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의선(醫仙) 17 -
함곡관의 모든 경비병들에게 같은 명령이 전해졌으며 모두가 기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주 소왕 23년 7월 12일 손경이 함곡관을 지나가려는 기이한 사람들을 발견하였다. 백발노인이 푸른 소를 타고 있는데 몸종이 푸른 소를 이끌고 함곡관을 지나가려 하였다. 즉각 윤희에게 이 사실이 보고되었고 그는 황급히 마중을 나갔다. 그는 노인 앞에서 엎드려 절하고 간곡하게 부탁하였다.
“성인이시여, 미천한 제게 가르침을 주소서.”
그 노인은 조용히 소에서 내려서 하늘을 쳐다보았다. 이윽고 자신을 소개하였다.
“나는 성이 이(李)이고 호가 노담(老聃)이다. 원래 말이나 글로 도를 전할 수 없으나 네가 간곡히 말하니 네게 도를 전하겠다.”
윤희는 기뻐하며 노자를 자기가 거처하는 관아에 모시고 공양했다. 매일 아침 노자가 가르치는 도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였다. 이렇게 하여 오천 자로 구성된 도경편 37장과 덕경편 44장을 합하여 도덕경 81장이 세상에 전하여지게 되었다.
노자가 함곡관에 머무는 동안 푸른소를 돌보는 서갑(徐甲)도 같이 있었는데 그는 노자를 따라서 소를 돌본지가 2백년이나 되었다. 처음에 노자가 서갑에게 일당 일백전으로 품삯을 주기로 약속했었다. 노자가 함곡관에 이르렀을 때 서갑에게 줘야할 품삯은 합계 7백 30만전이나 되었다. 서갑은 노자가 함곡관을 넘어가려고 하자 문득 그 동안 밀린 노임이 떠올랐으므로 품삯을 달라고 요청했다. 노자는 서갑에게 말하였다.
“나는 서쪽으로 나가 대진(大秦), 천축(天竺), 안식(安息) 등을 돌아보려고 한다. 네가 소를 돌보고 이번 여행을 마치면 황금으로 네 품삯을 계산하여 주마.”
서갑은 만족하여 그렇게 하자고 동의했다. 그는 푸른 소를 데리고 들판으로 나가 한가로이 구름이 흘러가는 것을 보곤 하였다. 노자는 서갑을 시험하기 위하여 길상초(吉祥草) 한 그루를 아름답고 요염한 여자로 만들었다. 이 미녀는 서갑의 마음에 꼭 맞게 행동하였다. 서갑은 마음에서 기쁨이 격렬하게 소용돌이 쳤으며 그녀와의 이별은 상상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서갑에게 다정하게 속삭였다.
“서역으로 노자를 따라 가지 말고 이곳에서 같이 영원히 행복하게 살아요.”
그녀의 사랑스런 말과 행동에 서갑은 모든 것을 잊고 노자와 헤어지기로 결심하였다. 서갑은 함곡관 책임관리인 윤희에게 송사를 하였다.
“나는 함곡관까지 노자를 모셨으나 더 이상 그를 따르고 싶지 않으니 밀린 임금을 받게 하여 주십시오.”
공무를 규정에 맞게 처리해 온 윤희로서는 서갑의 고소사건을 심리할 수밖에 없었다. 노자는 탄식하면서 서갑에게 말하였다.
“너는 나의 소를 돌본지 이미 200여년이 넘었다. 보통 사람이 그렇게 오래 살수가 없으며 일찍이 수명이 다해 죽어야 하는데 나는 네게 ‘태현청진부’(太玄淸眞符)를 주었다. 이 부적을 삼킨 후 너는 지금까지 살 수 있었다. 우선 태현청진부를 찾고 네게 임금을 주마.”
