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자(子)에 열리고 땅이 축(丑)에 형성되었다.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의 자리가 인(寅)에 정해졌다.
반고(盤古)가 세상을 열었을 때 이 세계는 네 개의 대륙으로 나누어 졌다. 동승신주(東勝神洲), 서우하주(西牛賀洲), 남섬부주(南贍部洲), 북거노주(北鉅蘆洲)가 그것이다. 동쪽대륙에는 몸이 매우 건장한 사람들이 살고 있어서 승신주(勝神洲)란 이름으로 불렀으며 마음의 평정과 덕을 지닌 사람들이었으며 평균 수명은 250세 였다. 서쪽대륙에는 소들이 많았다. 소를 화폐처럼 쓴다는 뜻으로 서우하주(西牛賀洲)라고 불렀다. 남섬부주(南贍部洲)에는 잠부라는 나무열매가 많았다. 남쪽에 있는 이 대륙에서는 잠부열매가 물 속으로 떨어진다는 의미였다. 북거노주(北鉅蘆洲)는 북울단월이라 불렀는데 사람의 수명이 1천년 이나 되었다.
동승신주의 구대산맥 아래 여덟 개의 성이 있었다. 이 성들 중 하나의 성에서 한 아이가 태어났다. 이 집안은 대대로 유명한 장수가 나와서 용맹을 떨쳤으나 이제는 몰락해서 초라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이 아이의 아버지는 태어날 때부터 약골이어서 농사를 지으면서 가난하게 살아오고 있었다. 이 아이는 태어나서 천지의 진수와 일월의 정화를 감수하며 자랐다. 영롱한 눈빛과 미끈한 몸매로 선인의 자태를 은근히 나타냈다. 조부의 뒤를 이어 훌륭한 장수로 키우겠다는 일념으로 그의 부모는 훌륭한 무예스승을 맞아들이려고 애썼다. 그러나 이 소년이 너무 지혜로워서 금방 스승을 능가하였다. 이러한 영재를 가르칠 능력 있는 스승을 만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성주는 이 소년의 용맹성을 듣고서 명마를 보내었다. 여덟의 성은 쉬지 않고 싸우고 있었으나 우열을 가릴 수가 없었다. 한 성이 지는가 하면 이기고 있었고 이기는가 하면 지고 있었다. 이것은 바로 구궁팔쾌의 형으로 구산이 있고 팔쾌의 위치에 여덟의 성이 있어서 비슷한 조화를 이룸이었다. 서로 전쟁을 하며 기술과 기예가 발전하였다.
이 소년이 봉을 들고서 하늘로 찌르고 땅을 박차며 기예를 닦던 중에 하늘에서 금갑이 떨어졌다. 때는 바야흐로 여름으로 접어들어 녹음이 우거지고 있었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소매로 닦은 후 소년은 하늘에 절하고 이 금갑을 열어보았다. 금갑 속에는 찬연히 금빛을 발하는 하나의 단약이 들어 있었다. 이 소년을 즉시 낼름 삼켜버렸다. 입 속에 들어가자마자 단약은 녹아 흘러서 향기만 남았다. 잠시 나른하더니 소년의 눈에서는 형형한 금빛이 감돌았다. 이때 하늘에서 두 명의 동자가 구름을 타고서 내려왔다. 그리고 근엄한 목소리로 묻는 것이었다.
“그대는 이곳에 떨어진 금갑을 보지 못했는가?”
“보았습니다!”
두 동자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안도하는 듯 하였다.
“그것이 어디에 있는가?”
“하늘이 내리신 것으로 알고 제가 먹었습니다.”
소년의 대답에 두 동자는 한탄하였다.
“우리는 도솔궁에 있는 태상노군의 시동들인데 그만 잘못하여 팔쾌로에서 연단한 단약을 금갑에 넣고 가다가 지상으로 떨어뜨렸다.”
한 동자가 한탄하자 또 다른 동자가 변명을 하였다.
