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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중천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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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중천의 여름
남제주군 남원읍 한남리에 위치한 거린악을 타고 흐르는 서중천은
이곳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아 때묻지 않은 모습이 곱게 보존된 곳입니다.
제주의 하천은 건천(乾川)이라고 부릅니다.
비가 내린 후에 잠시 흐르다가 비가 그치면 어느새 말라버립니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내가 흐른다고 말하지 않고 내가 터진다고 합니다.
비가 많이 내리면 갑자기 냇물이 터져 흐르다가는 이내 말라버리는 탓입니다.
지난밤 천둥 번개가 요란하게 빗줄기가 쏟아지더니만
오늘은 활짝 갠 하늘을 바라보며 여유있게 이곳을 즐길 수 있었음은 큰 행운이었습니다.
억겁 세월에 바위들은 매끄럽고 둥글게 깎이고
계곡 자락의 바위는 온통 이끼로 덮여 있었습니다.
유원지 계곡에서 보게되는 온갖 잡동사니 쓰레기며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소음도 없습니다.
귓가에 와 닿는것은 물소리, 새소리 뿐이었습니다.
가슴에 쌓였던 온갖 어지러운 생각이며 잡다한 걱정거리들은
저렇듯 포말처럼 부숴져버리고
내 마음도 물길따라 바다로 바다로 흘러갈 뿐이었습니다.
2005.7.31
거린악 서중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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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 제주문인협회정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