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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효의 시 읽기(6) -김은주의 <겨울 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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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재효
작성일 2005-03-28 (월) 22:28
홈페이지 http://www.hansimun.com/kjh/
분 류 평론
ㆍ추천: 43  ㆍ조회: 1664      
IP: 211.xxx.235
권재효의 시 읽기(6) -김은주의 <겨울 강에서>
권재효의 시 읽기(6)
&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김은주의 &lt;겨울 강에서&gt;
&nbsp;&nbsp;&nbsp;&nbsp;&nbsp;&nbsp;
겨울 강이 돌아누워 있다

강은 속내를 보이지 않고
깨알같이 밀려오는 물소리가
안으로 끌고 들어간다

물살은
송사리 등줄을 푸르게 하고
모난 돌 밤낮 없이 다듬이질한다

부드러움 넘치면 물길이 굽어 흐를까
웃음은
눈물은
물풀 뒤에 숨기고
뭉근한 가마솥 물살은 멈추지 않는다

바람이 가고 바람은 또 가고
어제의 그 바람이 오던 날

저려오는 등줄기에 몸을 웅크리니
송사리들
내 가슴에서 놀고 있었다
뒷산의 내 아비를 그때서야 보았다
겨울 강에서.

&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 -김은주의 '겨울 강에서' 전문-

차분하게 흐르는 겨울 강의 이미지를 이처럼 아름답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포착하기도 쉽지 않을 듯하다. 박재삼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에서 우리는 서럽도록 아름다운 강을 본다. 박재삼에 있어 강은 서러움 그 자체였던가 보다. 그리하여 박재삼을 따라 그의 강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우리는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젖어 있는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박재삼의 강이 서러움의 강이라면 김은주의 강은 차분한 관조의 강이다. 강렬하진 않지만 그 속엔 편안함과 자연스러움, 그리고 소박한 깨달음이 있다. 첫연부터 사람을 잡아끄는 마력을 발휘한다. 겨울 강은 돌아누워 있다. 이 한 구절로 우리나라 겨울강의 특징을 대부분 말하고 있는 듯하다.

'돌아누워 있다'는 표현의 의미를 생각해 보도록 하자. 이 표현은 의인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사실적 묘사에 가깝다. 즉 겨울 강은 내 쪽에서 보아 바깥쪽으로 휘어져 흐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함축된 의미는 실로 풍부하다.
'돌아눕는다'는 표현은 모로 누워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 때 모로 눕는가? 우선 추울 때 웅크리고 잔다. 부부싸움을 한 뒤에도 이런 잠을 잔다. 소리 없이 흐느낄 때도 이런 자세가 나온다. 뒤척이며 잠 못 이루다 선잠을 잘 때도 이런 자세가 나온다. 이른바 새우잠을 잤다는 것이 그것이다. 즉 돌아눕는다는 것은 뭔가 옹색하고 조용하고 자기 방어적이다.

필자는 우리나라 겨울 강의 모습이 대개 이러하지 않나 생각된다. 우선 겨울 강은 수량이 풍부하지 않기 때문에 조용히 흐를 수밖에 없다. 겨울 강은 다소 황량한 느낌을 준다. 가난한 내 이웃들, 혹은 힘든 삶을 살아온 우리네 부모세대를 연상케 한다. 무언가 생각하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중국의 양자강이었다면 결코 이런 표현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이 시가 첫연부터 무척 효과적인 표현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강은 속내를 보이지 않고/ 깨알같이 밀려오는 물소리가/ 안으로 끌고 들어간다

2연에서 우리의 겨울 강은 한 층 구체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속내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네 부모세대는 좀처럼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았다. 이것은 음흉스러움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속이 깊음을 의미한다. 밥을 굶어 냉수로 배를 불린 어머니가 남편 앞에서 혹은 자식들 앞에서 이웃에서 밥을 얻어먹고 왔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슬픔이나 감정을 외부로 표출하기보다는 안으로 삭히는 문화에 익숙해온 터였다.

