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고향(장편소설)제3회
제목
잃어버린 故鄕 -자전長編小說-(제3회)
<7 >
어머니의 모습도 많이 변해 있었다.그래도 건강한 몸으로 요양원에서 지내시는것도 자식으로써는 감사해야 할일이었다.내가 요양원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어머니는 안내원아주머니의 도움으로 면회실로 모시고 나오시었다.팔십이 넘으신지라 허리도 아프시다 하고 다리도 힘이 없어서 지팡이를 짚고 다니신다고 하시었다.오직 자식들만 위해 살아오신 어머니 그 무엇보다도 이세상에서 가장 소중하신 어머니 한 분이었다.어머니는 용평리에 계실때보다 건강은 원활하신데 그래도 아들이 보고 싶다고 어린 아이처럼 응석을 부리실 때가 많았다.
"아드님이세요."
"응."
"좋으시겠어요.착한 아드님을 두시어서 말이어요."
"효자야.효자라구."
"어머니! 저 혼자 왔어요."
"그래.잘 왔다."
"두분 재미있게 이야기 나누세요."
"고마우이."
"아주머니 고맙습니다."
"이거 어디다 둘까요?"
"무엇인데요."
"어머니가 좋아하시길레 베지밀 한 상자 사왔어요."
"어머! 그러세요. 제가 어머님을 모시고 들어갈 떼 이름 써놓고 갖다 드릴께요."
"고맙습니다."
안내원 아주머니는 내가 건네준 베지밀을 받아 들고 있었고 나는 어머니를 부축하여 면회실에 들어서고 의자에 먼저 앉혀드리고 지팡이를 오른쪽에 놓고 나는 어머니와 마주 보기 위해 앞에 앉아 있었다. 어머니의 머리 숯도 많이 빠져서 온통 주름으로 가득 이시었다.그렇게 곱던 어머니의 얼굴이 많이 늙어 보이시었다.거동은 불편하지만 아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는 언제나 부드러우시었다.어머니와 나는 요양원에 남아서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었다.어머니는 나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 주시었다.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주변 밖에 있는 라일락 향기 꽃을 바라보면서 고향생각도 떠올리기도 하였다.
"어머니!"
"오냐!"
"건강은 어떠세요."
"나야 괜챦다.그래 너의 몸은 성하고..."
"예,어머니."
"며늘아이는 잘 지내고..."
"예,"
"요즈음 먹고 사느냐고 힘들지."
"저야 괜챦습니다만 그래도 어머니의 건강은 더욱 염려가 되는데요."
"그래 보고 싶었다."
"자주 연락을 드리어야 할터인데 미안해요 어머니."
"미안하기는 살다보면 어쩔수가 없지.서로 바쁘면 어떻게 하니."
"허리는 괜챦으세요."
"허리가 예전 같지가 않구나 앉으면 괜챦은데 일어서서 걷기만하면 허리가 아파서 못견디겠구나."
"예전에 모정리에 있을 때 경운기 타고 일 나가시다가 마을 앞 개천으로 경운기가 추락하는 바람에 허리를 다치신 이유로부터 후유증이 생기셨쟎아요."
"그러게 말이다."
