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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파(蘇東坡)의 시세계 -2.동파, 적벽을 노래하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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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재효
작성일 2005-05-10 (화) 10:02
홈페이지 http://www.hansimun.com/kjh/
분 류 평론
ㆍ추천: 90  ㆍ조회: 1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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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파(蘇東坡)의 시세계 -2.동파, 적벽을 노래하다(3)

동파, 적벽을 노래하다(3)
                  -세 째 단락

나는 걱정이 되어 자세를 고쳐 앉으며
손님에게 묻는다
"피리 소리가 어찌 그리도 슬픈가요?"
그가 말한다

"달밤이라 별은 드문데
까막까치 남쪽으로 날아가는구나
이것은 조조의 싯귀지요
서쪽으로 하구(夏口) 동쪽으로 무창(武昌)을 바라보니
산천은 어우러져 짙푸르게 우거졌으니
여기는 바로 조조가 주유에게 패한 곳 아닌가요?
형주(荊州)를 격파하고
강릉(江陵)으로 내려와 강 따라 진격하니
천리를 이은 군선
깃발은 하늘을 가리웠지요
강가에서 술을 마시며
긴 창 옆에 놓고 시를 읊었으니
실로 일세의 영웅이건만 지금은 어디 가고 없는가요?

하물며 그대와 나는
강가에서 고기잡고 땔나무나 하며
물고기, 새우, 고라니, 사슴을 벗하여
작은 배에 몸을 싣고 표주박 술잔 들어 서로 권하니
이 넓은 천지에 하루살이 같은 삶
끝없는 바다에 한 알 좁쌀
내 삶이 순간임을 슬퍼하지 않을 수 없군요
끝없이 흘러가는 長江을 부러워하지 않을 수 없군요
하늘을 나는 신선들 틈에 끼어
밝은 달 품에 안고 영원히 살고 싶군요
하지만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알기에
쓸쓸한 가을바람에 피리소리를 실어 보았지요."

다시 한 번 부(賦)라는 장르를 생각해 보건대 이야기 시와 비슷하지 않을까 한다. 마치 중세 서양의 음유시인들이 이야기를 음악에 실어 낭송한 것처럼. 이 적벽부에도 시적 상황이 이야기로 전개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셋째 단락에서는 퉁소 부는 사람의 독백이 시의 줄거리를 형성하고 있다. 하도 퉁소 소리가 구슬퍼서 동파는 은근히 걱정이 되었던가 보다. 술도 한 잔 했겠다. 풍덩! 강에 몸을 던질지도 모르지 않는가? 예나 지금이나 이런 풍각쟁이에게는 사연도 많고 한도 많은 법이다. 동파의 호기심이 발동하기 시작한다. 시인이나 작가들은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채집하는 것을 본능적으로 즐긴다. 그렇게 채집한 얘기에 자신의 사상을 넣어 하나의 작품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퉁소 불던 이는 자신의 신세타령을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기구한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영웅의 일생을 이야기한다. 꽤나 자존심이 강한 친구인가 보다. 영웅을 흠모하는 것을 보면 한 때는 공명을 날리려는 큰 포부도 지녔는지도 모른다. 아니, 실은 이 풍각쟁이는 소동파 자신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 또한 공명을 날리려는 야망을 지녔었지만 정쟁에서 밀려 이 곳에 귀양을 와 있는 것이다.

퉁소 불던 이는 조조의 싯귀를 읊는 것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적벽의 싸움을 회고한다. 적벽의 싸움은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에서도 백미를 장식하는 유명한 대목이고 중국 역사에 있어서도 중요하게 다뤄지는 대목이다. 적벽의 싸움의 결과로 빈털터리 유비는 형주(荊州)라는 기름진 옥토를 수중에 넣게 되고 제갈량은 그의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라는 전략의 기반을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

조조가 이 적벽의 싸움에서 패하지 않았더라면 삼국지라는 유명한 소설은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제갈량이라는 불세출의 기재(奇才)도 활약할 무대가 없었을 것이고 관우나 장비, 조운 같은 맹장도 이름 없는 장수로 남았을 것이다. 이 적벽싸움의 두 주역은 조조와 주유. 주유는 오나라의 문무겸비한 재사로 제갈량의 천하삼분지계보다 더 웅대한 천하경영전략을 품고 있었다 한다. 그가 일찍 죽지 않았다면 제갈량과 좋은 호적수가 되었을 것이다.

