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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강병철
ㆍ작성일	2006-01-02 (월) 01:46
ㆍ홈페이지	http://blog.naver.com/qshuba
ㆍ분 류	소설

ㆍ추천: 51 ㆍ조회: 935

ㆍIP: 222.xxx.146

[장편소설] -의선(醫仙) 20 -
어느 날 여동빈의 집에 도둑이 들어서 많은 물건을 훔쳐갔다. 그러나 여동빈은 마음의 평정을 잃지 않고 화를 내지도 않았다. 이를 보고 종리권은 여동빈이 물질적인 것에 대하여 초연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여동빈이 거리에서 군중이 모여 있어 구경을 해보니 한도사가외치고 있었다.
“이 단약을 팔려하오. 이 단약을 먹으면 즉시 죽을 터이지만 후세에는 기어이 도를 얻게 할 것이요.”
여동빈은 즉시 그 단약을 사서 집으로 갖고 온 후에 먹고 죽음을 기다렸으나 오히려 기운이 솟구치고 마음이 청정하여졌다. 이를 보고 종리권은 여동빈이 도를 얻기 위하여 목숨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천하를 주유하던 중에 작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너게 되었다. 중간쯤 갔을 때 광풍이 몰아쳤다. 여동빈은 단정히 앉아 마음의 평정을 잃지 않았다. 이를 보고 종리권은 여동빈이 위기에서도 마음의 흔들림이 없이 마음의 평정을 유지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루는 그가 참선하고 있을 때, 분개한 귀신들이 나타났다.
“여동빈 , 네놈이 전생에 나를 처참하게 죽였다. 이제 빚을 갚아라.”
살이 찢기고 피를 흘리는 귀신들이 여동빈을 원망하며 날뛰었다. 여동빈은 태연하게 자신을 처단하여 빚을 갚겠다고 하면서 사죄했다. 그들은 분개하여 떠들다가 사라졌다. 이를 보고 종리권은 여동빈이 전생에 지은 악업에 순응하여 과보를 받으려함을 알게 되었다.  이 모든 시험을 통과하자 종리권은 기뻐하며 승천하였으며 여동빈에게 대중을 제도하라고 하였다. 여동빈은 세상의 모든 중생을 제도할 때까지 승천하지 않겠다고 맹세하고 지선(地仙)이 되었다.
여동빈은 세상에서 백여세까지 지내다가 무창 황학루 3층 누각 위에서 신선이 되어 올라갔으나 세상의 여러 곳을 다니며 사람들을 도왔다. 송나라 경력 4년(1044년)에 등자경은 중앙 정치무대에서 쫓겨나 파릉군 태수가 되었다. 부임하여 애써 정사를 잘 펼치자 일 년이지나 각종 폐단과 부정이 사라졌다. 등자경은 당나라 시절의 연국공 장열(張說)이 세운 악양루가 낡아서 보수를 시작하였다. 이윽고 악양루를 보수하여 새롭게 단장하자 큰 잔치를 열었다. 연회가 막 시작되려고 하는데 등자경은 문득 이름만 적힌 명첩 하나를 받았는데 단지 ‘화주(華州)도사가 삼가 문후한다’라고 씌어져 있었다. 등태수는 그 도사를 영접하여 악양루 위로 올라오게 하였다. 얼굴을 보니 긴 수염이 가슴까지 드리웠고 등 뒤에는 장검을 메고 있는데 그 모습이 담담하고 단아하여 위엄을 느끼게 하였다. 도사는 등태수와 마주하여 인사를 하고는 자리에 앉아 호쾌하게 술을 마시기 시작하였다. 이윽고 흥이 돌자 악양루 중창 경축연에 참석한 사람들은 술에 취한 후 시를 짓기 시작했다. 화주도사도 시를 적어갔다. 朝游東海暮蒼梧(조유동해모창오) 아침에 동해에서 놀다 저물어 창오군으로 간다.袖裏靑蛇膽氣粗(수리청사담기조) 소매 속 푸른 뱀은 담력과 기력이 더욱 호쾌하다. 三醉岳陽人不識(삼취악양인불식) 악양루에서 세 번 취하나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데郞吟飛過洞庭湖(랑음비과동정호) 낭랑히 시를 읊으면서 동정호를 날아서 지나가네.
  등자경은 화주도사의 시를 읽고 이해가 되지 않아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지만 그가 범상하지 않은 인물이라는 것을 깨닫고 화공에게 화주도사의 모습을 급히 그리게 하였다.
등태수는 화주도사에게 다가가서 공손히 이름을 물었다.
“도사의 성명을 알려주시면 기억하려 하오”
여동빈은 웃으면서 대답하였다.
“성은 여요 이름은 암이라고 하오.”
이 말을 듣고 모든 사람이 놀라서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아니 이분이 신선 여동빈이란 말이요!”
여동빈은 껄껄 웃으면서 자리를 떠났다.
사람들은 악양루 우측에 삼취정(三醉亭)을 세웠다. 청나라 건륭 40년(1775년)에 삼취정을 세워서 술에 취하여 비틀거리는 모양의 여동빈 상과 그가 쓴 시를 새겨 놓았다.