가끔 어머니와 만나면 돌아가지 못할 고향이야기를 꺼내놓는다. 물속에 잠겨버린 고향을 생각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만은 그래도 어머니는 한시도 모정리를 잊지 않는 법은 없었다.매일 들판에 나가 일을 하시고 밤 늦도록 밭일을 하시다가 돌아오시는 어머니. 그래도 아버지가 살아계실적에는 무척 행복하고 단란한 가정이었다. 어머니는 아버지로 17살 때 시집을 와서 한 번도 친정에 가보지 못했고 아버지와 살면서 할머니로부터 시집살이를 무척 심하시었다고 하시었다. 아버지는 어머니와 만나서 신혼의 첫날을 보내시고 1달만에 큰아버지와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시었고 만주로 망명을 가시었는데 그 때는 징용시대라 징용을 피하기 위하여 만주까지 가시었다고 한다. 어머니는 만주에 계신 아버지를 무척 그리워 하시고 시댁에서 호된 시집살이를 하면서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생각을 많이 하시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모정리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어서 모정리 이야기만 나오면 눈물이 번지고 있었다. 이제 우리 5남매를 키워 오신 어머니이제 편안하게 사실때 되었다고 하였다.원래는 12남매인데 12남매중 7남매가 저 세상으로 떠났고 나머지 우리 오남매만 살아 남아있었다. 오남매중 나는 외아들이고 이름을 병수라 칭하였다
아버지가 붙여준 이름"병수"라는 존재는 이미 동네에서 알려져 있고 중학시절부터 여태까지 문수라 불리워졌다.가명은 병수이지만 현재 부르는 이름은 "문수"라고 부른다.그래서 가끔 요양원에 들리면 병수라고 부르지 문수라고 부르지 않았다.
"식사는 잘 하시고요."
"응!"
"어머니가 건강하셔야 저희들도 마음이 놓이쟎아요."
"고맙다."
"동생들로부터 전화는 자주 오세요."
"요즈음 저그들도 힘들다보니 전화가 없구나."
"시골에 계신 누나나 이모도 자주 다녀가시었나요."
"그래.오늘은 너를 만나서 매우 기쁘구나."
"마땅히 뵈어야지요.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어머니이신데...이번 달에 어머니의 가슴에 카네이션이라도 달아드리고 싶은데 오늘은 바빠서 그냥왔네요."
"괜챦다.니 몸만 건강하면야 이 매미로써는 한시 부러울거 없다."
"그래,너의 아들놈은 괜챦구."
"예,아들은 군에 입대 했어요."
"언제...."
"올 1월에 입대하였어요.처음에는 전주 35사단에서 8주 훈련을 받고 남양주시로 입대 하였어요.지난번에 아들한테 다녀왔어요.면회하러..."
"지금 아들의 나이가 어떻게 되니?"
"스무살인데요."
"그래 귀가 아프다니....괜챦으냐."
"예,지금은 많이 좋아지었어요.어머니.어머니의 덕분에 사랑하는 손자 잘 지내고 있어요."
"요즈음 회사 잘 나가고...."
"네."
"며늘아이는 집에서 노니?"
"아닙니다.지금 돈벌이는 하고 있을겁니다."
"그래.세상은 혼자 돈을 벌어서는 안되 두사람이 같이 돈을 벌어야지."
"용돈 못드리어서 미안합니다. 제가 용돈이라도 드려서 편안해드리고 싶은데 마음 뿐입니다."
"괜챦다.네 걱정은 말고 너의 앞날이나 걱정이나 혀.앞으로 군에서 제대하면 대학을 가르치어야
할텐데 책임이 무겁구나. 이 늙은이가 다소 돈이라도 보태어 주었으면 마음이 편한디 말이여."
"어머니 제가 무얼 바라겠습니까 이렇게 낳아주시는 일도 늘 고마운 일인데요."