노자가 손을 흔들자 서갑의 입에서 태현청진부가 빠져나와서 노자의 손바닥 위로 날아갔다. 그러자 즉시 서갑은 쓰러져 백골로 변하였다. 이 처참한 광경을 보자윤희가 놀라서 노자에게 서갑을 살려달라고 애원하였다. 노자는 말없이 손에 들고 있던 태현청진부를 서갑의 백골위로 던져 넣었다. 백골에 서서히 살이 붙어가고 혈색이 돌면서 서갑의 본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윤희는 곧 자기 돈을 털어 서갑에게 7백 30만전을 지불하였다.
서갑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고 두리번거리며 돈을 갖고 미녀를 찾아갔다. 그러나 그녀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단지 그녀를 만나서 밀회를 즐기던 자리에는 말라 비틀어져 가는 길상초만 한 그루가 있었을 뿐이었다. 그는 밀려 오는 고독감에 땅바닥에 주저앉아 슬픔에 잠겼다.
노자는 함곡관에서 석 달 열흘을 머물면서 윤희에게 현묘하고도 심오한 많은 도의 이치(道理)와 각종 신선비법을 전했다.
윤희는 어느 날 노자에게 삼일지도(三一之道)에 대하여 물었다. 노자는 자세하게 설명하였다.
“인체에서 양 눈썹사이에 두개골로부터 일촌 들어간 곳을 명당(明堂)이라 한다. 2촌 부위가 동방(洞房)이며, 3촌 부위가 니환(泥丸)이다. 이 니환을 상단전(上丹田)이라고 한다. 심장이 있는 곳의 아랫부분을 중단전(中丹田)이라 하고 배꼽아래 3촌 부위가 명문(命門)이며 하단전(下丹田)이라 한다. 상단전 가운데에는 적자(赤子)가 있고 중단전에는 진인(眞人)이 있으며 하단전에는 영아嬰兒)가 있다. 이 세 가지는 형태가 모두 어린 아이와 같으며, 크기는 3촌이고 모두 붉은 모자, 붉은 옷, 붉은 신발을 신고 있으므로 이것을 소위 삼일(三一)이라고 한다. 기가 변하면 정이 되고 정이 변하면 신이 되고, 신이 화하여 영아가 되며, 영아가 위로 오르면 진인이 된다. 진인이 다시 위로 오르면 적자가 되는데 이를 진일(眞一)이라 한다. 네가 만약 진일을 지킨다면 너는 신선이 될 수 있다.”
윤희가 노자에게 물었다.
“몸을 닦고 성품을 잘 기르려고 하면 어떻게 하면 됩니까?”
노자가 대답하였다.
“ 기를 모와 신을 이루려면 우선 정신을 고요히 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정신을 고요히 할 때 모든 소리를 되돌려 내면을 살펴야 하며 마음을 움직이지 말아야하고 말도 하지 말고 몸도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윤희는 열심히 적으며 노자의 가르침을 이해하려고 애썼고 노자는 정성을 다하여 윤희에게 가르쳤다.
“정신을 고요히 하기 위하여 우선 25일간 목욕재계해야 한다. 그 후에 조용한 방에서 결과부좌를 하여 마음의 고요한 경지에 들어가라. 그러면 신선과 요녀와 뱀이 와서 너를 위협하기도 하고 달래기도 할 것이다. 이는 모두 너의 신(神)이 변화하여 너를 시험하는 것이니 모두가 허상이다. 당황하지 말고 너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뜻을 지키기만 하면 이러한 환상(幻象)은 점차로 사라져 버린다. 고요히 앉아 수련을 해서 180일이 지나면 캄캄한 밤에도 스스로 밝아지며 280일 후에는 자신의 몸 안에 있는 모든 질병이 저절로 치유된다. 1년이 지나면 온 몸에 난 흉터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천일이 지나면 탈태환골하여 형체와 정신(形神)이 진인(眞人)으로 변하게 된다.”
