지 않았다.흔들리는 버스안에서 나와 친구는 고향 산천을 바라보면서 긴 여운을 남기었다.
"참 많이 변했구나."
"그러게 말이여."
"이젠 예전과도 같지 않어."
"우리 학교 다닐적에는 그게 아니었는데....지금 도로가 이렇게 아스팥트로 트이지 않고 신작로이었는데 고개를 넘고 재 넘으면서 학교 다니던 시절 기억 안나나.점심시간 때 되면 배가 고프면 점심도 못 되어서 어머니가 싸준 밥 도시락도 빼앗아 먹고 말이야."
"다 지나간 추억이야."
"그 친구녀석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모르겠어."
"다들 시집가고 장가도 가서 아들 딸도 낳겠지.모두 엄마나 아빠가 되었을 걸."
"당신 좋겠네.오랫만에 고향 친구 만나고...."
"으응!"
"문수녀석 만나 사니라고 고생이 많지요."
"뭘요."
"문수녀석 착한 놈입니다.저와 학교 다닐적에는 단짝이었는데....그래도 이렇게 제수씨를 보니 그저 보기 좋네요."
"제화야! 언제 한 번 만나면 막걸리 한 잔이라도 하자."
"너 술 못 마신다며...."
"기왕에 고향 친구 만났으니 막걸리 한잔이라도 마시는게 예의가 아니냐. 모처럼 만난 친구인데 말이야."
"아니.여보 "
"놀라지 말어. 그래도 친구녀석 만나니 좋은 걸, 이 친구 말이야 소설가도 되고 시인이야 중학교때부터 문예부에 들어가서 활동한 녀석인데 문인으로써 활동이 크거든...."
"문수야.쑥스럽쟎아,"
"녀석 쑥 스럽기에는 ...."
"그래도 문수 녀석 타지에 나가더니 많이 변했네요.전에는 여자 친구만 보아도 말을 못했는데 이제 사회에 나가니 말도 늘고 말입니다.그래도 좋은 녀석이지요."
"이해 하소.나리 어머님."
"예,"
"제화 이 녀석 좋지요. 그래도 좋은 녀석입니다.서울이 친정이라 했죠.그러나 서울에서 만나서 시골까지 따라온다는 것은 보기 드문일인데요."
"딸이라 엄마 닮았네요. 아빠는 한 번도 닮지 않고요."
그렇다.딸은 누구든지 나으면 엄마를 닮는다고 하였다.아들은 아빠를 담는다는 말도 있었지만 그래도 친구 딸이나 내 아들의 키는 엇비슷하였다.버스가 움직이는대로 짐가방에 얹어진 선반은 버스의 흔들림에 아랑곳 하지 않고 제자리를 지켜왔다.의자에는 담배를 태우는 노인할아버지도 있었고 어떤 아이는 버스안에서 엄마의 품안에 안기어 잠자고 있었다. 아들은 엄마 치마폭에서 새근 새근 잘도 놀고 있었고 건강한 몸매에 우유 젓병을 빠는 모습도 내게는 소중한 아기였다.방실방실 웃는 모습이며 아내의 환한 모습은 아들에게 더 한 없는 훌륭한 엄마의 역활을 다 하였다.시골집 할머니댁에 가보는 첫 걸음이기도 하였다. 나를 따라서 사는것도 아내는 나에게는 커다란 도움이 되어 주었다.그동안 친구 결혼식때 가보지 못한것이 너무 미안하고 그리고 친구에게 늘 죄짓는것처럼 느끼었다. 나도 나와 아내랑 결혼을 할 때 친구들을 초대 하지 못한게 미안스러웠다.
"문수야."
"왜?"
"너 제수씨께 잘해야 혀.나도 내 아내한테 잘하고 있지만..."
"염려하지 말어.늘 걱정해주어서 고맙다."
"왜?연락도 안했어.연락이라도 닿으면 친구들을 데리고 너의 결혼식장에 나타났는데...그땐 너로부터 연락이 없으니까 서운하더라."
"미안해.나도 그때는 바빠서 연락을 못해줘서,..."
"그래 너의 엄니는 건강하시냐."
"그려."
"아버지도 잘 지내고 언제 한번 너의 집에 들리고 싶구나.너의 집이 모정리라고 혔지."
"응."
