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의선(醫仙) 10 -
팔선도를 보면 나귀를 거꾸로 타고 가는 노인이 장과로인데 오랫동안 항주(恒州)의 중조산(中條山)에서 살고 있었다. 그 동네에 살던 노인들이 어렸을 때부터 장과로가 나귀를 타고 지나가는 것을 보았는데 그 노인들이 어릴때부터 노인이 될 때까지 장과로의 모습이 한결 같았으므로 장과로가 나이를 먹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노인중의 한명이 궁금하여 장과로에게 공손하게 질문을 했다.
“선인께서는 몇 해를 살았는지요.”
장과로는 웃음을 터뜨리며 대답했다.
“하하핫. 나는 기를 보전하는 법을 익혀 이미 수백 살을 살았도다.”
장과로는 붉은 얼굴에 어린아이 같은 밝은 웃음을 지으며 흰 수염을 쓸어 올렸다. 이후로 사람들은 그가 불로장생의 비법을 찾았다고 믿게 되었다.
장과로는 천지가 개벽할 때 한 마리의 쥐에 불과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공덕을 쌓고 선업을 행하여 박쥐가 되어 몇 생을 윤회하여 사람이 되었고 마침내 선인의 길을 걷게 되었는데 원래 이름은 장과(張果)이다. 항주의 중조산에서 은거하고 있었는데 당태종이 여러 차례 황제의 조서를 내려서 부르려 하였지만 장과로는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 측천무후가 황제에 즉위한 후 반드시 장과로를 불러오도록 명령했다. 황제의 사자들이 서둘러 항주에 도착했을 때 이미 하루 전에 장과로는 중조산의 투녀묘(妬女廟) 앞에서 죽었다는 말을 들었다. 그들은 시신을 확인하려고 했다. 무더운 여름날이어서 이미 시체는 썩어가고 있었다. 관을 열자 장과로의 시체는 이미 부패하여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찔렀고 시체의 얼굴로 구더기가 기어 다니고 있었다. 확인하던 사람들이 모두 그 추악한 모습과 냄새에 역겨워서 점심에 먹은 음식을 길바닥에 토하였다. 사자들이 장안으로 돌아가 측천무후에게 장과로가 이미 죽었고 부패하고 있는 시체를 확인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서 항주의 사람들은 숲 속에서 전과 다름없이 장과로가 나귀를 거꾸로 타고 다니는 것을 보았다. 사람들은 그때서야 비로소 장과로가 측천무후의 부름을 피하기 위하여 거짓 죽음을 가장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장과로는 늘 한 마리 하얀색 나귀를 타고 다녔는데, 하루에 만 리를 걸어갔다. 나귀를 타지 않을 때는 곧 나귀를 접어서 보관했는데 그 건장한 나귀가 순식간에 얇은 비단 종이로 변했고 비단종이는 접어서 상자 속에 넣어 두었다. 필요시에는 종이뭉치를 꺼내어 입에 맑은 물 한입을 물고 그 위에 뿜으면 곧 한 마리 키가 크고 건장한 하얀 나귀로 변하였다.
당나라 현종 개원23년에 통신사인 배오를 항주에 파견해서 장과로를 낙양으로 데려오게 하였는데 장과로와 배오가 마주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돌연히 장과로가 쓰러져서 죽어버렸다. 배오는 즉각 장과로가 조정으로 나가기가 싫어서 죽음을 가장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장과로의 시체 앞에서 향을 사르고 기도하면서 황제의 정성스럽게 갈구하는 구도의 마음을 설명했다. 한 참 후에 장과로는 귀찮은 듯이 일어났는데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배오는 감히 다시 낙양으로 가자고 권할 수 없어서 역마를 타고 낙양으로 되돌아 가 그간의 일을 상세하게 현종에게 설명하였다. 현종은 상세한 전후 사정을 듣고서 중서사인 서교에게 명령하여 황제의 옥쇄가 찍힌 정식 조서를 가지고 항주에 가서 장과로를 데려오게 하였다. 장과로는 마침내 황제의 성의를 받아들여 서교를 따라 낙양으로 왔다. 당시 현종은 동쪽 수도인 낙양에 머무르고 있었는데 장과로를 집현전(集賢殿) 서원에 머무르게 하였다. 장과로는 가마를 타고 입궁하여 황제를 알현하였다. 당 현종은 장과로에게 공경스럽게 대하였다. 서로 인사를 나눈 후 현종은 장과로의 하얀 머리털과 몇 개 남지 않은 이빨을 보면서 의아스럽게 생각하였다. 불로장생의 도사치고는 흉한 모습이었다.