그렇다. 어머니는 언제나 나에게는 희망이었고 든든하며 늘 사랑을 주시는 어머니를 가장 존중하게 여기실분이다.어머니가 안 계시면 나 또한 나라는 존재가 있을 가치가 없다.장남으로써 책임감이 무거워질 때가 많고 어머니의 늘 안부가 걱정 될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생전에 살아계실 때 어머니의 얼굴을 자주 보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 많아 너무 안타깝고 가슴이 아플 때가 많았다. 어머니가 아프시다면 늘 마음이 불안하고 걱정이 되며 잠못 이룰 때가 많았다.어머니는 농촌일로 많은 피로와 그리고 스트레스로 인하여 시달림을 받아 오시었다.아버지 살아계실 때 묵묵히 아버지의 병 간호를 담당하시면서도 가족에 대한 정과 끈을 놓지 않으시었다. 답답하고 외로울 때는 언제나 두분은 행복하시었는데...이제 아버지를 저 하늘나라로 보내시고 난 뒤에 어머니는 늘 홀로 살아오시었고 요양원에 살면서도 자식들에 대한 걱정은 떠나지 아니 하였다.내가 모정리 이야기를 꺼내놓으면 어머니는 귀신이야기도 들려주시고 즐거웠던 일 괴로웠던 일 그리고 시집살이에 대한 이야기를 다 털어 놓으시었다.늙으면 도로 아이가 된다는 말이 있다는데 어머니는 그렇지 않으시었다.그러면서 어머니는 가난했던 시절이며 전쟁으로 인하여 구사일생으로 살아오시었던 과거의 이야기를 털어 놓기도 하시었다.아버지는 또한 일본 히로시마와 토오쿄오와 오사카로 돌아다니시면서 탄광에 들어가시더니 허리를 다치신 모양이었다.그래서 돌아가시기 전 까지 허리가 좋지 않으시었고 위가 좋지 않으시어서 늘 노루모산이라는 솨제를 드시면서 살아오시기도 하였다.나의 아버지는 언제나 인정이 많으시었고 김씨 집안 대대로 살아오시면서 현제간의 우애가 깊으시었다. 아버지와 큰아버지 작은 아버지 3형제는 무엇보다도 친분이 두터운 분이시었다.아버지와 큰 아버지는 일본과 만주로 돌아다니시면서 망국의 설어움을 달래이시었고 해방을 맞이하던 해 평양에서 살다가 38선을 넘어 현재 모정리로 이사 오시어서 살게 된 것이다.가족의 만남 만약 해방이 되어 평양에서 살으시었다면 어머니를 만나지 못하고 6.25라는 전쟁때문에 이남으로 넘어 오시지 못할 것이다.6.25사변이 터지기전에 큰아버지와 아버지는 이 남으로 내려오시었고 작은 아버지는 경찰로 발령받아 지리산에서 근무를 하고 계시었다.6.25사변이 일어나자 작은 아버지는 빨치산 토벌 작전중 지리산 기슭에서 총알을 다리에 맞고 부상을 당하시었는데 지금까지도 후유증이 있으시다고 하였다.지금은 작은 아버지는 국가 유공자로 살아오신 분이기에 나는 작은 아버지로부터 전쟁의 참혹함을 들을 수가 있었다.우리들의 세대는 전쟁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작은 아버지와 아버지 큰 아버지는 전쟁통에 구사일생으로 살아오시었기에 전쟁의 참혹함을 알아 계시었다.그래서 가끔 아버지로부터 어머니로부터 전쟁이야기를 듣고 살아왔다. 어머니도 전쟁의 격동기를 겪어 오시기 때문에 전쟁의 이야기도 자주 들리어 주시었다.나는 전쟁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어머니의 세대는 전쟁의 참혹상을 잘 알고 계시었다.
<8>
"병수야!바쁜데 가보아라."
"벌써요."
"해지기전에 서둘지 말고...."
"아직 시간이 충분한데요."
"그래."
"내가 알아서 시간되면 나갈께요."
"너무 오래 앉아 있는것도 너는 부담이 될터인데..."
"너무 염려마세요."
요양원안에는 많은 노인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가끔 호스피스직원들이 오고 가고 가끔 원장과 의사와 간호원들도 눈에 뜨였다.자원 봉사자의 손길이 무척 큰 진안요양원의 보살핌이 있기에 노인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잘 지내고 있었다. 먹을 음식도 잘 나오고 옷도 잘 나오고 정부에서 모든 것을 다 부담하는 모양이었다.가끔 진안군수님께서도 요양원에 자주 들릭신다고 하는데 얼마나 고마운일인지 모르는 일이었다.
"얘.병수야.지난번에는 군수님께서 우리 요양원에 다녀가시었단다."
"그래요."
"후한 경로잔치도 열어주고 말이시."
"이번에는 여행은 다녀오시지 않았어요."
"여행."
"네."
"지난5월8일날 연장리에 있는 놀이동산에 다녀왔지."
"그래요.모처럼 시원한 공기 마시니 건강에도 좋으시겠어요."