“이곳의 지형을 보니 구궁팔쾌가 팔쾌로의 건,곤,감,간,진,손,리,곤,테의 팔쾌와 서로 상응하니 이는 도에 따름이라 팔쾌금단이 여기로 온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하! 그러나 우리가 정신을 집중하지 않고 인성에 움직여 실수한 것이니 태상노군은 우리를 분명 십팔층 지옥으로 보내 단죄할 것이야!”
“하필 그때에 서왕모의 칠의선녀(七依仙女)가 지날 것이 뭐람.”
두 동자는 서로 외면하고 멍하니 서 있더니 다시 마주 보았다.
“가세 우리가 석동에 숨으면 속세에서는 당할 자가 없으니 가업을 도모하세.”
두 동자는 구름을 타고 남쪽으로 날아가 버렸다.
소년이 잠시 어리둥절하는 사이에 홀연히 서쪽에서 일진 향풍과 함께 구름을 타고서 한 노인이 나타났다. 노인은 소년을 찬찬히 훑어보더니 찬탄하였다.
“과연, 과연 인연이 있어서 태상노군이 천오백년을 연단한 금단환을 먹었구나, 만일 근본이 없으면 천선대도의 구결을 얻어도 소용이 없으련만 이제 금단환을 얻었으니 대선이 탄생하였노라.”
소년은 이 선인의 위엄에 저절로 고개를 숙이었다. 이 선인은 혀를 차더니 더욱 빠른 어조로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나는 검단조사(黔丹祖師)이다. 불생불멸하고 기를 보전하여 공허하고 자연의 이치를 따라 변화하고 진여의 본성을 따라 하늘과 수를 같이하여 겁을 겪은 자이다.”
소년은 황망히 엎드리어 큰절을 하였다.
“부디 가르침을 주소서.”
검단조사는 무극산 토지신을 불렀다. 일진광풍과 함께 토지신이 나타나서 머리를 조아렸다.
“검단조사시여! 마중을 나오지 못하였던 점을 용서하소서.”
“이 구궁팔쾌의 외부를 싸고있는 무극산은 대선을 키우기에 적합하다. 이 소년이 환골탈태하였으니 나의 제자로 삼으려 한다. 너는 주위의 요물들이 대선의 수업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라.”
무극산의 토지신은 연방 머리를 조아리며 알겠다고 대답하였다.
“너는 이규라고 하여라, 너의 근본이 금단환이므로 금이규(金二規)라 하는 것이 좋겠다. 무릇 만사는 음과 양, 선과 악 두 가지 규율에 따라서 움직이니 순리와 역리를 모두 깨쳐서 대선의 길을 가거라 너의 이름에는 이런 뜻이 담겨 있느니라.”
소년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검단조사는 소년을 구름에 태우고 무극산의 꼭대기로 올라갔다. 그리고 소년을 앉히고 떠나기 전에 몇 가지를 이야기하였다.
“너는 본시 나의 제자였다. 대선의 경지에 다다를 즈음해서 순간의 나태함으로 다시 속세의 인간의 태중에 떨어졌도다. 너와 나는 지금까지 많은 생을 살아왔다. 나는 그 모든 생을 기억하지만 너는 기억하지 못하는구나. 지금 너의 위치는 태극의 자리라, 무극에서 태극이 생기고 오행 팔쾌가 생기니 너의 이규는 음과 양의 흐름을 말하니 네가 여기서 도를 깨치면 양과 음이 고르고 세상을 태평하게 하리라. 몸 안에 단약이 있으니 안으로 마음을 살펴 공허함을 깨닫고 몸 안의 일월과 감리를 사귀라. 위로는 정문이 환궁에 이르고 아래로는 용천혈에 이르도록 하라 신수는 두루 흘러 화지에 들어가고 삼화는 이마에 모여 뿌리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하늘과 수를 같이하리라.”