“선생은 득도한 고인이라고 들었습니다. 어찌하여 머리털과 이빨이 이리도 노쇠했습니까?”
장과로는 현종이 장과로를 의심한다는 것을 알고 껄껄 웃으며 대답하였다.“산에서 살아온 노신이 너무 많은 나이를 먹어 흰 머리털과 흔들리는 이빨로 폐하를 혐오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이 혐오스러운 이빨과 머리털은 없애버리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말을 마치고 현종의 눈앞에서 머리를 쥐어뜯고 입안에 남아있는 치아를 전부 뽑아내자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현종은 장과로가 면전에서 이러한 참혹한 일을 벌이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선생은 어찌 이렇게 잔악하십니까? 우선 치료를 한 후에 다시 봅시다.”
치료를 한 후 현종은 장과로를 다시 청했다. 다시 보았을 때는 장과로는 거의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몰라보게 변해 있었다. 장과로의 머리에는 새까만 머리가 이미 길게 자라있었고 새하얀 이빨이 새로 나 있었다. 뺨은 이미 복숭아 빛으로 변하여 있었다. 현종은 깜짝 놀랐고 장과로가 보통 사람과 다른 선인의 경지에 이른 진인이 분명하다고 인정하였고 자주 장과로를 불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루는, 태상시 소화와 비서감 왕형질이 함께 집현전에 머무르고 있는 장과로를 방문하였다. 장과로와 이들이 한담하고 있는데 돌연 장과로가 크게 웃으면서 엉뚱한 말을 내뱉었다.
“공주를 아내로 두는 것은 참으로 꺼려지는 일이야!”
소화와 왕형질 두 사람은 서로 놀라면서 장과로가 난데없이 공주를 입에 올리는지 의아스럽게 생각하였다. 세 사람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있을 때 태감이 찾아왔다.
“현종황제께서 옥진(玉眞) 공주가 어려서부터 도를 믿었으니 옥진 공주를 선생님께 시집보내려고 하는데 선생님의 뜻은 어떠하신지 모르겠습니다.”
이 말을 듣고 장과로는 큰소리로 웃으며 말하였다.
“나는 이미 나이를 너무 많이 먹은 사람이고 권세 있는 사람에게 아부할 수 없으니 공주의 인생을 그르칠까 두렵소.” 태감은 궁으로 돌아가 현종에게 장과로와 소화와 왕형질의 이야기까지 상세하게 전하였다. 그 당시 현종은 공주를 장과로에게 시집보내기로 혼자 마음먹었고 이 일을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었다. 그 자리에 있던 소화와 왕형질도 그제야 비로소 장과로가 왜 공주이야기를 했는지 이해하게 되었고 가히 장과로가 미래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신기한 일들이 알려지자 조정의 모든 관리들이 장과로가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를 찾아가 인생사를 자문하였다. 이들은 장과로의 출생ㆍ경력 등을 묻기도 했고 수련의 비결을 가르쳐 줄 것을 요청했다.
“몸 안에 단약이 있으니 안을 비춰 마음을 편히 하고 앉아 몸 안의 일월과 감리를 사귀라. 그러나 근본이 없으면 들어도 소용이 없으니 누가 이를 능히 깨우치겠는가?”
사람들은 장과로가 애매하게 답하고 사람들에게 오묘함을 가르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는 대부분의 질문에 성의껏 대답을 했는데 때로 놀랍고 믿기 힘든 대답을 사람들이 듣고는 했다. 벼슬을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러한 대답을 한 적이 있었다.
“나는 상고 삼황오제시절 요(堯)임금 때 병자(丙子)년에 태어나서 요임금과 함께 정사를 보면서 시중의 벼슬을 지냈다.” 이를 근거로 하여 계산하면 장과로가 3천년을 더 살았다는 말이었다. 그는 찾아오는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어떤 때는 위엄을 갖추어서 말하고 어떤 때는 어린애와 같이 해학적이어서 듣는 사람들이 그를 대하면서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많은 사람들은 장과로의 일거수일투족이 신기해서 장과로 신변의 시종들에게 장과로가 평소에 무엇을 하고 무엇을 먹고 사는지 등을 몰래 물어보았다. 그들의 질문에 시종들이 대답하였다.