"누나한테는 전화 한통이라도 해줘라."
"갈때쯤 전화넣어드릴려고요."
"......"
"......."
시간이 되었다. 이제 어머니와 긴 이야기를 나누고 보니 시간이 많이 흘러갔다.짧은 만남이지만 그래도 어머니를 만날수 있게 되니 더욱 마음이 홀가분하고 가벼워지었다.어머니는 이제 더 이상 자리에 앉아 있기가 불편한 모양이었다. 허리 틍증만 아니어도 괜챦은데 늘 자식의 마음으로써는 마음이 아프지 않을 수가 없었다.요양원에 나설 때 어머니의 건강이 늘 염려스러웠고 걱정이 떠나지 않았다.
"어이 가봐."
"어머니,다음에 꼭 들릴께요."
"오냐."
"제가 모셔다 드릴께요."
"괜챦다."
어머니는 사랑하는 아들이 요양원에서 나갈 때까지 사랑의 눈빛으로 지켜보고 계시었다.허리의 틍증을 참기 어려우신 모양을 보니 아들된 도리로써는 마음이 아팠다.마음 같으면 어머니를 모시고 싶지만 어머니는 자식의 신세를 짖지 않으시려고 하였다.아들이 떠나는 모습을 보고 어머니 역시 마음이 아픈고로 눈물을 흘리시고 손수 눈물을 닦으시었다.떨어지지 않는 발길이었다.다시 삶터로 돌아가는 길이 무거울줄이야.....요양원 밖을 나오면서 호스피스직원들에게 인사를 나누고 경비실 아저씨들에게 인사를 나누고 요양원밖을 나왔다. 햇살이 뜨겁다.아직은 모든 경치가 초록의 색깔로 바꾸어가고 있었다. 마이산으로 들어가는 입구 도로와 그리고 그 위로 놓여진 다리는 고속도로이다.익산과 장수로 잇는 고속도로 차선에는 많은 차량들이 지나가고 있었다.마이산이 나를 지켜보는듯한 심정이었다.여기저기 펼쳐진 인삼밭들이 고개를 내밀면서 환영를 하듯이 반가워하고 있었다. 산새들이 도로위의 가로수아래에 내려 앉아서 지저귀고 있었다.푸르른 산맥들이 병풍으로 울러 쌓인 것처럼 한 폭의 그림으로 되어 돌아오는 듯 하였다.운무가 끼인 마이산은 아침이 되어서야 걷히기 시작하였고 봄 치고는 약간 무더워 보였다.나는 요양원에 나오면서 잠시 호주머니에 있는 헨드폰을 꺼내어 작은집에 전화를 넣어 드리었더니 작은 어머니께서 전화를 받으시었다. 헨드폰의 발신음이 울리고 나서야 작은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을 수가 있었다.
<여보세요!>
<누구세요!>
<저요.병수라고요.>
<병수냐.>
<네.>
<그래 진안에 왔니?>
<네 잠시 어머니를 뵙기 위해 요양원에 들리었다가 전주로 가는 길이예요.>
<그래!>
<그동안 전화드리지 못해서 죄송해요.>
<죄송하긴...>
<다음에 들릴께요.>
<그래라.>
<작은아버지의 건강은 어떠신가요?>
<여전하지.>
<건강하시어야 할텐데....>
<그래 너 혼자 왔냐.>
<예.>
<며느리는?>
<요즈음 감기 때문에 저 혼자 왔어요.>
<그래었구나.아들은 어떠니.>
<괜챦아요.>
<지난번에는 귀가 아프다고 하는데....>
<많이 좋아지고 있어요.작은 어머니.그리구 작은 아버지께 안부 전해주세요. 그냥 못뵙고 간다고 말이예요.>
<그래! 알았다.몸건강히 지내고 우리는 걱정 안해도 된단다.>
작은집에 안부전화로 넣어 드리니 당분간 마음이 안정 되었다.진안도 많이 변해 있었다. 전주와 무주사이에 4차선 국도가 뚫리고 익산과 장수간에 고속도로가 나면서 교통수단은 빨라지었다.고속도로가 나고 댐이 생기고 또한 관광지로 개발 되면서 마이산이나 운장산과 운일암과 반일암같은 계곡을 많이 찾아 다니는 관광객들의 수도 많이 늘어갔다.신비의 마이산 그리고 바람에 쓰러지지 않는 탑사의 입구와 은수사와 금당사라는 절이 있어서 4계절 마다 하지 않고 전국에서 찾아오는 여행객들의 수가 많았다.