이제 버스는 정천을 지나 모곡으로 향하고 있었다.꼬불 꼬불 이어지는 국도를 따라 가면 냇가가 보이고 모곡을 벗어나면 바로 망덕이라는 마을이 나왔다.망덕은 또한 부자들로만 살던 마을로써 거대한 촌락을 이루고 있었다. 바둑판처럼 이어지는 논과 밭들의 들판 그 사이로 이어지는 실날같은 농로가 쭉쭉 뻗어 있었다. 망덕 쪽에서 바라보이는 제덕산 기슭에는 용평리 마을이 자리 잡고 있었다.황토흙 바람이 불어서인지 기워한 느낌을 주었다. 용평리 마을 에서 흘러나오는 물은 망덕개천에서 합류하여 큰 강을 이루고 있는데 금강지역에 해당하고 있었다.금강의 발원지는 무주덕유산으로부터 이어지고 있었다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원래는 진안 마이산으로부터 시작된 곳이기도 하였다,용평리 마을에서 내려다 보면 여의곡 마을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 역시 기름지고 황금 벌판으로 이루고 산마다 병풍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댐 수몰 전에도 모정리의 마을은 엄청나게 컸었다. 강줄기를 따라 망화리로 내려가다보면 강 상류에 자리 잡은 선 바위나 그리고 모정숲들이 울창하게 자라고 있었다. 여름이면 무척시원한 피서지이기도 하였고 사람들의 발길이 없을 때는 진안의 천헤의 자연이었다.망화리는 모정리 여의곡과 그리고 두곡 이란 마을이 있는데 강 건너편에 자리 잡은 마을이 바로 망화리라고 불렀다.교통편이 좋아서 우리 모정리는 망화리와 함께 용담중학교로 재를 넘어 등교 하였데 그 재 이름이 고나미라고 부른다 고나미 재는 진안과 용담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중학시절에는 이 재를 통하여 학교를 다니곤 하였다. 정천면과 용담면의 경계에 해당하는 지역이지만 산새가 우거져서 버스를 타고 지나가는 이들에게는 천연의 자연이요 산새의 보금자리였다.
나는 목적지인 여의곡 마을에서 아내와 아들이랑 버스에서 함께 내리었고 친구 제화는 월계리까지 가야 했다.그간 정으로 느껴지었던 친구녀석 이제는 아쉬웠다.
"다음에 만나자."
"그래."
"때가 되면 연락하고..."
"알았어."
"나리야 안녕."
"아저씨도 안녕,"
"잘가세요.부인."
"예.두 내외분도 건강하세요."
나는 아내와 함께 아들이랑 버스에서 내리었다.여의곡 마을 참 많이 변했다. 나는 아내와 함께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버스는 시골 손님들을 내려놓고 용담쪽으로 사라지었다,내가 살던 마을 이곳이 여의곡이고 내가 살아왔던 산골 마을이었다,변해도 많이 변해있었다.객지에서 생활하다가 보니 세월은 속일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내가 놀던 동산이며 대나무 숲이며 그리고 저 펼쳐진 마을의 풍경이며 모두가 변해 있었다.국도가 나기전 우리 마을을 지나던 길이 신작로가 아니었을까?버스 정류장이며 그리고 마을 앞을 흐르던 개울천도 그대로였다.경노당 앞에는 시원한 정자나무 한 그루가 마을을 지키고 있었고 가끔 노인 할아버지들에게는 하나의 휴식처이기도 하엿다.집앞에 펼쳐진 앞산이며 감자밭이며 밤나무숲도 그대로였다. 그리고 인삼밭으로 둘러 쌓여 마을의 풍경은 운치를 더하였다.버스에서 내리자 밭일을 하고 오시던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들을 보고 반가워 하시는 눈치였다.
<11>
"병수 아니냐?"
"며느리도 이제 오냐."
"네."
"우리 손주녀석도 많이 커부렀네."
"그래 먼데 오느라고 고생 많이 혔다."
"아버지나 어머니도 건강하시었어요."
"그래."
"밭일 다녀오시었어요."
"인삼밭에 들리었다가 오는 길이란다."
"잡풀 뽑으시려구요."
"그래! 올 인삼도 많이 컸어.농약도 자주 하니 잎고병이나 역병이 그리 많이 생기지 않았어."
"인사드려.할머니와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그래.많이 컸네.녀석 똑똑하게 생겼다."
"그래 아들 하나 밖에 안 나았어."
"예."
"하나라도 더 낳지."
