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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제주신인문학상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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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추천: 20 ㆍ조회: 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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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제주신인문학상 심사평
수필 심사평
좋은 글을 만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낯 모르는 사람이지만 오랜 지기처럼 반가워진다.
고미영님의 수필을 읽으며 글 마디마다 배어있는 고운 정감에 나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글 속에 함께 젖어드는 느낌이었다.
수필은 누구나 쓴다.
그러나 나의 얘기만 써서는 아무리 애쓰고 힘들여 쓴 글이라도 공감을 얻고 감동을 일으키기엔 부족함이 따르기 마련이다. 분명 나의 얘기지만 우리의 얘기처럼 들릴 때 작가에 대한 관심이 생겨나고 글에 대한 애정이 생겨난다.
글을 다 읽고 나서 가슴에 남겨지는 메시지는 무엇이 가장 좋을까?
두말할 것 없이 사랑이 정답 아닐까?
제출한 세 편의 글 ‘어머니’, ‘꽃치자 향기만큼’, ‘마음으로 진 빚’ 모두가 쓰는이의 고운 심성이 사랑의 마음으로 흠씬 묻어난다. 외롭고 긴 투병생활을 하면서 삶에 대한 집착만이 가장 큰 소망이 되었음직도 한데 그보다는 다른 이의 어려움과 힘듦을 헤아리는 마음이 절절이 와닿는다.
지난해에 비하여 제출된 작품수가 적었음은 아쉽다. 그만큼 글을 쓰는 사람들이 줄어들었다는 게 말이다. 글을 쓴 사람 모두가 그냥 일상에서 흘려버리고 지나칠 수 있는 것들을 잘 집어내고 잘 버무렸지만 고미영님의 글에서 가장 큰 공감을 느꼈다.
역시 수필은 기교가 아니라 공감이며 감동이 바탕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또 하게 된다.
응모해준 모든 분들의 더 큰 정진과 성취가 있기를 바란다.
서현석
제주문학신인상 시조부문심사평
시조의 기본기가 다져지지 않은 작품을 걸러내는 일은 쉽다. 그러나 최종심에 오른 작품 중에서 한 사람의 작품을 고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오계아의 작품과 이향숙의 작품을 놓고 수십 차례를 읽었다.
이향숙의 섬세한 감성과 감각적 표현 기법의 맛은 남달랐다.
참나리 이내 이울고 끝물 치자 뒤이어 피면// 가시오름 깊은 그늘 갈기 소리도 달다 했지// 까르르, 쏟아져 쌓이는 칠월 한낮 농익어// 마걷이 중 둘째 수
회식 끝에 남ㄱ신 고기/취기까지 싸들고// 귀가를 알려오는/ 휴대전화 그대 목소리// 차가운/‘한라산’소주/두 병 만큼 젖어있네// 귀가 중 첫수
오계아의 시조에는 삶의 연륜에서 오는 성찰과 고뇌의 깊이가 느껴졌다.
대운전 단청에서 퍼지는 그윽한 향기/ 석문(釋門)의 법문처럼 집착을 살살 녹여/얽매인 번뇌망상이 절로 슬슬 풀린다// 아무래도 나로서는 얻을 수 없는 불연/권하는 무소유는 무소유로 흘러가고/금하는 탐진치로만 인연이 맺어진다// 산사에서 한 순간 중 첫수와 넷째 수
당연히 시 하나만 놓고 보면 이향숙의 시가 돋보인다. 그러나 오계아씨가 70넘은 할머니라는 점을 생각하면 평가가 달라진다. 그 연세에 시조에 도전하여 글을 쓰는 모습도 아름답거니와 고시조의 틀에 안주하지 않고 정진하는 모습도 감동적이었다.
우리 심사위원들은 고민했다.
이향숙씨는 다음에 당선작으로 만나길 기대하며 오계아 할머니의 작품을 당선작 없는 ‘가작’으로 밀기로 했다. 우리 문협 사상 최초로 고희 넘으신 분이 신인으로 등장하는 것도 뜻깊은 일이라 생각하며 정진하시길 바란다.
심사위원: 고성기
￭제16회 제주신인문학상 시부문 심사평
서정적인 울림을 현대적인 솜씨로 빚어내는 시를
제주문학상 공모를 시행한 지 어느덧 16년을 맞았다. 그 동안 가장 활발한 응모가 이루어진 부문은 역시 시 부문이다. 이는 시가 유난히 대중의 사랑을 받는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길이가 짧기 때문에 손쉽다는 생각에서였을 것이다. 그만큼 시가 어떤 속성을 지닌 것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응모자가 적지 않다는 증거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현대인의 복잡다양한 생각을 짧은 형식에 밀어 넣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말들을 참아야 하는지를 생각지 못한 것이 아닌가 싶다.
또한 해가 거듭될수록 응모자의 수가 감소하는 추세에 있음을 볼 때, 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실감되기도 한다. 하지만 올해의 응모자들의 시를 보면 예년에 비해서도 훨씬 수준이 향상되었음을 보여주었다.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작품이 지난 해 두 명이었는데, 올해는 다섯 명을 놓고 심사자들은 행복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100여 편의 응모작품들 가운데 예심을 거쳐 논의를 시작한 것은 김화선의 ｢아버지의 고뇌｣ 외 4편, 이윤희의 ｢60평의 울림｣ 외 4편, 안은주의 ｢눈알이 아프다｣ 외 4편, 이민화의 ｢갈잎 안부｣외 4편, 송민호의 ｢해부학 실습｣ 외 4편 등 총 25편이었다. 이 중에서 김화선, 이윤희, 안은주의 시들에서는 비슷비슷한 약점이 지적이 되어 걸러질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시라고 하는 것이 산문과의 근본적인 차이가 비유와 이미지인데, 우선 이 부분에서 걸린 것이다. 뿐만 아니라, 써놓은 것을 나름대로 퇴고의 과정을 거친다고 했을 테지만, 불필요한 부분들이 섞여 있어 초점을 잃고 있는 것도 또 다른 약점이었다. 마지막으로는 자신의 머리에는 그 시를 이해하기 위한 모든 정보가 들어 있어서 이해를 할 수 있지만, 다른 독자들이 읽을 때에는 무슨 말인지 모르게 되는 난해함이 포함된 점이다.
이에 비해 이민화와 송민호의 시편들은 앞의 약점들을 대부분 극복한 수작들이었다. 이 두 분의 작품은 상당한 수련의 과정을 거친 솜씨이기도 하지만, 일상에서 시를 건져올리는 품이 기성의 시인들 못지 않은 재주를 지녔다고 보인다. 그런데 이민화의 시에서는 서정적으로 삶을 바라보는 응시의 눈길이 예사롭지 않고,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는 시적인 사연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신인답게 약간씩의 티도 발견되는데, 부분적인 산문성이 그러한 경우였다. 반면 송민호의 시들은 일상에서 발견한 시적 대상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처리하는 솜씨가 돋보인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이에 송민호의 ｢해부학 실습｣을 당선작으로 뽑는다. 응모해 주신 분들께 감사와 위로의 박수를 보내며, 당선자에게는 축하와 함께, 문운이 깃들기를 바란다.
변종태(시 분과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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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 제주문인협회정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