심지어는 외국관광객들로도 붐비었다.마이산에 대하여 알고 싶은 사람들도 많아지고 그리고 마이산의 명물인 인삼이나 버섯들도 유명해졌다.많은 숙박 업소가 생기는가 하면 계곡마다 산장마다 모텔들이 들어서고 용담호 주변에는 도로가 많이 생기고 다리도 많아지었다. 크고 작은 부락들은 산으로 둘러 쌓여 천혜의 성지로 불리워질 만큼 산수가 화려하다.아침 저녁으로 피어오르는 운무와 운해 진안과 안천으로 이어지는 길은 무주로 연결되고 또 다른 쪽은 충남 금산과 대전으로 이어지는 국도가 실날처럼 뻗어 있었다.진안 방면에서 읍내를 빠져나가면 운장산이 자리 잡은 정천면 소재지가 나온다.댐 수몰이후에는 많은 고향사람들이 살았던 흔적들을 알 수가 있는데 이제는 댐 수몰이후에는 모든 것들이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언제라도 가보고 싶은 모정리. 산 자락밑에 옹기종기 모인 부락들 옛 추억들이 되살아난다.정천면 소재지에서 고개 넘어가면 모정리가 나온다.지금은 이제 수몰이 되어 흔적을찾을 수가 없지만 많이 변했다.내가 살던 산골마을은 어디쯤인지 알 수가 없었다.현재 누나가 사는 지역은 상전면 용평리이지만 그 당시만하여도 모정리에서 살아왔었다. 모정리의 흔적 이제는 저 호수밑으로 가라 앉았으니 찾아 볼 수 없는 문제로고,....이제는 꿈으로 그려지는 과거의 그림속으로 파묻힌게 아닌가.실향민들이 애끓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고향을 지키던 고향 사람들은 이제 옛 사람이 되고 소식조차도 없으니 세월은 알고 보면 무심하다.고향 산천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고향냇가에서 피래미를 잡고 붕어도 잡고 낚시를 즐기고 피서를 즐기던일들이 마구 떠오르기도 하였다.병풍처럼 둘러쌓인 산이며 기름진 옥토로 이어지는 논과 밭들 사이로 인삼재배가 한창이던 모정리의 마을 그 애틋한 사연이 묻어나오고 있었다.고향을 떠나오지도 몇해든가? 그래도 전주와 진안을 오고 가면서 고향의 정을 잠시라도 잊지 못하였다.아버지의 정이 묻어 있고 어머니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고향의 정.그 정이 이제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과거로 변하고 말았다.
이번에는 누나한테 전화를 걸고 싶어서 우연히도 헨드폰을 꺼내들었다.아까 전화를 한 것은 진안읍내에 있는 작은집에 전화를 넣어 드리었고 이번에는 용평에 있는누나에게 전화를 넣어 주었다.한참동안 발신음이 들리더니 누나가 전화를 받았다.
<누구세요.>
<누나! 저예요.병수.>
<어제도 전화하더니 오늘도 전화하는구나.>
<네,>
<그래.어머니한테 들리구.>
<네,방금 어머니한테 들리고 전주로 올라가는 길이예요.>
<.....>
<.....>
<그래!잘했다.>
<매형은 잘 지내고 계세요.>
<오냐.!>
<다음에 시골에 들릴께요.>
<그래라.>
<이모한테도 안부전하고요.>
<응.>
<9>
전주로 돌아오면서 진안 버스 간이 정류장에서 버스를 한참이나 기다리고 있었다.요양원에서 나왔을 때는 4시10분차인데 이미 차가 떠난 뒤였다.나는 전주로 가는 차비를 마련하기 위하여 다음 시간을 기다리었다.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간이 정류장에서 승차권을 구입하기 위하여 만원짜리 지페를 꺼내어 승차권을 구입하였다
"아저씨!"