"참 어머니도....요즈음 교육비가 얼마나 비싼데요."
"그려도 하나 더 낳으면 덜 외롭지 않느냐.하나면 더 외로워."
아버지와 어머니의 만남은 정류소에서부터 시작되었다.때마침 점심때가 되어서인지 산에서 내려오신 아버지와 어머니의 얼굴은 언제나 잔주름이 많으시었다. 그간 동생들의 안부가 묻고 싶고 누나의 소식도 묻고 싶었다. 모처럼 만난 아버지와 어머니는 모처럼 고향에 찾아오는 아들과 며느리에게 따스하게 맞이 해주시었다.정류소 근처에 사시는 당숙모도 우리 내외를 보시더니 무척 반가워 하시는 모양이었다.
"병수가 이젠 다 커서 오는구나."
"건강하시었어요.당숙모."
"그래. 잘 왔다.그래 건강은 어떠냐."
"괜챦습니다.당숙모 건강은 어떠하신지요."
"나도 괜챦다.너를 보니 반갑구나."
"엄마.엄마!"
"이게 누구야.니 아들이냐."
"예! 많이 컸죠."
"고 녀석 복스럽게 생겼네."
"아빠! 누구?"
"가겟집 할머니.인사해야지."
"안녕하세요 가겟집 할머니."
아들녀석이 땅이 닿도록 당숙모에게 절을 하자 함박 웃음을 터트린다. 지나가던 동네 어르신들도 우리 내외를 보시고 반가워 하시는 눈치였다.정류소에서 승차권을 판매하는 송씨 아저씨도 반가운 모양인지라 환힌 미소를 지었다.송씨 아저씨는 대머리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검은테 안경을 쓰시기 때문이라 젊었을 때는 청화대에서 근무하고 계시었다고 아버지께서 말씀을 하시었다.동네 분위기는 웃음꽃으로 피어나기 시작하였다.마을의 골목마다 시멘트로 포장하고 빨랫터도 만들고 변한것도 많이 변했다.모정숲으로 이어지는 농로도 시멘트로 포장 되어서 사람 다니기에는 무척 좋아지었다.인삼 밭에는 쑥쑥 자라나는 인삼들이 잘 자라고 있었고 논두렁이나 밭두렁에는 이름모를 꽃들이 피어나고 있었다. 소들의 울음소리이며 닭울음소리 역시 산골 마을은 살기 좋았다.모정숲 입구에서 마을로 들어오는 입구에는 마을 회관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나는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첫날은 아들이랑 같이 산책을 나가고 있었다.모처럼 휴가를 나와서 즐기는 산책이었다.바람소리 강물이 흐르는 소리 모정숲의 오솔길을 걸으면서 강의 줄기를 쳐다보고 있었다.
"여기가 네 고향이야."
"공기 맑아서 좋네."
"강도 있고 여름에는 시원해서 좋고 ....물 맑아서 좋구..여기가 어렸을때는 놀이터였지 추억의 놀이터란말이지."
"어머! 시원해서 좋다."
"아들아."
"아빠!"
"여기가 아빠의 고향이란다."
"아빠의 고향,"
"그래."
아들도 시골에 나오니까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얼마만에 찾는 고향이랄까?지난 장마철때 물이 불어서 나무들이 군데군데 쓰러져 있는 모습도 눈에 뜨였다.한번 홍수가 지면 망덕에서 내려오는 물과 용평에서 내려오는 물에 합치면 모정숲 근처에 있는 밭과 논은 이미 물바다가 되었다. 모정숲에서 바라보는 머리실 산 능성이는 더욱 한 폭의 그림으로 자아내었다.각 마을마다 전설이 있다하지만 여의곡의 마을도 하나의 전설이 묻어나는 마을이었다.모정리 여의곡 마을은 수몰전까지만 하여도 70가구가 넘는 큰 부락이었다.산 기슭에 밭을 일구고 논을 만들기도 하였다.겨울에는 하얀 설경으로 겨울 풍경을 그려 내었고 가을에는 언제나 단풍으로 물을 들여 또 다른 풍경으로 여름에는 피서지로 봄에는 진달래와 철쭉이 그리고 개나리가 활짝 피게 하여 사계절마다 보는 이마다 여의곡 마을은 각자가 다르게 보였다.고기도 잡고 매미도 잡고 귀뚜라미도 잡고 매뚜기도 잡던 그 시절이 더욱 그립다. 초등학교 시절 여름 방학 때 되면 언제나 나의 보금자리요 고향의 놀이터이기도 하였다.
