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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강병철
ㆍ작성일	2006-02-07 (화)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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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분 류	소설

ㆍ추천: 51 ㆍ조회: 1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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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의선(醫仙) 24 -
“얘야, 네가 인연이 있으므로 좋은 것을 가르쳐 주겠다. 조용한 곳에 앉아서 숨을 많이 들이키고 천천히 내 뱉어라. 마음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오직 숨을 따라 가거라.”
두 거지가 선량하게 보였으므로 하선고는 싱긋 웃고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하였다. 하선고는 날이 갈수록 도력이 높아 졌으며 음식이나 물을 전혀 먹거나 마시지 않기 시작하였고 인생사와 길흉화복을 훤히 알게 되었다. 주위의 사람들이 그녀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고 살아있는 신령으로 하선고를 받들기 시작했다.
한 여인이 계속하여 난산을 하다가 사산을 여덟 번이나 하고 하선고에게 도움을 청하였다. 하선고가 도착하니 여인은 고통을 못 이겨서 신음하고 있었다.
“아악, 너무나 고통스럽습니다. 불쌍히 여겨 도움을 주십시오.”
하선고는 자애로운 모습으로 그녀를 측은히 보며 말하였다.
“얘야, 너는 전생에 악한 마음을 갖고 살았으며 성격이 악독하여 일곱 종을 매질하여 죽였느니라. 그들은 죽어가면서 꼭 원수를 갚겠다고 맹세를 하였느니라. 그리하여 그들이 너의 자식으로 와서 죽었으며 이번에는 너의 목숨도 잃을 뻔했는데 내가 구해주겠으니 미망에서 벗어나서 참 도를 추구하며 온정을 베풀면서 살도록 해라.”
하선고가 손을 뻗어 부드럽게 어루만지니 아기를 사산하였는데 그 아기의 등에는 채찍자국이 무수히 나타나 있었다. 산모는 하선고의 도력으로 전생을 떠올렸으며 그 죄를 참회하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
  이러한 소문은 널리 퍼져 측천무후도 하선고의 신기한 능력에 대하여 듣게 되었다. 그녀는 하선고를 장안으로 불러 들였다. 가마를 타고 장안으로 오는 중에 하선고는 사라졌는데 관리들이 하선고가 가마에 들어가는 것은 보았는데 나오는 것은 보지 못했다.

이언수가 팔선에 대하여 김수길에게 이야기를 해 주는 동안에도 간간이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도왔다. 마침내 이언수는 팔선 중에서 마지막으로 조국구에 대하여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조국구는 조후(曺后)의 동생인데 조후(曺后)는 송나라 인종의 계후(繼后)이다. 송나라 영종과 신종 시기에 16년간 황태후와 태황태후(太皇太后)를 지낸 여인이다.”
이언수가 이야기를 시작하자 김수길은 눈을 빤짝이며 귀를 기울였다.

조국구에게 동생이 있었는데 그는 조이(曺二)였다. 조이는 황실과 지위를 이용하여 남의 재산을 뺏고 유부녀를 희롱하였다.
“조이야, 너는 행실을 방자하게 하지 말고 자중해라. 악을 쌓고 남에게 원한을 맺으면 그 응보를 받게 마련이다.”
조국구의 훈계에 조이는 격분하고 간섭을 하지 말라며 외면하였다. 조국구는 피해를 당하는 사람들의 원성을 들으며 수치스러운 기분에 젖어 들었다. 그는 결국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산속으로 들어가서 수도를 하기로 결심하였다.
황후인 조후(曺后)가 죽고 세력이 다하자 조이는 그 간의 잘못으로 사형을 당하고 그의 자손들마저도 처참하게 죽었다.
조국구가 깊은 산속에서 수년간 토납을 살핀 후에 두 사람의 손님을 맞게 되었다. 그들은 종리권과 여동빈이었다. 그들은 조국구가 전심으로 수도하는 것을 가상하게 여기고 있었으므로 가르침을 주려고 온 것이었다. 여동빈이 물었다.
“도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조국구는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르쳤다.
“하늘은 어디에 있는가?”
조국구는 말없이 손가락으로 가슴을 가리켰다. 여동빈은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너는 수도를 할 만하구나.”
종리권과 여동빈은 서로 마주보더니 서로에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흐뭇함을 나타내었다.
이윽고 여동빈이 말하였다.
“유가에서는 내면의 세계를 반성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도가에서는 내면의 세계를 살피는 것을 높이 산다. 석가의 ‘사십이장경’에서도 마음을 한곳에 두면 무슨 일이든 이룰 수 있다고 하였으니 결국 위없는 큰 진리는 하나이 마음 그 전체를 완전히 얻는 것이다.”
조국구가 여동빈에게 물었다.
“전체라는 것은 어떤 것입니까?”
여동빈이 대답하였다.
“마음을 텅 비우면 전체를 얻는다. 하늘의 중심이라는 하나의 구멍이 열려야 하는데 이는 몸속에 있지도 않고 몸밖에 있지도 않다. 이는 마치 색은 그 자체로 비어 있음이고, 비어 있음이 곧 색 자체라는 이치와 같다. 사람이 지혜를 닦고 불리노라면 두 눈 사이에서 눈이 열리는데 이 눈을 천목이라고 한다. 이 눈으로 황금의 꽃을 보고 오래도록 지켜 나가면 저절로 몸 밖의 하늘도 얻게 되는 것이다.”
조국구는 여동빈과 종리권이 전하는 천선대도의 결을 얻어 대선이 되었다.

