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누나와
한 우산을 받으면
샘이 난 빗줄기가
아무리
몸부림쳐도
우리들의 양쪽 옷자락을
몽땅
적시지는 못한다.
그래도
짓궂게 따라오며
우리들의 옷자락을
끝내
적신다 해도
한 마음이 된 웃음만은
조금도
적시지 못한다.
1992년 작품입니다.
-시작 노트
지난여름 비 오는 날, 소녀 가장 오뉘가 한 우산을 쓰고 갑니다. 빗줄기를 헤치며 가는 모습을 보노라니 오뉘 삶을 보는 것 같아 안쓰러웠습니다. 비를 피해 가면서도 무슨 재미있는 일이 있는지 깔깔대며 웃는 웃음소리！ 문득 기쁨을 같이하면 배가 되고 슬픔을 같이하면 반으로 준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괴로워도 울지 않고 웃음으로 살아가는 밝은 오뉘 모습이 대견스러웠습니다. 심술궂은 빗발처럼 아무리 큰 불행이 오뉘를 괴롭히더라도 굴하지 않고 꿋꿋이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한 편의 시 속에 담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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