친구따라 섬바위에서 물장구 치고 놀던 시절이며 헤엄치면서 놀던 기억들이 사진처럼 펼쳐지기도 하였다.옛 기억들이 되살아나고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귓전을 떠나가지 않았다.땡볕 아래에서 벌거벗은 몸으로 목욕을 하던 기억들 송사리떼들이 물의 숲속에서 놀고 있었다.동ㄹ네 아주머니들은 강가에서 다슬기를 줍던 모습도 눈에 보였다.
"고기! 고기!"
어린 녀석이 아빠에게 소리 치면서 송사리떼가 노는 모습을 보고 소리 쳤다.그중에도 피라미와 딸치와 붕어들도 헤엄치면서 한가롭게 놀고 있었다. 강 저 편에는 모래사장과 그리고 자갈돌로 깔린 강가의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로 붐비었다.아들은 강에서 노는 물고기들을 보고 신기한 모양이었다. 아내는 어린 아들을 안고 강가 주변을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강가 주변을 돌면서 모처럼 시골 산 바람을 쐬엇다. 여름인지라 반 티셔츠와 반 바지의 모습으로 시원한 모정숲 그늘아래에서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아들녀석또한 재롱을 떨면서 아내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푸른 잔디들이 웃고 있었고 푸르른 소나무들은 언제나 바람에 흥이 겨워 춤을 추는듯 하였다.쭉쭉 뻗은 나무들의 모습이 저마다 키재기를 하듯이 잘 자라고 있었다. 그림 같은 모정숲이었다.여름 휴가철을 맞이 하여 서울에서 내려온 친구들도 만났다.다들 모정초등학교 동창생들이지만 다들 기억하고 있었다.방앗간 저 편에는 모정초등학교가 자리를 잡고 있었고 그리고 동네 이발소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하얀 연무가 끼는 마을의 풍경은 더욱 한 폭의 수채화처럼 전해져 왔었다.3박 4일간 시골에서 머무르면서 부모님의 일도 도와 주었다.동네 어르신들은 우리 내외를 보고 반가워 하시었고 아들 하나 더 낳으라고 까지 말씀을 더 하시었다.
저녁때가 되면 어머니와 아내는 부엌에서 저녁밥을 짓느라고 도와 주었다,어머니는 밥을 퍼고 아내는 찬장에서 반찬을 내놓고 가족들이 즐길 수 있는 음식을 차리고 있었고 나는 아버지와 함께 안방에서 텔레비젼을 지켜보며 아들을 돌보고 있었다. 오랫만에 온 고항이지만 고향집의 마당도 변함이 없었다, 드넓은 마당과 그리고 잿간이며 두지이며 광이며 아랫방으로 연결되는 툇마루이고 보면 여름에는 시원해서 좋다, 고향집은 남향집으로 지어져 있어서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스한 기와집이었다.안방으로 향하는 앞 마루 그리고 장독대가 자리 잡은 뒷마루 역시 지내기에는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포근한 시골 고향집이었다. 잿간이나 대문에는 3구르의 감나무가 심기어졌고 그리고 굴뚝 사이로 텃밭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큰방과 아랫방으로 연결되는 벽을 헐고 안방으로 사용하니 운동장처럼 넓어 보였다.퇴비가 놓이었던 자리에는 닭장이 자리를 잡고 안방으로 향하는 마루밑에는 온순한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면서 주인을 맞이 하고 있었다,명절때 되면 찾아오는 가족들... 그리고 여름휴가때 만나던 우리 오남매들....오손 도손 모여서 고향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여름밤을 지니기도 하엿다.밤 하늘에 떠 있는 여름밤의 별들이며 남서쪽으로 금을 그으면서 떨어지는 별똥별.가끔 반딧불이 날아들고 모기들이 왱왱 거리었다,
"아버지! 시원하네요."
"그래.시원하구나,"
"그래 휴가냐."
"네 휴가입니다.회사에서 주는 휴가이기에 잠시 들렸어요,"
"그래.너의 처가집에도 전화는 했냐."
"예."
"그래.잘왔다.그렇쟎아도 너의 엄마랑 나랑 너가 보고 싶어서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르지..."
"자주 찾아 뵈올께요."