신선도에 심취하여 호흡과 명상을 연구하던 이언수는 마침내 나름대로 불로장생의 비법을 깨우쳤다. 그는 김수길에게 불로장생의 비법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언수가 김수길에게 불로장생의 비법을 찾아냈다고 말한 후에 이언수에게 큰 변화가 있었다. 그의 얼굴이 점차로 변하기 시작했다. 염소 같던 얼굴이 점차로 준수한 미남형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회춘하여 젊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피부도 투명해지고 혈색은 붉었으며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잠도 거의 자지 않았다. 김수길은 이언수의 배꼽이 없어지고 음식도 거의 먹지 않게 되자 그가 환골탈태(換骨奪胎)했음을 알게 되었다.
어떤 사건이 일어날 때 꼭 전주곡이 울리는 것은 아니다. 운명은 어떠한 징조도 없이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안겨주곤 한다. 그날을 김이규는 결코 잊을 수 없었다. 탑동 바닷가에 부는 바람은 나직하고 향긋하였다. 구르는 것 같은 물결 너머로 불어 가는 부드러운 바람은 차별 없이 모든 사람의 볼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아름다운 바다와 눈부신 여름 해!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이규는 평화스러운 여름날의 한가로움과 편안함을 즐기고 있었다. 6월의 어느 무더운 날 이규는 차를 몰고 바닷가 광장으로 나갔다. 일곱 살 난 그의 아들이 아이스크림을 사러 간다고 하자 천원을 줬다. 한참이 지나도 아들이 돌아오지 않자 이규는 아들을 찾으러 거리로 나갔다. 길가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정말 끔찍한 사고로군요.”
어떤 아주머니가 하는 말을 들었을 때 이규는 불길한 예감에 휩싸였다. 둘러싼 사람들을 헤치고 이규가 다가가 보니 어떤 젊은이가 그의 아들 형기를 품에 안고 아스팔트 위에 엎어져 있었다. 승용차 한 대가 옆에 세워져 있었는데 젊은 여자가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여 머리를 감싸고 주저앉아 있었다. 한 젊은이가  승용차와 부딪히려는 형기를 감싸 안고 넘어지면서 그의 생명을 구하려고 했지만 그는 즉사하였고 형기도 코와 귀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규는 한숨을 쉬었다. 현기증을 느끼면서 가늘게 들리지 않을 것 같은 목소리로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것처럼 ‘죽었구나’를 되뇌었다.
  “내 소중한 아들이 죽었어.”
그가 워낙 정신이 없었지만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왜 피가 하얀색일까?”
다른 사람이 말하였다.
“ 아까는 젊은 사람처럼 보였는데 지금은 늙은 사람 같아 보여.”
형기를 병원으로 옮겼을 때 살아날 가망은 전혀 없어 보였다. 의사가 할아버지 덕에 형기는 목숨을 건졌지만 아마 평생을 병원에서 지내야 할 거라고 이야기했다. 이규는 죽은 듯이 누워있는 형기의 손을 가볍게 쥐고 말했다.
“형기야. 넌 꼭 깨어날 수 있을 거야.”
그는 형기를 구한 젊은이가 누군지 알아보려 했으나 노인이고 손금과 지문이 없는 사람이라고 모두들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하얀색 피가 흘렀는데 나중에 붉은 색으로 변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고 결국 시체가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이규는 그런데 정신을 둘 경황이 아니었다. 하나 뿐인 아들이 죽어 가는 상황이었다. 형기는 일 년쯤 지나서 기적적으로 회복되었다.

김순이

2006-02-08 07:20

빨리빨리 끝내고 어디가젠 헴수강?

강병철

2006-02-08 10:34

앗!
다음 편에 종결하려는 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놀랍군요.
후배를 위하여 후의를 보여주신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김순이 선생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여기까지도 오지 못 했을 겁니다. 저의 최초의 장편소설의 기틀은 잡은 셈이지요. 후일에 좀더 완성도를 높이도록 하겠습니다. 지속적인 관심에 감격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