그러나 어찌 속이 없겠는가? 그 내면의 깊숙한 소리가 우리를 끌고 들어간다는 것이니 시인은 겨울 강에서 우리네 부모의 모습을 읽고 있는 것이다.

물살은/ 송사리 등줄을 푸르게 하고/ 모난 돌 밤낮 없이 다듬이질한다//
부드러움 넘치면 물길이 굽어 흐를까/ 웃음은/ 눈물은/ 물풀 뒤에 숨기고/
뭉근한 가마솥 물살은 멈추지 않는다

3연과 4연이다. 물살은 송사리 등줄을 푸르게 하고 모난 돌을 밤낮 없이 다듬이질한다고 표현하고 있다. 쉬임 없이 물이 흐르므로 송사리는 등줄이 푸르게, 즉 건강하게 커가는 것이다. 물이 흐르지 않고 고여있다면 송사리의 등은 결코 푸르지 못할 것이다. 또한 밤낮 없이 물살이 다듬이질한 탓으로 모난 돌이 둥글게 되는 것이니 등푸른 송사리와 조약돌을 빌려 부모의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그처럼 사랑이 넘치면 물길이 굽어 흐를까? 하고 시인은 부모의 등굽음이 자식에 대한 사랑 때문이라 생각하고 안타까워하고 있다. 웃음과 눈물조차도 물풀 뒤에 숨길 정도로 희노애락을 잘 표현하지 않지만 애정은 결코 식지 않는다는 것이니 이 역시 우리의 전통적인 부모상이다.

4연에서 '뭉근한 가마솥 물살'이란 표현이 독특하다. 뭉글다는 말은 '세지 않은' '은근한' 이런 뜻이니 우리의 부모는, 특히 아버지는 무뚝뚝하여 드러나지 않는 가운데 사랑을 표현한다. 그런 사랑을 시인은 '뭉근한 가마솥 물살'로 형상하고 있다. 이러한 표현으로 미뤄볼 때 시인의 아버지는 경상도가 고향이 아닐까 생각된다.

바람이 가고 바람은 또 가고/ 어제의 그 바람이 오던 날// 저려오는 등줄기에 몸을 웅크리니/ 송사리들/ 내 가슴에서 놀고 있었다/ 뒷산의 내 아비를 그때서야 보았다/ 겨울 강에서

5연과 6연. 세월이 흘러 시인은 결혼을 하고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채 열심히 살아왔다. 그러다 문득 가슴에 송사리를 키우고 있는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즉 어버이가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부모의 사랑은 자식을 낳아봐야 안다고 했던가? 시인은 어려서는 사랑이라고 별로 실감하지 못했던, '뭉근 가마솥 물살' 같던 아버지의 사랑을 중년이 지나서야 새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저려오는 등줄기에 몸을 웅크리니/ 송사리들/ 내 가슴에서 놀고 있었다. 이런 구절은 참으로 신선하다. 사는 일이 힘들어서(저려오는 등줄기) 측은하게 나를 보고 있으려니 내 가슴에 자식들이 매달려 있음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뒤이은 구절이 가슴을 울려온다. 뒷산의 내 아비를 그 때서야 보았다. 현재 힘들어하고 있는 나를 보았더니 예전에 자식들을 위해 웃음도 눈물도 감추어야 했던 아버지의 고통과 사랑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겨울 강에서 아버지의 사랑을 읽을 줄 아는 김은주 시인의 통찰력이 예사롭지 않다. 아버지의 사랑을 이처럼 신선한 언어로 표현해 낸 김은주 시인께 박수를 보낸다. 그녀는 큰 시인이 될 풍부한 소양을 갖추고 있다고 보아진다.

*김은주는 필자와 동인활동을 함께하는 여류시인으로서 강화도에 살고 있다. 그녀의 시를 읽고 나의 감상을 적어 본 것이다.

이름아이콘 강갑순
2005-04-06 09:53
 시감상 더욱 깊게 하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적절한 감상의 내용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즐감했습니다. 건승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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