어쨌든 두 주역의 한사람인 조조는 양자강을 따라 진격해 와서 적벽 아래 진을 치고 있다. 강가에서 술을 마시며 긴 창을 가로놓고 시를 읊는다. 간웅으로 알려져 있는 조조가 중국 역사상 뛰어난 시인의 한 사람인 것도 상당히 아이라니컬하다. 그런 일세의 영웅인 조조도 지금은 흔적도 남아 있지 않으니 참으로 인생은 허무하지 않느냐고 풍각쟁이는 한탄하고 있다.

이런 영웅의 삶도 그러하거늘 하물며 당신이나 나와 같은 필부의 삶은 말해 무엇하리. 웅대한 자연 속에 있으니 더욱 나의 모습이 작고 초라해 진다. 그것을 동파는 풍각쟁이의 입을 빌려 '하루살이 삶'과 '바다 위 한 알 좁쌀'로 비유하고 있다. 현대시에서 이런 비유를 한다면 유치하다는 평을 듣겠지만 천년전에는 꽤 참신한 비유였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초라한 내 모습을 잊고자 도교에 의탁하여 신선이 되어볼까 하지만 그 또한 쉽지 않음을 알기에 그를 설워하여 피리를 분다는 것이다. 피리 소리가 그리도 구슬픈 이유치고는 그다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인생을 너무 피상적으로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각건대 이 풍각쟁이는 한 때 글줄이나 일고 영웅을 숭앙하였는지는 모르지만 인격적으로 미숙하기 짝이 없다. 웅대한 자연 속에 있으니 내 존재가 작아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하여 그걸 설워할 일인가? 신선이 되고 싶다고 그저 폼만 잡았을 뿐이지 진지하게 인생의 문제를 추구하지도 않았다. 그저 일반적으로 인생 무상 운운하는 얘기를 듣고 슬픈 척 폼만 잡고 있을 뿐이다.



<조규백 교수 번역>
소자(蘇子)는 수심에 잠겨/옷깃 바로하고 단정히 앉으며/손님에게 묻기를/"어찌하여 그리도 슬프게 우는가?"//

손님이 말했다/"달 밝아 별 드문데/까막까치는 남쪽으로 날아가네/이는 조조의 싯구가 아닌가?/서쪽으로 하구(夏口)를 바라보고/동쪽으로 무창(武昌)을 바라보니/산천은 서로 얽혀서/짙푸르게 우거졌는데/이는 조조가 주유에게 욕본 곳이 아닌가?/

바야흐로 형주(荊州)를 격파하고/강릉으로 내려와서/강 흐름 따라 동쪽으로 내려올 때/군선(軍船)은 연이어 천리이고/깃발들이 하늘을 가리웠었소/
술을 걸러 강에 임해/긴 창을 가로놓고 시를 읊었으니/진실로 일세의 영웅인데/지금은 어디 가고 없는가?//

하물며 나와 그대는/강가에서 고기잡고 땔나무하며/물고기 새우와 벗하고 고라니 사슴과 친구삼아/일엽편주에 몸을 싣고 표주박 술잔 들어 서로 권하니/하루살이 짧은 인생 천지간에 부쳐두고/끝없는 대해의 한 알 좁쌀인즉/내 삶이 한 순간임을 슬퍼하고/長江 끝없이 흘러감을 부러워한다/

공중을 나는 신선을 옆에 끼고/즐거이 노닐면서/밝은 달을 품에 안고 영원히 살고 싶소/이 일이 쉽사리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아는지라/여음을 쓸쓸한 가을바람에 실었지요

<세째단락 원문>
蘇子愀然,正襟危坐,而問客曰:〞何為其然也?〞

客曰:"‵月明星稀,烏鵲南飛‵,此非曹孟德之詩乎?西望夏口,東望武昌,山川相繆,郁乎蒼蒼,此非孟德困於周郎者乎?方其破荊州,下江陵,順流而東也,舳艫千里,旌旗蔽空,釃酒臨江,橫槊賦詩,困一世之英雄也,而今安在哉?況吾與子漁樵於江渚之上,侶魚蝦而友麋鹿;駕一葉之扁舟,舉匏尊以相屬.寄蜉蝣於天地,渺滄海之一粟.抱明月而長終.知不可乎驟得,托遺響於悲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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