말을 마치고 검단조사는 씩씩하게 몇 걸음 내딛어 불러들인 구름을 타고 서쪽으로 날아올랐다. 금이규는 마음을 편히 하고 앉았다. 무아의 경지에 다다르자 뺨에는 붉은색이 흘러서 잘 익은 복숭아 같았고 머리는 흑단처럼 검어졌다. 천지의 변화에 따라 계절이 바뀌고 날씨가 바뀌어도 금이규의 자세는 바뀌지 않았다. 구산 아래 여덟 성은 이규가 수도하기 시작한 후에 서로 도와서 상생하고 발전하였다.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서 무극산에는 신선이 산다는 소문이 돌았다. 신선이 돌봐서 이 팔성이 번성하고 태평성대를 구가한다는 소문이었다. 무극산 위에는 향풍이 불고 기화요초가 가득하다는 소문이 무성하였다. 천년이 흘렀다. 아무도 감히 무극산에는 오르지 않았다.
여덟 성이 하나로 통합되었고 팔금성 이라고 불렀다. 다시 천년이 흘렀다. 이제 사람들은 무극산의 신선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무극경이라는 최고의 비결을 적은 신비에 싸인 비밀의 책이 무극산 어딘가에 숨겨져 있다는 전설이 떠돌았다.
김순이
2006-08-11 12:35
아, 드디어 풍운이 휘몰아치도다!
강병철 선생님
이 소설은 여름 납량특집입니까?
무림의 고수, 아니 신선의 고수들이 등장하고
알 사람은 알고 모르는 천기누설이 섬광처럼 번쩍이는 이야기 같네요.
작가가 황당무비 5단이면 주인공은 7단, 독자는 9단 쯤 되어야
구색이 맞겠지요? 기대하며 읽으렵니다.
강병철
2006-08-11 16:02
김순이 선생님!
순수문학과는 거리가 있지만 읽을 거리로 한번 써 볼 예정입니다. 우리가 아는 동양의 역사를 선계라는 축으로 이어보려는 시도이고 삶에 대한 나름대로의 재 해석이지만 어느정도 설득력을 갖게 될런지는 모르겠습니다.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최창일
2006-08-11 16:23
어저면 우주에서 우주 전쟁이 일어날런지모르겠네요
삼단롯켓 타고도 못가는 무극산에 나는 한번가보록 노력하겠습니다
9단은안되여도 聖 자만 붙이면 이해가 갈것 같은 데 다소 어려움이 많을것 같읍니다, 필승!
강병철
2006-08-11 17:37
최창일선생님!
문학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듯 하군요.
훌륭한 작품을 많이 읽고 정진하여 좋은 작품 많이 쓰길 빕니다.
풍운선인전은 흥미위주로 쓰는 거니까 가볍게 읽어주십시요.
관심에 감사합니다.
강병철 선생님, 대단한 작품을 구상하여 쓰시는 듯 하군요.
어떤 중국 기록에 보니, 중국에 신선이 몇 십명이 살았다고 하던데
선생님의 작품을 통하여 중국의 선계 사상에 대하여 많이 매울 수 있을 것 같아
무척 기대가 됩니다.
우리 한국에도 3신산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어딘가 좋은 소재가 있겠군요.
아무쪼록 훌륭한 작품 쓰시길 기원하는 바입니다. ^^
강병철
2006-08-13 14:16
최창일선생님!
관심을 갖고 읽어 주니 고맙습니다.
제가 쓰는 글이 감히 중국의 기서에 견줄 수야 있겠습니까.
김태일선생님!
뛰어난 필력을 갖고 있으니 좋은 작품을 많이 쓸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낭중지추[囊中之錐] 라는 말이 뜻 하듯이 빼어난 사람은 꼭 두각을 나타내기 마련입니다. 제대로 된 좋은 평가를 받길 빕니다.
오인자
2006-08-19 15:50
태상노군의 제자(?) 무릎을 베고 누워 듣던 선인들의 이야기, 강병철 선생님께 다시 듣게 되는군요,
그 여름날 제게 무수히 떨어지던 별똥별들의 향연,
기대 되는군요. 음, 태극, 구궁팔쾌...
무릇 도란 무극에서 시작된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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