"네."
"전주 가는 버스 막 떠났지요."
"네.막 출발했는데요."
"다음 버스는 몇시에 있나요?"
"4시40분에 있습니다."
"한참 기다려야 하나요."
"바로 올겁니다.조금만 일찍 나오시었더라면 탈번 했는데..."
"괜챦아요."
승차권을 구입할 수가 있어서 다행이었다.전주로 가는 일행은 별로 없었다.젊은 청소년들은 야영을 즐기는지 많은 짐들을 챙기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아마 방향은 마령쪽이었다.저희들끼리 수군수군대고 있었다.대부분 17세나 18세쯤 들어보이는 젊은 학생들이었다.헨드폰으로 문자를 보내고 있었고 다들 분주한 모양이었다. 어떤 아이는 택시를 타고 가자고 하고 또 어떤 아이는 버스를 타고 가자고 조르는 모양이었다.오후햇살은 여전히 따스하였다,저너머로 고향이 있는데 가보고 싶지만 마음뿐이었다.고향이 눈앞에 있는데도 가지 못하는 실향의 마음 어찌 나뿐일까? 공용터미널까지 걸어가려면 시간도 많이 걸리어서 차라리 임시버스 주차정류소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정류소 맞은 편에는 식당이 자리잡고 정류소 북쪽으로는 인삼조합과 마트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임실과 관촌으로 향하는 도로와 전주와 맞닿는 도로이며 용담이나 금산으로 가는 길이 뚫리어 사거리로 변해 있었다. 버스를 타면 내 고향 모정리에 갈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마저 들기도 하였다.모정리에 들리면 고향 사람이라도 만날터이지만 그렇지 못하였다.고향을 지키면서 농사짓는 사람은 없지만 그래도 모텔을 지어 식당을 운영하여 가는 손님 오는 손님 맞이 하건만.....
저 파라다이스처럼 펼쳐진 용담호의 호수가 마치 그림이 되어 번져오는 것 같았다.20년이 넘게 살아온 고향 산천이건만 가지 못하는 한이 맺혀 있었다.구름을 타고서라도 바람을 타고서라도 당장이라도 모정리로 가고 싶었다.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갈 수 있는 곳이련만...아쉽다.이제 이야기는 20년전의 과거로 되돌아가련다.20년전에 살았을 때와 현재의 모습은 많이 달라져 보였다.얼마나 변했을까 나는 익산에서 모정리로 오는 버스를 타고 있었다.마침 중학교 때 사귀던 친구도 고향을 찾아 귀향길에 나서는 모양이었다. 그당시만해도 모정리는 아스팥트 국도가 나 있었다.모정리는 유래가 깊은 마을이었다.유래가 깊으면서도 마을은 다음과 같다.모곡,장음,망덕,여의곡,두곡,신앙촌<신촌>이렇게 모여서 마을을 이루었는데 모정리라는 부락으로 형성하게 되었다.각 부락마다 각 촌장들이 있었다.우리 모정리 마을중에 가장 이름난 곳은 여의곡이란 마을이 있었는데 약200년전쯤 김씨부족이 정착해 살아왔는데 마을 이름을 如意谷(여의곡)또는 如意室(여의실)이라 불렀다.여의실이란 이름은 부적합하다 하여 마을 사람들은 계곡이 많다 하여 여의곡으로 부르게 되었다.행전 구역상으로는 전북 용담군 일남면 두산리로 되어 있으나 일정때부터 해방기간을 거쳐 용담군을 폐지하여 진안군으로 편입 되었는데 이때 정천면으로 바뀌면서 모정리로 되었다.언제나 기름지고 살찐 옥토를 가지고 있으니 마을 이름 역시 잘 알려진 마을이었다.여의곡 마을은 당시만해도 70가구가 모여 사는 촌락이요 음지와 양지로 구별 되어 있었다,마을 중앙에는 개천이 흐르고 개천을 따라 가다 보면 금강이 흐르는 곳에 이르게 된다. 상전면에서 흐르는 물과 정천면에서 흐르는 물은 금강의 발원지라 할 수 있겠다.