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의선(醫仙) 11 -
“보통사람이 술에 짐새독을 넣고 고기를 오랑캐꽃과 같이 삶아서 먹으면 즉사하지만 신선은 죽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장과로에게 짐새독주와 오랑캐꽃에 삶은 고기를 먹게 하여 죽는지 사는지 시험해 보시지요.”
이 말을 들은 현종은 손역사의 지혜를 칭찬하였다.
“그 방법이 좋겠다.”
겨울 날씨는 매서웠고 진눈깨비가 날리고 있었다. 바람이 매서운 소리를 내면서 불고 있었다.
“장진인, 바람이 매섭게 불고 눈이 날리니 내가 술을 한잔 권하겠소. 그걸 마시면 속이 훈훈해질 거요.”
현종은 혹독한 추위를 이겨낸다는 구실을 붙여 장과로에게 짐새독주와 오랑캐꽃으로 삶은 고기를 권했다.
“폐하께서 권하시니 한잔 마시겠습니다.”
장과로는 주저하지 않고 술과 고기를 받아서 먹었다. 그 모습을 보고 현종은 다시 두 잔을 더 권했다. 짐새독주를 단번에 석 잔을 마시자 장과로는 취기가 올랐으며 온몸이 달아올랐다. 그는 술을 마신 후에 비틀거리며 침대로 가서 잠에 빠져들었다. 사흘 후 잠에서 깨어 장과로는 거울을 가져다가 자기의 이를 보니 치아가 새까맣게 변했다. 장과로는 곧 시종에게 쇠로 된 집게를 가져오게 하여 이를 모두 빼어버렸다. 장과로는 다시 침상 위에 누워서 칠 일간을 잠을 잤다. 잠에서 깨어난 장과로가 거울을 보니 깨끗한 치아가 다시 자라났다. 현종은 장과로가 짐새독주와 고기를 먹고도 죽지 않은 후에는 장과로가 신선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현종은 조서를 내렸다.
“항주의 장과로 선생은 방외 지사이며 행위가 고상하고, 지식은 현묘하다. 세상을 피해 은거한 지 오래인데 조정에서 불러 장안에 왔으나 그 나이를 아는 이 없고, 단지 오랜 세월을 누렸음을 추측할 뿐이며 황제가 道를 물으면 그 지극한 이치까지 대답하였으니 장과로 선생에게 은청광록대부(銀靑光祿大夫)관직과 아울러 통현(通玄)선생이라는 호를 내리노라.”
어느 날 현종이 함양으로 사냥을 나가서 보통 사슴보다 훨씬 큰 사슴 한 마리를 사로잡았다. 궁궐로 돌아오자 마침 장과로가 그 사슴을 보았다. 장과로가 그 사슴을 가리키면서 현종에게 말하였다.
“이 사슴은 선록(仙鹿)이며 이미 천년을 살았습니다. 한(漢)나라 원수 5년에 제가 한무제와 함께 상림원에서 사냥했을 때 잡았다가 놓아준 바로 그 사슴입니다.” 이 말을 듣고 현종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장과로에게 질문하였다.
“산과 들에는 뛰노는 사슴이 무척 많은데 어떻게 선생이 놓아준 그 사슴인지 알 수 있겠는가? 설사 그렇다고 하여도 한나라 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천년인데 아마 다른 사냥꾼들에게 잡혀서 이미 죽었을 수도 있소. 이 사슴은 다른 사슴일 것이요.” 장과로는 빙긋이 웃으며 증거를 설명하였다.
“한무제는 이 사슴을 놓아줄 때 왼쪽 뿔 밑에 선록이라고 쓴 동으로 만든 패찰 하나를 붙여놓았습니다. 그것을 확인 하여 보시지요.”
현종이 확인해 보니 과연 사슴의 왼쪽 뿔 밑에 선록이라고 양각된 패찰이 붙어 있었다. 현종은 신기하게 생각하며 장과로에게 다시 물었다.
“이 사슴을 생포했을 때가 정확히 언제이며 얼마나 흘렀는가? 간지(干支)로 어느 해이었소” 장과로가 조용한 목소리로 낮게 대답했다.
“바로 계해(癸亥)년이며 지금부터 825년 전이며 한무제가 곤명지(昆明池)를 연 해입니다.”
현종은 태사(太史)에 명해 역서를 대조해 보게 하였다. 태사는 역서를 찾아서 장과로의 말이 사실과 맞음을 확인하였다. 그 때서야 현종은 장과로에게 다시 감탄하면서 물었다.
“사슴도 천년을 산다면 사람은 말할 필요도 없겠소.”
장과로는 태연하게 말하였다.
“물론입니다. 세상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선인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천선대도의 결을 얻는다 해도 근본이 없다면 깨치기 어려운 일이라 그것은 마치 귀한 보석을 돼지에게 던져 주어도 그 가치를 깨닫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현종은 그 비결을 물었다.
“어찌하면 선을 닦을 수 있겠소?”
“ 마음을 편히 하고 앉아 숨을 들이 마시고 내쉬는 것을 살피며 몸 안의 따뜻한 기운과 찬 기운을 융화 시키십시오.”