“장과로는 아주 조금씩 나물과 물을 먹는데 늘 기를 막고 삼키는 폐기탄인(閉氣呑咽)의 비법을 연마하여 며칠씩 음식을 먹지 않습니다.” 그들의 대답에 모두들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만 실상 장과로의 보이는 모습이 사실인지도 분간하기 어려웠다. 현종이 장과로를 내전으로 불러 술을 하사한 적이 있었다. 장과로는 술을 한 잔의 술을 조금씩 나누어 마신 후에 더 이상 마시는 것을 사양하였다.
“산에서 살아온 신은 주량이 적습니다. 이미 주량을 넘었기에 더 이상 마시는 것은 곤란합니다. 다만 저에게는 제자 하나가 있는데 술 한 말을 마실 수 있습니다. 그러하오니 제자를 불러서 폐하를 모시고 함께 술을 마시고 싶습니다.” 현종은 기뻐하면서 장과로가 제자를 부르는 것에 동의하였다. 장과로가 웃으면서 전각 밖을 향해 손을 들자 과연 한 명의 어린 도사가 전각 처마에서 몸을 날려 내려왔다. 얼굴을 보니 나이는 19세 정도로 보였는데 눈이 맑았고 몸가짐이 우아하여 좋은 느낌을 주었다. 어린 도사는 서슴없이 전각으로 들어와 현종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인사를 하였다. 언행이 현종의 마음에 너무나 잘 들어맞아 흡족하였다. 현종이 옆에 앉게 하려고 하자 장과로가 얼른 제지하면서 말하였다.
“그는 나의 제자이오니 곁에 서서 있어야 합니다. 폐하께서는 그에게 앉도록 해서는 안 됩니다.”
현종이 찬찬하게 그 어린 도사를 자세히 살펴보는데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 현종은 그 어린 제자에게 술을 내렸다. 그 어린 도사는 술을 주면 즉시 받아 마셨고 조금도 사양함이 없었다. 현종은 장과로의 어린 제자가 술을 흔쾌히 받아 마시자 연속해서 술을 권하였다. 현종이 계속해서 어린 제자와 술을 마시는 걸 보다가 장과로가 더 이상 술을 마시는 것을 제지하였다.
“내 제자의 주량은 오직 술 한 말입니다. 한 모금도 더 마실 수 없으니 폐하께서는 더는 그에게 술을 권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술을 더 마시면 끝이 좋지 않을 것입니다.”
현종은 장과로의 충고를 무시하고 그의 제자에게 다시 술 한 되를 더 권하였다. 어린 제자는 어찌할 수 없이 잔을 들어 마셨다. 그 순간 어린 제자 머리 위로 술이 솟구쳐 오르고 바닥으로 쏟아지는 것처럼 보이더니 어느새 제자가 서 있던 자리에는 술독이 있었다. 현종과 좌우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술독에는 조금 전에 제자가 마신 한말의 술이 가득 차 있었고 옆에는 ‘집현전(集賢殿)’이라는 글자가 써 있었다. 그것은 원래 집현전 서원의 술독이었으며 모든 사람들의 장과로의 도력 때문에 현혹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장과로의 신비한 도력에도 불구하고 현종의 의심은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그의 옆에서 지켜보던 손역사가 현종에게 의견을 말하였다.
김순이
2005-11-21 09:14
드디어 금괴! 일본군이 파묻고 간 금괴에 관한 전설이 주인공과 엮어지는군요. 결혼하고 아기를 낳을 때까지 산천단 곰솔 밑에서 살았답니다. 점점 흥미를 더해가는군요. 다음 회를 기다리는 것이 참 힘드네요.
강병철
2005-11-25 21:52
김순이 선생님!
따뜻한 격려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선생님이 쓸 더 좋은 소설 기대하겠습니다.
여러종류의 자료를 많이 보고 읽고 칠십대의 사람들을 만나서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듣고 있습니다.
제주도에 묻혀있는 보물이 엄청난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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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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