마을 앞산이며 뒷산이 자리 잡고 농사는 인삼과 쌀 농사였다.사계절마다 다르는 마을의 전원 풍경이며 또한 하얀 설경으로 이어지는 겨울의 풍경은 더욱 한 폭의 수묵화로 바꿔놓을 만큼 아름다운 마을이었다.두곡 마을은 용담군으로 있을 때 현 소재지의 터로 남아 있다고 말한다.두곡은 여의곡 마을 북쪽에 위치하고 있고 교통도 좋은 곳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마을들이 용담댐의 수몰로 인하여 그 자취마저 사라지고 말았다. 어릴적 다니던 모정국민학교(초등학교)도 이미 폐지가 되면서 없어지고 말았다.나의 보금자리인 고향집과 그리고 놀이터인 강이며 숲들도 마을 뒷산도 이제는 추억의 물속으로 가라안고 말았다.1977년 어느 여름날인가 나는 우연히도 용담중학교에 1학년때 만났던 친구를 기억할 수가 있었다.그때는 막바지 공사가 이루어지는 때라 여름 휴가겸해서 회사에서 내주는 휴일로 인하여 나도 고향 모정리에 들리었다, 그 친구는 서울에 이사 한 뒤로 소식이 없다가 우연히도 휴가철에 그를 만났다.아내와 결혼한지 7년만에 귀향이었을까 우리 아들은 7살의 어린 나이였다.
마침 모정리로 향하는 도중에 이렇게 친한 고향 친구를 만날줄이야
"야, 이게 누구야."
"누구긴 누구야.문수지."
"많이 변했다. 너."
"너, 지금 어디에 있었니?"
"나 서울."
"너 여태껏 소식도 없었쟎아."
"미안허구. 그동안 연락도 못해서..."
"미안하긴 친구사인데 뭐가 미안해.앞으로 자주 연락좀 하고..."
"근데, 너 어쩐일로 여기서 만나지."
"나.모정리에 들리는중이야."
"뭐, 모정리."
"그래.너는 용담면 월계리이지."
"그래.무슨일로 서울에서 내려오냐."
"나 오늘부터 시골에서 농사 짓기로 했어."
"뭐,농사를 ...."
"인삼 농사이든 벼 농사이든 뭐든지 지고 살거야."
"녀석 많이 변했구나."
"너도 변했네,지금 거주하고 있는 곳이 이리(지금의 익산)라고 했지."
"그래!"
"느그 아들도 많이 컸네."
"이제 7살이야."
"그럼 초등학교 들어갈 나이가 되었네.그동안 너의 결혼식때 못와서 미안하다.봉투라도 주어야 도리인데...."
"괜챦아,나도 니 결혼씩 때 자주 못갔쟎아."
"니 아들 이름이 뭐지."
"모세."
"좋은 이름이다.내 딸 이름은 나리 신나리."
"크 재미 있는 이름인데,,,,,"
모처럼 중학교 동창을 만났으니 얼마나 기쁜 일인가 싶었다,차창밖으로 펼쳐지는 산천의 모습들은 여전하엿다.내가 태어날때나 이렇게 성장해서 휴가를 맞이하여 시골로 내려오는 순간마다
고향의 정이 묻어났다.서로 버스안에서 서로의 자기 아내를 소개 시켜주고 아들이나 딸 이름도 소개 시켜 주면서 주변의 풍경들을 감상하고 있었다.우연히도 이 친구를 만난것은 정천면 면소재지에서 만난 이후로부터였다. 나는 진안읍에서 모정리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고 이 친구 역시 서울에서 내려오다가 같이 정천면 사무소 에서 만난것이었다.오랫만에 만난 친구라 그저 반갑고 고향 친구라 만나서인지 늘 반가운 모습이었다, 그것도 같은 차안에서 말이다. 나는 모정리로 향하고 있었고 그 친구는 용담면 월계리로 향하고 있었다. 도시 물이 지겨운 모양인지라 가족을 데리고 그는 고향에 내려와서 농사를 짓겠다고 나섰다.그는 시인이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여 문예반에서 활동하다가 우연히도 대전에 있는 호서 문학회원으로 가입하여 활동을 하였고 전북문인협회 회원으로 가입하여 많은 문학의 꽃을 피우고 있었다. 대단한 녀석이었다.