그의 시에서 소매 속의 푸른 뱀이란 원래 호수 속의 이무기였다. 일찍이 파릉현 남쪽 백학산에는 큰 호수가 두 개 있었다. 그 호수에 이무기가 살고 있어서 주위 사람들에게 많은 피해를 끼쳤다. 이곳을 지나던 여동빈이 도력으로 이무기를 사로잡아 단검으로 화하게 하여 항상 소매 속에 지니고 다녔다.  남송 시절에 비릉시에는 유명한 점쟁이가 있었는데 그의 점은 정확하다고 소문이 나 있었다. 그는 푸른 두건을 메고 몸에는 누런 도복을 입고 있었는데 지명(知名)선생이라 사람들이 불렀다. 비릉군 태수 호도는 지명선생이 점을 기가 막히게 잘 친다는 소문을 듣고서 지명선생을 청해서 점을 쳤다.
“태수께서는 장수를 할 운명이고 관직에 변동이 있으며 청명절 전 5일 또는 청명 후 7일이 그 변화의 시기입니다.”
태수 호도는 청명 5일 전에 과연 그가 자리를 바꾸어 형문군 태수로 간다는 소문을 들었고 청명 후 7일이 되자 정식으로 이동명령을 받았다.
호도는 지명선생의 도력에 놀라서 다시 그를 만나려 했으나 이미 그의 종적은 묘연하여 알 길이 없었으나 후에 지명(知名) 두 글자 중에는 지(知)자에 ‘口’, 명(名)자에 ‘口’가 있어 두 구(口)자를 합한즉 ‘여(呂)’자가 되어 이는 여동빈이었음을 깨달았다.  여동빈이 하루는 악양의 거리를 걷고 있었는데 몰골이 흉한 거지를 보았다. 그는 거의 굶어 죽어가고 있었다. 세상에 대한 원망이 가득한 그의 모습에 측은함을 느껴서 여동빈은 약간의 음식을 주었다. 여동빈은 주변의 돌을 하나들어 그것을 황금으로 바꾸었다.
“ 이것으로 새로운 삶을 살도록 하시오.”
그는 거지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을 하고는 그 자리를 뜨려고 했다.
“잠깐만요, 제발 돌을 금으로 만드는 법술을 가르쳐 주십시오. 이 금덩어리는 금방 다 써 버릴 것입니다.”
여동빈은 거지를 쳐다보고는 고개를 한번 젓고는 껄껄 웃으며 그 자리를 떴다.
하루는 여동빈이 기름장사가 되어 기름을 팔면서 악양에 갔다. 기름을 사는 사람들마다 조금씩 더 달라고 요청했다. 그렇지만 한 노파가 기름을 사면서 더 달라고 하지 않자 여동빈은 그녀를 눈여겨봤다. 여동빈은 그녀의 집으로 쫓아가서 그녀에게 한줌의 쌀을 요청하였다.
“할머니 내게 한줌의 쌀을 주시면 고맙겠소.”
그녀는 말없이 한줌의 쌀을 갖다 주었다.
여동빈은 주문을 외우고 쌀을 우물에 뿌려 넣었다.
“이 물은 이제 맛 좋은 술로 변할 것이요. 할머니는 이 우물물을 퍼 올려 팔면 부자가 될 것이오.”
노파가 깜짝 놀라서 우물물을 퍼 올려 보니 과연 맛있는 술로 변하여 있었다. 여동빈은 이미 자취를 감추었다.
그 노파는 우물속의 술을 팔아 부자가 되었다. 일 년이 지난 후 여동빈은 그 집안을 다시 찾아갔다. 노파는 시장에 나가 있었고 그의 아들이 집을 지키고 있었다.
“이 집안은 술을 팔아서 부자가 되었으니 기쁨이 넘치겠구려.”
그의 말에 아들이 답하였다.
“그건 맞지만 술 찌꺼기가 있었으면 돼지를 먹여서 키우면 더 좋을 텐데.”
이 말을 듣고 여동빈은 우물에서 주문을 외워 쌀 한 줌을 거두어 들였다. 우물물은 다시 맑은 물로 돌아왔다.
호북성[湖北省]의 강물위에는 나무다리가 있었는데 한 불구여인이 구걸을 하고 있었다. 표정이 온후하게 보이고 행색이 남루하여 사람들이 동전을 던져주고 있었다. 허름한 차림의 여동빈이 지나가다가 먼지떨이를 흔들며 그 거지 여인에게 말하였다.
“부인 돈이 많군요. 제게 좀 나눠주시지요.”
그녀는 고개를 들어 등에 장검을 메고 먼지떨이를 든 온화하게 생긴 도사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하라고 하였다.
“그렇게 하십시오. 이것은 원래 사람들이 내게 온정을 베푼 것이므로 원래 내 것이 아니니 마음껏 가져가시지요.”
여동빈은 웃으며 거기 그릇에 들어 있는 돈의 반을 가져갔다. 며칠 후에 와서는 같은 말을 하며 돈을 거의 다 가져갔다. 그러나 그녀는 불쾌한 기색 없이 순순히 돈을 내 주었다. 다음날 저녁에 다시 그녀 앞에 나타난 여동빈은 모든 돈을 털어가려 하였다. 그러자 그녀는 몇 푼의 돈을 남겨달라고 사정하였다.
“아니, 이제까지는 잘 주더니 오늘은 왜 그러시오.”
여동빈의 질문에 그녀는 눈물을 떨어뜨리면서 대답하였다.
“지금은 날이 어두워 더 구걸을 할 수 없는데 집에서 기다리는 노모가 있어서 나는 굶어도 노모를 굶길 수 없어서 몇 푼이나마 남겨달라고 애원하는 겁니다.”
하반신이 불구인 그녀를 은근한 눈초리로 쳐다보던 여동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부인 일어서시오. 전생에 부인이 인색하게 굴고 하인의 다리를 상하게 하여 반신불수를 만들어 오늘날 이런 고통을 겪었으나 선을 행하니 내가 도와주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