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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강준
ㆍ작성일	2006-03-05 (일) 17:21
ㆍ홈페이지	http://www.dramajeju.pe.kr
ㆍ분 류	희곡

ㆍ추천: 53 ㆍ조회: 1990

ㆍIP: 220.xxx.80

살어리 살어리랏다(1)
등장인물

김통정 : 삼별초의 장군
앵  두 : 탐라 여인, 김통정 모친 역을 겸한다.
김혁정 : 삼별초 낭장
부  인 : 김통정의 부인
성  주 : 탐라의 성주
이  화 : 성주의 부인
왕  자 : 탐라 관리
도  내 : 탐라 관리
문국성 : 왕자의 아들
당실이 : 탐라성의 시녀.
순 돌 : 탐라 백성
순돌모 : 순돌의 모친
송보연 : 고려 장군.
흔 도 : 몽고 고려감독관
그 외 잔군, 몽고군사들, 망령들, 고려병사들, 삼별초병사들, 탐라 백성들,                  악공

※ 이 극의 등장인물은 경우에 따라 눈주위만을 가린 탈을 이용하면 1인 다역으로 출연진을 대폭 줄일 수도 있다.

제 1 경 (본풀이)

  여몽연합군에 의해 삼별초가 평정 된 후.
연물소리 들리는 가운데 막이 열리면 앵두가 김통정의 내력담을 풀어내고 있다.
제상 뒤편으로 커다란 김통정의 영정이 있는데, 김통정이 근엄하게 앉아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김통정은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제상의 제물을 집어다 먹으며 갖가지 포즈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며 굿을 즐긴다.

앵 두 : 고려국 신미년 5월 되옵네다. 바람이 부드럽고 알맞게 비가 내려 온갖 아름다운 꽃이 피고 열매를 맺어 보족함이 없던 섬나라에 때 아닌 북풍이 몰아쳐 검은 먼지로 뒤덮일 때에 군사들을 이끌고 장군님은 오셨습니다.
       오랑캐에 빼앗긴 나라를 구하고자 장군님은 오셨습니다.
       진흙창에 빠진 백성을 구하고자 장군님은 오셨습니다.
       강화섬을 지나 진도를 거쳐 김통정 장군님은 오셨습니다.
       탐라 백성에게 농사법을 가르치고 배 만드는 법을 가르치고
       인간의 근본을 가르치고 나라 사랑을 실천 하셨습니다.

이때 영정 속에 앉아 있던 김통정이 앞으로 나온다.

통 정 : 그래서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나를 배척하고 오랑캐에 나라를 내어주고 살기가 편해졌습니까?
앵 두 : 에그 장군님, 어찌 돌아가시고도 편히 앉아 있지 못하고 나라 걱정이십니까? 편해지긴 어찌 편해집니까? 처녀애들은 몽고놈 씨받이로 끌려가고 사내자식들은 남의 나라 전쟁터에 끌려가고 목마장에 말테우리로 끌려가고
       아부하는 관리들은 배때기에 기름이 자글자글
       가혹한 세금으로 백성들의 배때기는 꾸룩꾸룩
       경제 파탄 가정파탄 거렁뱅이 넘쳐나고
       죽지 못해 사는 세상 어찌하면 좋단 말이오
통 정 : 내가 뭐랬느냐? 그토록 날 멸시하고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쥐새끼처럼 기회만 엿본 관리들 잘못이니 당해도 싸다.  

왕자, 포졸들을 데리고 등장한다.

통 정 : (왕자를 보고) 저 재수없는 놈은 뭐 하러 또 나타났어? 저 손금 없는 자식 안 죽고 여태 잘 버티네. 나 들어갈란다. 에이 퇴. 명절 때 먹은 떡국이 다 올라 오겠다.(자리를 잡고 영정 속에 앉는다)
왕 자 : 아니 이거 뭐 하는 짓들이야. 대인께서 곧 등장 하실텐데 어서 치우지 못해?
앵 두 : 치우라니오? 신성한 굿판에 무슨 재앙을 당하시려고 불경스러운 소리를 하십니까?
왕 자 : 아니 이년이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말대답이냐? 신성? 대체 누굴 위한 굿판인데? (제상 위에 영정을 보고) 아니 저놈은 반란수괴 김통정 아니냐?
앵 두 : 그러하오이다. 백성들이 우러름을 받는 김통정 장군이옵니다.
왕 자 : 이런 방자한 년. 여봐라, 이년을 당장 포박하여 관아로 데려가라. 그리고  대인이 이 오염된 곳을 지나지 않도록 전령을 보내어라.
앵 두 : 아니 내가 무슨 죄가 있다고 끌고 가느냐?

