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다크 엔젤-2
2)
빌레못 동굴은 수십 가닥의 미로처럼 얽혀있었다. 도널드와 이규는 동굴 탐사를 하다가 날이 어두워지자 일단 철수했다. 가볍게 한 잔 하자며 그들은 가까운 술집으로 향했는데 그곳은 ‘초생달’이었다. 술을 한 잔씩 마시고 도널드가 말했다.
“나는 블루북 프로젝트를 담당했었소. 미국은 UFO현상을 연구하는 두 개의 특별위원회, 즉 블루북 위원회(1952)와 콘돈위원회(1966)를 창설했는데, 이는 각각 미 육군과 CIA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소. 이 특별위원회들은 논쟁의 여지가 있는 보고서들을 작성했는데, 그 중 일부 보고서는 그 내용과는 상반되게 UFO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부인하는 것이었소. 이 점에 대해서는 콘돈위원회의 부의장이었던 데이빗 손더스 박사가 자신이 출간한 ‘UFO는 존재한다’라는 제목의 책에서 비판하고 있소. 블루북 위원회는 콘돈보고서가 발표된 후 1966년 미 육군에 의해 해체되었소. 우리들은 인류의 장래를 위하여 일하는 그림자 정부요원들이오. 당신도 그 정부요원이 된 것이오. ”
도널드는 태연히 이야기하였지만 이규는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였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상한 조직의 요원이 되었다는 걸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이상하겠지만 이 단체는 어린이들을 상대로 지능지수검사를 하면서 요원을 선발하여 육성하는 것이오. 그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필요한 훈련을 시키는 거요.”
“무얼 위해서 그런 일을 하는 거지요.”
“인류전체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서요.”
이규의 질문에 도널드는 간단 명료하게 대답했다. 그때 정미화가 들어왔다. 그녀를 보고 도널드는 감탄했다.
“ 참으로 아름다운 여인이요.”
이규는 정미화를 흘낏 쳐다보고는 도널드에게 말하였다.
"도대체 무슨말인지 모르겠군요. 나도 모르게 이상한 조직에 가입되어 요원으로 훈련되고 있었다는 말이요?"
도널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렇소. 영어로 역사란 그의 이야기라고 발음하오. 그것은 이 세상의 시작과 끝은 이미 계획되어진 그의 뜻대로 된다는 말이오. 그의 이야기는 세계 곳곳에 있소. 크게는 우리 우주만물의 흐름 , 작게는 개인의 운명! 우리는 무대 위에서 자신의 배역을 연기하는 배우에 지나지 않는 거요."
이규는 착잡한 기분이었다. 그는 다음날 빌레못동굴에서 만나기로 하고 도널드에게 작별을 고했다. 이규는 길을 걸으며 어린 시절을 떠올려 봤다. 간간이 떠오르는 기억의 편린들은 잘 이어지지 않았다. 그저 고아원에서 자랐다는 것과 적당히 이겨낼 만한 고통과 그저 그런 기쁨. 그러나 그에게 교묘하게 무술과 외국어가 가르쳐졌고 담력과 역경을 헤쳐나가는 의지력 등이 훈련되어져 있다는 걸 느꼈다. 세상에 우연이란 없는 걸까?.
유시호가 소주 한 병을 사들고 개천가에서 마시고 있을 때 한없는 절망감이 밀려왔다. 진심으로 생을 포기하고 싶을 때 그는 이상한 속삭임을 들었다.
“ 죽여버려. 뭐가 무서워서 그래. 끌끌끌.”
유시호는 당황했다. 순간적으로 공포가 밀려왔다. 그러나 곧 그 공포를 비웃었다. 그가 두려워할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절망 외에 남은 거라곤 그에게 없었다.
“누구요 ?”
“나는 귀신, 유령, 도깨비, 헛것, 여러 가지로 불려졌지만 가장 알맞은 표현은 버림받은 천사라 하네. 하늘에서 루시벨의 편을 들지 않았다면 편안히 지내고 있었을 걸.”
유시호는 시꺼멓고 지저분하게 생긴 인간과 비슷한 걸인 같은 존재를 보고 놀랐다. 뭐라 꼭집어 말할 수는 없었지만 인간의 형상을 한 인간이 아닌 존재라는 느낌이 왔다.
“더 이상 네 인생에서 나빠질 것도 없잖아. 나약한 인간의 의지로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 존재는 혼잣말을 하듯이 낮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 자 나를 받아들여라. 우리는 절망하는 인간들의 친구지. 예나 지금이나 이성은 우리의 무기지. 우리는 이성에 호소하지. 자 모든 것을 잊고서 나를 받아들여 너의 그 나약한 의지를 휴지조각처럼 갈기갈기 찢어주마.”
유시호는 그를 받아들였고 그와 함께 하였다. 유시호의 앞에서 파랗고 싸늘한 불덩이가 솟구치더니 터져 내렸다. 유시호는 순간적으로 격정이 솟구쳐 올라오면서 온몸에 넘치는 힘을 느꼈다. 유시호는 소주병을 집어던지고 미친 듯이 탭댄스를 추기 시작하였다.
빌레못동굴 안으로 들어가자 서늘한 냉기가 흘렀다. 이규는 도널드와 함께 기묘한 탐사장비를 갖춘 전문가 팀들과 동행했다. 컴퓨터를 이용하여 동굴지도를 작성하는 팀과 생물탐사팀등 모든 분야에서 철저한 기록을 하고 있었다. 동굴 깊숙이 탐사를 하여 들어가자 여섯 구의 유골을 발견하였다. 외상이 없는 걸로 봐서 미로 같은 동굴에서 아사한 사람들로 추정됐다. 그들은 신석기 유물을 발견했고 벽화를 발견했다. 12km정도쯤 들어간 갈래 굴에서 그들은 광장 같은 공간에 도달했다. 거기에서 그들은 비행접시를 발견했다. 아주 오래된 낡은 우주선에는 흙과 벌레들의 유체들이 쌓여 있었다. 탐사 팀들은 바쁘게 움직였다. 조심조심 이물질을 제거하자 은색의 차가운 금속이 드러났다. 둥근 원형의 출입구로 보이는 장소에는 둥그렇게 말려서 꼬리를 물고 있는 뱀이 양각되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모두들 숨을 죽이고 긴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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