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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악산의 일몰

한 여름의 뜨거운 열기도 저물어가는 햇살과 파도 소리에 씻겨가고 있는듯 했습니다.
바다냄새를 품고 코끝에 와닿는 바람은 등줄기에 흐르던 땀을 사뿐하게 말려주었습니다.

방목돤 흑염소들도 일몰을 아는지
대장의 인솔 아래 줄줄이 뒤를 따르며 송악산 정상 너머로 총총 사라져 갑니다.

정상에 올라, 일몰을 기다리며 둘러본 사방은 저녁놀에 젖어 아름답기 그지 없었습니다.

금빛으로 물든 형제섬

바로 앞에는 가파도, 그리고 한국의 최남단 마라도가 보일듯말듯 희미합니다.

단산과 금산이 저녁 안개 속으로 묻혀가고 있습니다.

산방산.
뒤로 보여야 할 한라산은 구름에 가리고.....

모슬봉.

커피를 한 잔 마시며 바라보는 서녘 하늘과 바다.
빌딩과 자동차들의 어지러움 속에서 시간은 알지언정 일몰은 잊어버렸던 일상.
이렇게 넉넉한 기분으로 산정에 앉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쁨은 충만했습니다.

하루가 잠깁니다.
그러나 하늘이 닫히는 것은 아닙니다.
별과 달이 꾸미는 새로운 하늘이 바톤 터치를 하며 다가섭니다.
시작은 끝을 향하여 내닫고 그 끝은 또 새로운 시작이라는 윤회가
일상 속에 늘 있음을 잊고 있었습니다.

이제 다시 도심 속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러나 가끔씩은 또 다른 일몰을 찾아 나서겠습니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자연을 호흡하며 또 다른 나를 찾기 위해서도 말입니다.

편안한 밤을 맞이하십시오.

2005. 8.
남제주군 대정읍 송악산에서....

송창선

2005-08-22 08:47

잘 보고 갑니다. 자연의 숨이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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