"큰집에 가서 큰아버지께 큰 어머니께 인사는 드리엇느냐."
"내일 들리기로 하겠습니다."
안방에서는 아내와 함께 어머니랑 아들이랑 놀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간간히 웃음소리도 들리어 오기도 하였다.모처럼 내려온 동생들도 고향집에 들리면서 이틀밤을 지내었다.누나가 들려주는 귀신야기도 재미있고 어머니와 아버지는 전쟁 이야기도 자주 들려 주시기도 하였다. 전쟁을 겪지 않는 나로써는 전쟁이 무엇인지 몰랐지만 아버지는 전쟁을 겪어 오시기 때문에
우리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통하여 알 수가 있었다.큰 어머니는 중풍으로 쓰러지시기 때문에 몸이 불편하였고 거동도 좋지 않으시었다.아버지의 생일이나 되면 언제나 나는 큰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손수레를 준비하여 우리집에 모시기도 하였다. 나는 큰어머니를 손수레에 모시고 다니면서 늘 큰 어머니의 건강을 위해 빌고 또 빌었다. 큰집에 들리노라면 큰 아버지는 언제나 반겨 주시면서 겨울철에 말려놓았던 곳감도 나누어 주시었다.
<12>
큰아버지와 아버지 작은 아버지는 김해김씨의 집안중에서 가장 우애좋기로 소문난 삼 형제였다.그래서 우리집 집안은 종자 돌림자였다.종호, 종철 ,종대,언제나 김해김씨 제사때 되면 정천에 있는 무거 마을 앞산에 가서 제사를 올리고 22분의 조상들을 모시는 집안 가문이었다. 추석때되면 아니면 추석전 날에 집안 사람들이 모여서 예초기를 들고 조상의 묘를 깎아 내는 벌초작업도 실시하였다.아버지를 따라서 망덕에 있는 조상 묘를 벌초하기 위해 따라 나선 적이 있었다.할머니 할아버지의 산소에 가서 절을 올리고 벌초를 하는 작업.그러나 지금은 고향이 수몰되었기에 무거니 앞산으로 이장을 하였다.할아버지의 제사와 할머니 제사일이 되면 우리 가족들은 큰집으로 향하였다.큰아버지가 쓴 축문을 보고 큰 형님이 축문을 외우는 동안 어린 우리들은 그저 절을 올린다.제사가 끝나고 나면 일가 친척들 모여서 지난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지난 고향이야기를 나누면서 하루의 시간을 보낸다,제사음식은 어머니와 작은 어머니 형수님들이랑 정성껏 차리고 있었다.
"형수님 고생이 많으시네요."
"병수 데렌님(데렌님:도련님)도 오시었네요."
"그간 건강하시었어요."
"네.덕분에 형님이랑 잘 지내고 있어요.데렌님도 직장은 잘 나가시고요.,"
"오! 병수 왔나."
"형님,잘 지내시었어요."
"와,무척 컸다이.그래 제수씨도 왔능겨."
"예."
"안녕하세요."
"제수씨 고생이 많죠. 우리 병수 잘 만나서 아들도 낳고 보니 이 얼마나 보기 좋은기라.집이 어디랬죠."
"제주도인데요."
"그래요.어쨌든 우리 병수 데리고 사느라고 고생이 많심더....하하!"
큰 형님은 오랫동안 부산에서 살아오시었기 때문에 택시기사로 직장을 자라 잡고 계시었다. 큰 형님도 나이가 많다보니 흰 머리가 곱게 나으시었다.그래도 부산 형수님 역시 젊게 보이었다.둘째형도 만나서 인사를 드리고 나서 고향의 추억에 관한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었다.할아버지는 오래전에 돌아가시어서 할아버지의 얼굴은 기억조차 모르고 있었고 할머니는 초등학교 5학년때 돌아가시었다.어머니의 말씀으로는 나를 그토록 이뻐하고 무척 사랑스러워 하시었다고 하였다. 어머니는 예닐곱살에 여의곡으로 시집을 와서 큰 어머니와 할머니 사이에 시집살이를 혹독하게 시켰다는 이야기와 아버지는 큰집에서 나와 우리집으로 와서 살게 되었다는 이야기로 가득 찼었다.아버지의 말로는 김수로왕이 우리 집안의 시초요 허왕옥은 우리 집안의 첫 시조인 할머니이기도 하였다, 그당시 김씨의 시조 김수로왕은 가락국을 세워 철의 제국으로 만들었던 강국의 할아버지였다고 하니 나로써는 김씨의 자손으로 태어났으니 왕의 자손이기도 하였다. 우리 집안에서도 수많은 문인과 시인들이 탄생 되었다 하니 실로 자랑스러워 하지 않을 수 없었고 김홍도의 그림도 역시 우리 집안의 역사요 문화였다.김대중 전 대통령으로 시작하여 김영삼에 이르기까지 우리 집안 후손에 이르게 되었으니 나로써는 더 이상 부러울게 없었다.아버지는 나에게 가문으로 물려준 족보를 보면서 김씨 집안의 내력을 살펴보기도 하였다.우리 후손은 김유신장군으로 부터 갈라져 나왔다고 하는데...