노자는 윤희에게 직접 도를 전한 후에 주(周) 소왕(昭王) 24년 4월 28일 함곡관 의 남산(南山)에서 하늘로 승천하였다. 노자는 공중으로 떠올라 오색구름 위에 앉았는데 몸에서 사방으로 눈부신 금광(金光)이 뿜어져 나왔으며 천천히 하늘 높이 올라 한 점으로 사라졌다. 윤희는 풀을 엮어 만든 누각에서 오로지 수련에만 전념하였다. 천일 간 수행하여 윤희도 마침내 선인의 경지에 올랐다. 몸과 마음이 자유자재하고 더 이상 굶주림과 목마름이 없었으며 인간의 고통을 초월하였다.
“푸른 소는 도교와 인연이 있다는 뜻이로군요.”
김수길의 질문에 이언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였다.
“도교의 진수를 수련하면 스승이 나타난다고 전한다. 너는 이미 푸른 소를 봤으니 도와 인연이 깊다고 볼 수 있지.”
김수길은 이언수의 대답을 듣고 머리를 끄덕였다.
“내일은 여동빈에 대하여 말해주겠다.”
이언수는 말을 마치자 다시 명상에 잠겼다. 거의 음식을 먹지 않고 토납을 살피며 명상에 잠겨 있는 이언수를 보면서 김수길의 존경심은 그 깊이를 더해갔다.
여동빈은 당나라 후대사람으로 관서 하중부 낙현에서 태어났다. 그는 당나라 덕종 정원(貞元) 12년(797년) 4월 14일에 출생했는데 그가 태어날 때 기이한 향기가 방에 가득하고 자주색 구름이 하늘을 덮었으며 한 마리 선학(仙鶴)이 하늘에서 날아 내려와 침상으로 날아들다가 돌연 사라졌다. 여동빈은 양쪽 눈썹이 길고 눈에서는 광채가 뿜어져 나오는 듯 했으며 코가 오뚝했으며 왼쪽 눈썹과 왼쪽 눈 아래 검은 점이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여동빈을 매우 아꼈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마조화상이 그의 집을 방문하게 되었다. 그의 아버지는 얼른 강보에 싸인 아기를 마조대사에게 보였다.
“대사님, 제 아들의 운명이 어떻겠습니까?”
불교 선종 6조 혜능대사의 손(孫)제자인 마조화상은 아기의 관상을 보고 놀라면서 말하였다.
“이 아이는 풍모가 맑고 기이하고 골상 또한 평범하지 않으니 이 세상의 풍진을 벗어날 뛰어난 인물이다. 아이가 성장한 후 ‘우여즉거(遇廬則居) 우종즉고(遇鍾則叩)’하리라.”
여동빈의 아버지는 ‘여를 만나면 머물고 종을 만나면 치라’는 말을 들으니 이상하다고 여겼지만 고명한 대사가 하는 말이니 필시 깊은 뜻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의아해 하는 여동빈의 아버지를 쳐다보며 마조화상은 그저 웃기만 했다. 여동빈의 아버지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여동빈에게 자주 말하여서 여동빈은 이 여덟 자를 외우고 다녔다.
여동빈은 어린 시절부터 총명하여 글을 읽으면 암송하고 말이 입에서 나오면 문장이 되었다. 성인이 되자 신장은 8척 2촌에 목덜미는 기다랗고 이마는 넓었으며 행동은 당당했고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 품성이 온유했으며 성격이 솔직담백하여 말주변이 없었다. 김씨를 아내로 맞아 자녀 넷을 두었다. 평범하고 다정한 삶을 살았으나 천하에 공명을 떨치지는 못하였다. 당나라 무종(회창) 연간에 여동빈은 두 차례나 장안에 가서 과거를 보았으나 두 번 다 낙방하였다. 여동빈이 두 번째로 장안에 가서 과거에 응시하였을 때 그의 나이는 이미 46세였는데 낙방을 하자 참으로 울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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