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가 던지는 '삶의 역설'
강통원 시집 '빛과 그늘'

입력날짜 : 2010. 04.03. 00:00:00

8년 만에 묶어낸 열번째 '마지막' 시집
파격적 산문시 혼입 작품 등 56편 수록

'세상 바깥으로 걸어가고 있었는가./여기까지 걸어오고 있었는가./살다 보니 늘그막에 이르렀다.//길 위에는/때로 눈이 내리고 비가 내리고/때로 바람이 불고/때로는 눈부신 햇살이 쏟아지는 날도 있었다./개었다 흐렸다/흐렸다 개었다/기상 예보와 변덕은 그 누구에게나 있었을 것이다./세상 산다는 게 다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중략)/그리저리 늘그막에 이르렀는데/무엇인가 껄끄러운 것들이 아직도 남아 있다면/훌훌 털어내고 홀가분하게/세상 바깥으로 걸어가는 일만 남았나 보다.'('늘그막에 2')

원로 시인 강통원(75·제주대학교 명예교수)씨가 열번째 시집 '빛과 그늘'을 펴냈다. 시집 '돌하르방'을 출간한지 8년 만에 나온 것이다.

시인은 시집 첫머리에서 "그간 나는 이런저런 뜻하지 않은 병마에 시달렸다. 힘겨울 때마다 시에서 위안을 느끼면서 간간이 써 두었던 졸고를 추스리고 정리해 내놓게 됐다. 그냥 미발표작으로 남겨두려고 작정했으나 권유에 의해 부득이 마지막 작품집이라 생각하고 상재했다"고 털어놓는다.

시인에게는 삶과 죽음, 생명과 반 생명, 이상과 현실 등과 같은 문제들이 갈등을 일으키며 집요하게 따라 다녔다. 시인은 그런 연유로 때로는 빛 속에서 그늘을 바라보고 때로는 그늘 속에서 빛을 바라보기도 하면서 어딘가 밝고 생명적인 것을 지향하는 가운데 찬미와 비판의 역설적인 콘텍스트를 수용하고 있다. 그래선지 삶의 일상과 주변 이야기, 또는 자연과 문명, 죽음의 문제와 연관되는 이미지들이 담겨있다. 수록작 중에는 자유로운 산문적 시의 파격이 혼입된 작품들도 여럿 발견할 수 있다.

시집은 1부 '숲과 사막' 2부 '억새의 비상' 3부 '이어도' 4부 '고향 가는 길에'로 구성돼 56편이 수록됐다.

시인의 표현대로 '마지막 시집'이 될수 있다는 생각 때문일까. 시집에는 '시인연보'가 연대별로 수록되어 있다. 가족사항, 출판사항 등도 빠짐없이 기록돼 눈길을 끈다. 다층. 1만원

한라일보 이현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