"병수야.우리는 김수로왕이라는 임금이 있지."
"네."
"그분이 우리 집안의 시조 어른이시란다."
"시조 어른이라면 가락국을 세운 할아버지말인가요?"
"그래.김수로 할아버지가 가락국을 세운 이야기에 대하여 알려줄까?"
"네 듣고 싶은데요...."
아버지는 우리 족보에 대하여 잘 알고 계시엇기에 가끔 김수로왕에 대하여 역사 이야기를 들려 주시었다. 허왕옥은 인도에서 태어난 황제의 딸로 태어났으나 김수로와 악게 된 이상 사랑을 맺어 인도해서 돌배를 타고 건너왔다는 아버지의 진솔한 이야기에 빠져 들었다.우리 조상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그리고 우리 후손이 몇대손인지 잘 알아두어야만이 남들이 물어 보았을 때에 떳떳해짐을 보아 알 수가 있었다.지금도 아버지가 물려주신 재산 목록 1호인 족보책을 가지고 있었다.틈 나는데로 족보책을 보면서 김수로왕의 업적을 제대로 알 수가 있었다.나는 수자 돌림으로 되었었다.그래서 내가 어느 대 후손인지 한 눈에 알 수가 있었고 어느파에 소속된지 알수가 있었다.나는 궁금한 일이 있으면 우리 조상의 업적에 의하여 알고 싶으면 곧잘 이야기를 잘 해주시었다.본관은 김해요 파는 문경공파라 머리속에 되새기면서 우리 조상의 뿌리는 잊지 않았다.우리나라 국민 중에서 다대수가 김씨로 이어지고 있었다.아버지는 조상님의 시제를 모실 때는 언제나 나를 김씨 종중산으로 데리고 가서 역사 공부도 시켜 주었다.그래도 아버지의 삼형제는 조상의 족보만큼은 철저하였다.할아버지의 제삿날이나 할머니의 제삿날이 되어 돌아오면 아침 일찍 오시는 분이 작은 아버지이었다.작은 아버지가 오시면 나는 공손히 인사를 올리고 맞이하였다.
"병수 왔구나."
"예."
"그래, 잘 지내고 있냐."
"작은 어머니도 오시었네요."
"그래 며느리도 왔지."
"예."
"작은 어머니 오시었어요."
"그래.수고한다."
"........"
"우리 손자도 많이 컸네."
"내년에 학교 들어가니."
"유치원에요..."
"그려.사는데 고생이 많지."
"아이구 동상 왔는가?"
"형님 잘 지내시었어요. 형수님도 잘 지내시고요."
"잘 왔어.동상."
