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동파(蘇東坡)의 시세계> 1. 소동파와의 만남
*딱히 맞는 장르가 없어 평론이라 이름 붙여봤지만 실은 평론은 아니지요.
소동파를 이해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노트라 생각하면 좋을 듯합니다.
1. 소동파(蘇東坡)와의 만남
문우 중에 조규백 박사가 있다. 그는 중국문학, 그 중에서도 소동파를 전공하였는데 4년전 쯤엔가 나는 고맙게도 그로부터 책 한 권을 증정받을 수가 있었다. <중국의 문호 소동파>라는 책이 그것이다. 중국의 왕수조 박사가 쓴 책을 조박사가 각고의 노력끝에 우리 말로 번역한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4년동안 내 서가에 꽂아둔 채 한 번도 보지 않았다. 바쁜 탓이기도 하였지만 왠지 고리타분할지도 모른다는 선입견이 많이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뿐만 아니라 한문을 모르는 나로서는 암만 번역본이라고 하지만 많은 원문이 나오는데 그 원문을 읽을 자신이 없어 부담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그러다가 지난 2월에 우연히 그가 하는 소동파 강의(강독이 맞을지 모르겠다)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나는 눈이 번쩍 뜨였다. 협곡에 흘러내리는 물을 묘사한 시였는데 참으로 표현이 놀라웠다. 현대시의 주요 요소의 하나로 여기는 이미지를 천년전의 시에서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생생한 표현을 조박사의 도움으로 읽고는 그만 소동파에 매료되고 말았다.
집에 와서 4년 전에 조박사가 내게 준 책을 서가에서 찾아내어 읽기 시작했다. 소동파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나는 그의 호방하면서도 섬세하고 감상적인가하면 이지적인 인간성에 점점 매몰되어가는 듯하다.
비유하자면 그는 서양의 괴테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그는 괴테와 마찬가지로 대시인이다. 괴테가 모든 분야에서 독일어의 문체를 확립했듯이 소동파 역시 중국어를 모든 분야에서 근대적 문체로 혁신시켰다.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 중에서도 소동파를 제1로 치는 것은 그의 이런 폭넓은 재능과 활동 때문일 것이다. 괴테가 문학외에 회화, 음악, 과학 등에서도 최상급의 수준에 도달했듯이 소동파 역시 회화, 음악, 글씨는 물론 성리학과 고증학에 있어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대가이다.
나는 이런 소동파와 교유하기로 단단히 작정을 하고 있다. 생각해보라. 대문호와의 교유란 얼마나 신나는 일이가를. 어쩌면 그는 생각보다 까탈스러울지 모른다. 나의 인내심을 시험하고자 여러 곳에서 내게 어려운 문제를 내밀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쨌든 나는 깍듯이 스승으로 모실 것이다.
그와 교유하기 위해서는 그의 작품을 읽어나가는 수밖에 없다. 물론 나의 짧은 한자실력으로 그의 작품을 이해한다는 것은 장님 코끼리 더듬는 것만큼이나 무모한 일일 것이다. 다행히 조규백 박사의 번역본이 있으니 이를 텍스트로 하여 동파의 시세계를 더듬어 보고자 한다. 공부를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나름대로 재해석을 시도해보는 것이 가장 낫다는 것을 나는 경험으로 터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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