현종은 장가로가 시킨 대로 사나흘 하다가 재미도 없고 몸이 불편하여 그만두었다. 현종은 장과로 이외에 정통한 법술을 갖춘 엽법선(葉法善)이라는 도사를 알고 있었다. 현종은 시종 장과로의 내력이 불분명하고 궁금하여 엽법선을 불러다가 장과로의 근원을 물었다.
“그대는 장과로 선인의 내력을 알 수 있겠는가? 그가 천 년 전에 선록을 풀어 주었으니 가히 그의 나이를 측량할 수가 없소.”
엽법선은 심히 불편한 듯이 주저하며 대답하였다.
“신이 알기는 하지만 감히 장과로의 내력을 말한다면 몸이 성치 않을 것이오니 감히 입을 열 수가 없습니다. 만약 폐하께서 제가 죽은 후 황제의 모자를 벗고 맨발로 장과로에게 가서 살려달라고 약속하겠다면 감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말에 현종은 누누이 그러하겠다고 약속을 하였다. 엽법선은 그때서야 침중하고 낮은 목소리로 비밀을 말하기 시작했다.
“장과로는 천지가 처음 나누어질 때 태어난 흰 박쥐의 정령입니다!”
말을 끝내자마자 과연 엽법선은 신체의 일곱 군데 구멍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즉시 나무토막처럼 쓰러져 죽었다. 현종은 당황하여 곧바로 황제의 모자를 벗고 맨발로 장과로의 처소로 찾아가서 사죄하면서 엽법선을 살려달라고 애원하였다.
“이 어린아이는 감히 알량한 재주를 뽐내면서 천기를 누설하였습니다. 만약 엄하게 벌하지 않으면 천지의 조화를 흩트리려고 할 것입니다.”
현종이 반쯤 넋이 나가서 여러 차례 간곡하게 부탁하자 장과로가 물을 한 모금 입에 물었다가 엽법선의 얼굴에 내뿜자 엽법선은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이 사건이 있은 후에 장과로는 스스로 항주로 돌아가겠다고 하였다. 현종은 장과로를 두려워하며 비단 백 필을 하사하고 가마와 시종 두 명을 딸려 보냈다. 항주에 도착한 후 시종 한 명은 장안으로 가고 나머지 한 명은 장과로의 도력을 흠모하여 같이 입산하여 수도를 하였다. 천보(天寶) 초에 현종이 다시 사자를 보내 장과로를 조정에 나오게 하였으나 장과로는 그 말을 듣고 그 자리에서 죽어서 장과로는 중조산에서 묻혔는데 이 사건을 보고 받은 현종은 장과로의 무덤을 파게 했는데 과연 관은 비어있었다. 현종은 장과로 무덤이 있던 자리에 ‘서하관’(棲霞觀)이란 도관을 세웠는데 제자가 장과로가 나귀를 거꾸로 타고 가는 그림에 시를 써 넣었다.
擧出多少人 (거출다소인) 많은 사람들에 대해 들었어도 無如這老漢 (무여저노한) 이 노인 같은 이는 없도다.不是倒騎驢 (불시도기려) 나귀를 거꾸로 탄 것이 아니라萬事回頭看 (만사회두간) 만사를 되돌아보기 위해서라네.
진국태는 선도에 대하여 장삼이에게 듣고는 기이하게 생각하며 말하였다.
“모든 일은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고 나는 들었다. 어찌 사람이 죽지 않고 영원히 산단 말인가?”
장삼이가 대답하였다.
“제가 포박자를 읽었는데 동진(東晉)의 갈홍(葛洪:283∼343)이 지은 책으로 <내편(內篇)> 20편과 <외편(外篇)> 50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논선에 보면 거기에 대한 답이 있습니다.”
진국태는 장삼이에게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질문하였다.
“대략적인 설명을 하여보게나.”
장삼이는 진국태에게 신선의 존재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여름은 생장의 시기이지만 보리는 마르고 겨울은 시들고 마르는 시기이지만 대나무와 소나무는 푸르고 무성하니, 만물이 천차만별로 다르니 하나의 이치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러니 죽지 않고 영생하는 것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말입니다.”
진국태는 골똘히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지극한 도에 이르는 방법은 무엇인가?”
진국태의 질문에 장삼이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김순이
2005-11-26 19:34
갓 구워낸 따끈따끈한 11번을 읽고 갑니다. 겨울모기 조심하세요, 요즘 겨울모기에게 헌혈하면서 깊은 잠 못자는 사람들이 많답니다.
강병철
2005-11-29 00:55
토막여행을 끝내고 오니 김순이선생님의 격려의 글이 반기는군요. 지속적인 관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가까운 시일에 한번 찾아뵙겠습니다. 건강하십시요.
오을식
2005-12-02 14:11
부지런히 쓰시는 모습 보기 좋습니다.
우리끼리 얘기지만,
사실 소설가로 산다는 건 정말 폼나는 일이에요,
소설을 써야 한다는 치명적인 단점만 없다면 말이죠.
ㅎㅎㅎ
이제 12월 달력 한 장 남았네요. 남은 2005년 요긴하게 쓰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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