포졸들 앵두를 끌고 간다.
왕자, 영정 앞에 가서 제물을 집어 먹다 통정이 왕자의 뒤통수를 후려 갈기고는 온
화한 미소로 시칠밀 뗀다.

왕 자 : 아니 누구야? (주위를 돌아다보고 아무도 없음을 알고) 거 참 이상하네.

잠시 후. 성주가 들어오고 여를 타고 흔도가 등장하자 왕자 얼른 달려가 맞이한다.

통 정 : 아이구 저놈의 웬수. 저놈 때문에 죽어도 못 죽지. 왕재수. 에이 오늘은 영 일진이 안 좋구만. 잠이나 자야겠다. (퇴장한다)
흔 도 : 가마. 잠깐 멈추어라. (여에서 내린다)
성 주 : 대인. 어째 속이 안 좋으십니까?
흔 도 : 경치 참 좋구나. 내 전쟁을 치르며 여러 나라를 돌아다녀 봤지만 여기처럼 아름다운 곳이 없었다. 봐라 이 시원하게 펼쳐진 광야가 목마장으로 쓰기에 딱이다. 딱.
왕 자 : 지당하신 말씀이옵니다.
흔 도 : 경치만이 아니다. 저기 보아라. 저 바다 속에 발가벗고 춤을 추는 것이 여자들이 아니냐?
성 주 : 대인 저들은 목숨 걸고 해물을 따는 잠녀들이옵니다.
흔 도 : 잠녀? 저거 장사 되겠네.
왕 자 : 장사라니요?
흔 도 : 돈을 벌란 말이야. 저런 거 그냥 보여주지 말고 돈을 받아. 그러면 금새 부자 될 걸? 잠녀들에게 좀더 발칙한 모습으로 물구나물 서게 해서 말초신경을 자극시키란 말야. 내가 유람객들을 불러 모을테니 너희는 송객 수수료를 나한테 바쳐라. 어떠냐?
왕 자 : 좋은 생각이십니다.
성 주 : 하오나 저들은 먹고 살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불쌍한 백성들이옵니다.

흔 도 : 말이 많다. 까라면 깔 것이지 무슨 개소릴 지껄이는 거야? 성주 자네 다시 한 번 내가 하는 말에 토를 달면 혀를 확 잘라버린다. 알겠어?
성 주 : 명심하겠습니다.
흔 도 : (관객석을 보며) 어디 보자. 쓸만한 애들이 있나? 애들이 왜 모두 이러냐. 전부 파치들만 모여 놨군.
왕 자 : 대인. 잘 살펴보시면 쓸만한 물건들이 있을 겁니다. 저기 저 애 어떻습니까?
흔 도 : (특정 관객 앞에서) 응. 꿩대신 닭이군. 어떠냐? 나 몽골제국에서 황제의 명을 받고 온 감독관인데 몽골 가지 않을래? (사이) 뭐야? 임자가 있는 몸이라구? (왕자에게) 임마 너 뚜장이 맞아?
왕 자 : 아니 거기 말고 그 옆에 있지 않습니까?
흔 도 : 확실히 처녀 맞아?
왕 자 : 호적상에는 틀림없는 처녑니다만 남녀간의 문제야 신고 않으면 알 수 있겠습니까?
흔 도 : 보아하니 얼굴이 무기로구나. 남자 옆에 가본 적이 없는 토종이 분명하다. 몸도 튼실해서 자식 열은 문제없겠다. 너 몽골 안 갈래? (사이) 꼴에 튕기기는? 몽골 가면 출세하는 거야. 대몽골제국의 어머니가 되는 거라구. 몽골 반점 몰라? 자랑스런 혈통임을 증명하는 징표. 그런 힘 있는 제국의 아들을 낳는 게 얼마나 영광이야? 태어나자마자 몽골제국 영주권 나오지, 몽골말 배우려고 어학연수 할 필요도 없으니 얼마나 좋아? 안 그래? (사이) 글러온 복을 차는군. 임마 싫어도 할 수 없어. 넌 이미 낙점했으니 이따 끝나서 도망 갈 생각말고 순순히 따라와. 알았어? (포졸에게)말 안 들으면 잡아들여. 자 다음 사냥터로 가자.

흔도 일행 움직이는데, 암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