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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서현석
ㆍ작성일	2005-09-14 (수) 15:45
ㆍ홈페이지	http://myhome.naver.com/zapari49

ㆍ추천: 42 ㆍ조회: 985

ㆍIP: 211.xxx.14

오름에서 만난 친구들

오름엘 가면 많은 벗들을 만납니다.
확 트인 시야만큼 가슴은 활짝 열리고,
그래서 마추치는 모든 것들이 그저 정겨울 뿐입니다.
제주의 소와 말들은 방목(放牧)을 합니다.
오름 정상에서 무리지어 노니는 말떼를 바라보며
내가 줍는 것은 자유와 평화, 그리고 여유입니다.

물찻오름 정상에서 발견한 자라.
녀석도 아마 나들이를 나섰다가 길을 잃은 모양입니다.
오름 한바퀴를 함께 돌고나서 다시 호수에 보내준 정성을 기억이나 하려는지.....

대병악 숲속에서 발견한 새끼 노루.
경계의 눈빛이라 다가가지는 못하고 모습만 담았습니다.
어두운 탓에 카메라마저 흔들리고..............

고추잠자리.
오름 가는 길섶에서는 흐드러진 코스모스를 보며 계절을 느끼고
잠자리를 보면서는 더 가까이 다가선 가을의 냄새를 맡습니다.

곤충의 짝짓기.
남들이 지켜보든 말든 종족보존을 위한 지극한 정성에만 열중합니다.
산행길,
두리번거리며 사방을 둘러보면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하루를 더욱 즐겁게 만들어줍니다.

구름이 하늘에 가득한 날에는 까마귀떼가 유난히 눈에 뜨입니다.
썩 유쾌한 울음 소리는 분명 아니지만
그러나 산행에서 마주치는 이 모든 것들은 전부 친구입니다.
살아가며 사귀는 친구 중에는
미더운 친구도, 밉상스런 친구도 있기마련이니까 말입니다.

눈여겨 살피지 않으면 들꽃의 아름다움은 볼 수가 없습니다.
온실에서, 화분에서 곱게 자란 꽃보다도
들녘에 버려져 스스로 꽃을 피운 모습이기에 더욱 아름답습니다.

제주의 오름 주변에는 곶자왈이 많습니다.
자연생태습지를 이곳에서는 곶자왈이라고 부릅니다.
습기가 많은 환경때문에 버섯도 종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만납니다.
대부분이 독버섯일테지만 그러나 내게는 반가운 벗일 뿐입니다.

(맨 아래 사진은 동충하초의 모습입니다.)

꽃을 찾아 날아드는 나비.
바리메오름 정상에서는 호랑나비 한마리가
여성 등산객을 쫓아 날며 곁을 떠나지 않습니다.
아무리 피해도 끈질기게 따라 붙는 모습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립니다.
분명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모양입니다.

그러나 오름을 오르며 가장 반가운 벗은 바로 저 빨간 리본입니다.
갑자기 안개가 끼거나 방향을 잃어버렸을 때
저 친구를 만나면 비로소 안심하여 가슴을 쓸어 내립니다.
이 조그만 표지는 바로 베풂이고, 사랑이며, 믿음입니다.

산행길,
만나는 모든 것들이 벗들입니다.
자연이 바로 벗이라는 가장 큰 기쁨을 안게되는 시간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넓고 큰 벗을 사귀는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