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빗줄기 추적이고 있다
매사에 갇힌 시간에 붙들려 ‘ㄴ’ 과 ‘ㄱ’의 몸뚱이로 턱 고이고 로댕의 시늉을 하지만
구부정한 건 매한가지, 간혹 ‘1’자로 쭉 뻗고 볼 일을 보기도 한다
그러길 수차례 눈치를 챘나, 벽에 걸린 시각, 재깍재깍 소리도 없이 꾸물거리던 두 검
객, 서로 등을 맞대고 둘이 하나가 되는 ‘1’자 검법으로 창의 양날을 하늘과 땅, 극과 극
으로 치켜든다. 두 말 말고 꺼지란 암시, 몸통을 찌른다
벌떡 일으키면서 이윽고 내달린 곳, 사각의 링, 사방이 유리벽이다
제자리 달리길 근 1시간 쇳덩이와 씨름하길 따라 1시간 육즙이 비 오듯 한다
늘 그렇듯 차라리 밖으로 뛰어나가 비를 맞았으면 만사를 끌어다 형통하겠으나 어둠의
그림자가 그새 아가리를 다물었다는 핑계다
냉수 한 컵 벌컥 들이키고 훌러덩 샤워 물줄기에 매달린다
마냥 내리는 빗줄기나 이놈의 물줄기나 흐르는 땀이건 마시는 물이건, 왜 서로 근친을
치대는지 도대체 이들의 정체가 사뭇 궁금하다
하여, 심기를 모으고 샤워기 호스를 타고 수도관 속으로 기웃거린다
귀소의 본능으로 거슬러 오를수록 낚싯대처럼 마디마다 조금씩 큰 파이프로 이어지고
어둠 속 물살을 가르며 아득바득 기어오르니 한라산 중턱, 우뚝 선 담벼락이 비친다
안개로 삼킬 듯한 뿌연 저수지 안으로 생수가 억수로 고였다
이 물이 원천일 거라는 시선으로 둘레를 살핀다
근처 어디선가 졸졸거리는 소리,
그 가느다란 물줄기를 따라 골짜기를 더듬는다
숲을 훑고 가시덤불, 자왈*을 더듬다 마침내 다다른 곳
제줏사람들 生의 원천, 곶자왈*이다
하늘과 맞닿은 곳, 습하다, 여기에도 비가 추적거린다
비 새고 스며들어 맑은 샘 솟게 하는 곳
지금껏 매달리던 정신줄을 놓고 우수에 흠뻑 젖는다
눈두덩 깜박였더니 처음 기어들던 샤워 꼭지가 비치고
살갗으로 장대비 쏟아진다
아, 시원한 물줄기, 이제 숨통 트인다
수챗구멍으로 수심愁心이 몰린다
마침낸 바다로 흘려버릴
------------------------------------------------------------------------------------------------
* 자왈: ‘덤불(어수선하게 엉클어진 수풀)’의 제주방언, 자갈이라는 의미로도 쓰임
* 곶자왈: 화산이 분출할 때 점성이 높은 용암이 크고 작은 바위 덩어리로 쪼개져
凹凸 지형이 만들어지면서 형성된 제주도만의 독특한 지형이다. 곶자왈은 나무·
덩굴식물·암석 등이 뒤섞여 수풀처럼 어수선하게 된 곳을 일컫는 제주방언
연혁 
홈 > 회원마당 > 문학창작방
ㅣ 제주문인협회정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