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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강준
ㆍ작성일	2006-03-27 (월) 11:30
ㆍ홈페이지	http://www.dramajeju.pe.kr
ㆍ분 류	희곡

ㆍ추천: 27 ㆍ조회: 1837

ㆍIP: 203.xxx.194

살어리 살어리랏다(7)
제 7 경(탐라성)

며칠 후, 달 밝은 밤, 성주와 부인 수심에 잠겨 있다.

성 주 : 큰일이야. 장차 일을 어찌 하려고 철딱서니 짓을 했단 말이오? 앵두가 항파두리로 가도록 도대체 부인은 뭘 했소?
이 화 : 앵두 성미를 잘 아시지 않소? 그 애는 누구 말도 안 듣습니다. 완전히 넋이 나갔어요.
성 주 : 역적 수괴와 사랑이라니 이 무슨 해괴한 소리요? 일이 잘못되면 우리도 책임을 면치 못 할텐데 어쩌려고 이러시오?
이 화 : 문국성 교위가 있잖습니까? 문 교위가 함께 있으니 잘 알아서 할 겁니다.
성 주 : 전하는 말에 의하면 김통정은 정사도 돌보지 않고 앵두와 온 섬을 돌아다닌다는데 도대체 이 무슨 해괴한 짓이오? 나라를 구하겠다는 자가 아녀자에 미쳐서 대사를 그르치기라도 한다면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된다는 것을 어찌 모를까?
이 화 : 어쩌면 잘된 일인지도 모르잖습니까?
성 주 : 잘 되다니?
이 화 : 김통정을 파멸시키면 몽고나 개경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니까요?
성 주 :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요?
이 화 : 제게 다 생각이 있습니다. 앵두를 이용해서 김통정의 마음을 사고, 연합군 측에는 나름의 구실이 생겼으니 일이 어찌 됐든 우리 책임은 면할 수 있습니다.
성 주 : 앵두를 이용하다니 난 심히 두렵소.
이 화 : 상황이 여차하면 앵두만 빼내오면 됩니다. 소첩만 믿으십시오. 가만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잖습니까? 성주마마는 누가 뭐래도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소리 마시고 계시면 됩니다.
성 주 : 헌데, 이레가 멀다하고 정보를 보내오던 문 교위가 근래 소식이 없으니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소? 혹 앵두 때문 마음이 변한 것 아니오?
이 화 : 문 교위도 포부가 큰 사람인데, 앵두의 거짓 행동을 이해 못할 위인이 아닙니다. 심려 마시오.
성 주 : 고맙소. 어찌 됐건 앵두 건은 부인한테 맡길 테니 잘 처신해주시오.
이 화 : 여부 있겠습니까? 헌데 요즘 왕자의 행동이 뭔가 심상치 않습니다. 문 교위가 항파두리에 자원해 간 것도 그렇고, 혹시 우리 자리를 넘보는 건 아닙니까?
성 주 : 잘 보았소. 이미 연합군 측에 선을 대고 있다는 소리도 들었소. 그렇다고 대대로 물려온 성주자리를 빼앗아 갈 수야 있겠소?
이 화 : 난세에는 영웅이 난다고 했습니다. 세상이 뒤바뀌면 하루아침에 멸가지족을 당할 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성주마마는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말고 가만히 계시라는 겁니다.
성 주 : 명심하리다. 누가 이기든 어서 이 난리가 끝났으면 좋겠소.
이 화 : 누가 이길 것 같습니까?
성 주 : 삼별초는 선친을 죽인 원수들이지만 내심 그들이 이겨야 우리도 독립할 수 있지 않겠소?
이 화 : 쉿. 절대 속내를 나타내지 마시라니까요. 꿀 먹은 벙어리, 벌써 잊으셨습니까?
성 주 : 알았소. 알았소. 자 비가 오려나 보오. 바람이 거세지니 들어갑시다.

암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