어머니는 반가운 나머지 작은 어머니의 내외분을 맞이하고 아버지도 작은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기뻐 하시었다.작은 아버지는 6.25때 지리산 전투에서 경찰로 근무하다가 빨치산의 총에 다리에 맞아 절고 계시었다.지금은 국가 보훈처에서 지정해주는 국가유공자로 살아오시고 있었다,작은 아버지와 아버지 큰 아버지는 긴 인연이 되었고 할머니로부터 나온 삼형제의 혈육이었다.외갓집은 전북 진안군 용담면 호계리 마을에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아버지는 여의곡에서 살아오시었고 어머니는 아버지 앞으로 시집오기전까지는 용담면 호계리 마을에서 자라오시었다.어머니와 아버지와 만나 결혼한지 한달이 되고 나서 큰 아버지는 만주로 망명을 가고 아버지는 일본 큐우슈우나 토오쿄오 아니면 나가사끼나 히로시마에 있는 탄광으로 일본놈들에 의하여 끌려가시어서 탄광생활을 하시던 중 허리를 다치시었다고 한다. 더군다나 소화불량까지 거치고 위가 좋지 않아서 노루모산이라는 소화제를 드시고 살아오시었다는 기구한 운명을 타고 계시었다.그러던 중에 해방이 되자 아버지는 형님을 만나고 북에 있는 평양을 거쳐 남으로 넘어와 산 곳이 바로 모정리 여의곡 마을이었다.나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이로 5남메중 외아들로 태어난 셈이었다. 내가 태어나기전에는 가족이 12명인데 7남매를 땅 속에 묻고 나머지 우리 오남매만 살아 났었다.누나와 나는 그 어려운 고비속에서 어머니의 품안에서 동냥젖을 먹고 자라왔었다. 가난이 죄였다.어머니와 아버지는 그토롣 내가 가장 소중한 아들로 키워 오시었고 매 한 번 대지 않고 살아오신 분이었다, 그렇게 소중하고 길러온 아들이 건강이 쇠약해지었고 약으로만 살아왔던 내 자신,누나도 어렵게 커왔고 자라왔다.죽어가는 아들을 위해 살리기 위해 대전에 있는 모 병원으로 가서 치료를 받아야 했고 가난 때문에 치료비가 없어서 아버지와 어머니는 나를 보고 안타까워 했었다. 어머니의 젖이 모잘라서 동네 아주머니를 유모로 삼아서 나를 젓먹이도록 하였다.내가 성장하는데 커다란 도움이 되어준 유모의 정 지금도 잊을 수가 없었다. 세살적부터 아프기 시작하여 더군다나 8살을 먹을 때까지 벙어리로 살아온 그러한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다. 젖을 먹다가 좋은 약으로 생명을 지탱하고 심지어는 떡과 과자로 먹고 살아야만 했다.어찌 나뿐이겠는가 누나도 나처럼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왔었다.심지어는 홍역까지 앓고나니 살이 빠지고 기운이 없어 보였다. 모정리에서 병원에 가려면 진안이나 대전쪽으로 나와야 치료를 받아야 했다. 사랑하는 남동생까지 잃어버린 가족들은 커다란 슬픔에 잠기게 되었고 질병과 우환은 끊이지 않고 어머니는 점장이를 찾아가 점을 쳐보기도 하였다.간혹 나를 절에다가 팔아 넘기었다고 소식이 들리여오지만 그것은 한 순간이었다.나와 누나는 가방끈이 짧았다.나머지 3남매는 대학을 나오거나 고등학교를 졸업하였다.누나와 나는 중학교까지 나와서 집안 일을 돕기도 하였다. 어려운 상황속에서 나는 고향에서 지내온 것들이 이제는 하나의 과거가 되고 말았다.수몰전에는 얼마나 살기좋은 부락이었나.서로 우애가 있고 서로 이웃과 정이 들어서 살만하는데 이제 댐건설로 인하여 고향을 잃어버리어야 하니 마음 아픈일이 아닐수가 없었다.
"아버지 사진 잘 나왔네요."
"젊어서 만주가서 짝은 사진이란다."
"어머니 아버지도 한참 때문에는 멋진 신사이시었어요."
"그땐 그랬지.너의 큰 아버지랑 작은 아버지랑 찍은 사진을 보면 잘 나왔지."
"어머니, 종군위안부 알아요."
"알지.17세만 되면 놈들이 잡아가기도 하지 일명 창씨계명이란게 있지."
"창씨계명이 무엇인데요."
"즈그놈들이 자기 나라의 말로 우리의 이름들을 바꾸는 거지."
"신사참배도 했다면서요."
"그래."
"젊은 총각들은 징용으로 끌려나가고 처녀들은 창씨계명을 앞세우고 저그들의 놀잇감으로 삼르려 했지.우리 조선 여성들 많이도 피해가 컸지."
"일본어도 그때 배웠지."
아버지는 서당에 석달만 다니시고 집안의 사정으로 인하여 공부를 못하시었다고 하였다.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때부터 일본말을 배웠는데 가끔 우리 가족들에게 일본말도 하고 노래도 같이 즐겨 부르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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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렌님:경상도 사투리/표준어:도련님을 말함
*만주:지금의 중국 땅
*형수:형의 아내
*제수:동생의 아내
*동상:전라도 사투리/표준말:동생이라는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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