그는 동양라디오 연속극인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을 하였고 전북문인 협회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호남의 출신으로 그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고 중학교를 나와 나랑 인연을 맺게 된 것도 사실이었다 나는 단지 소설가의 꿈으로 지향하고 있었고 그는 시인으로써 시를 많이 써오던 사람이었다.나와 단짝이던 친구 그의 이름은 신 제화 가명은 대승이라 불렀다.내가 소설가로 길을 걷고 있을 때 나의 작품도 많이 보아 주었고 소설보다 시가 쉽지 않느냐는 반문에 너도 소설보다는 시를 쓰는게 어떻느냐고 나에게 질문을 던져오기도 하엿다.같은 고향의 문우로써의 격려 나에게는 절실하였고 나는 가끔 틈이 나는대로 시를 써 보았지만 그의 수준에 비해서는 약해 보였고 내 시가 하나의 낙서로 보이었다. 나는 시를 포기 하고 싶었지만 그의 도움과 지도와 격려와 아낌없는 사랑의 덕분으로 오늘날의 詩人(시인)으로 잉태하였다.
"왜? 도시가 싫어졌니?"
"그래!나도 서울에서 오래 살아보았지만 고향 같이 좋은게 없더라."
"맞어 고향같이 좋은게 어디 있냐.하지만 요즈음 용담댐 막는다고 난리가 아니던데..."
"뭐.용담댐."
"응."
"또 지랄들 하네.요즈음 정부는 무엇 때문에 수억의 돈을 들여가면서도 댐을 막아야 하는지...모르겠네."
"그러니, 무엇하러 시골에 내려와.어차피 고향을 등지고 떠날바에 시골에 내려오니? 그래도 서울에서 자리를 잡았으면 서울에서 머물지 않고...."
"그래 니말이 맞아. 그래도 모처럼 고향을 지키려고 내려왔는데 댐을 막을 때까지는 우선 먹고 살아야지.당분간 농사라도 지으면서...아니면 하우스를 만들어 꽃이라도 심어볼까?"
"너는 계속 익산에 머물거니?"
"응,그래.이제 댐 막으면 이곳에 오고 싶어도 못 오쟎아."
어쩌다가 댐 이야기가 나왔는지 모를 일이었다.댐 공사한다는 소식이 들려오기 때문에 사람들은 다들 불안하고 있었다,그러나 서울에서 내려온 고향 친구는 고향이 댐수몰로 인하여 물에 잠긴다는 소식을 모르고 있었다.그러나 나를 통하여 댐 소식이 전해지자 그도 생각을 달리 할 수 밖에 없었다. 그의 아내도 이뻤지만 나의 아내도 누구 못지 않게 이뻤다.고향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여러번 고향에 들리기도 하였지만 이번에 제화를 만나고 나서는 처음이었다.휴가를 얻어 고향에 내려오니 모든 스트레스가 풀어지는 것 처럼 느껴지었다.
"너,아직도 소설을 쓰니?"
"글쎄."
"너 글을 쓰고 있다던데,,,,"
"글은 쓰기는 하지만 일기밖에 더 있냐."
"신춘 문예에 내 봐."
"다 쓸데 없는 소리.나같은 무식쟁이가 무슨 소설을 쓰겠다고 그러고 보면 소설이 시보다 어려운것은 사실이야."
"그럼 시를 쓰던가?"
"시를 쓰면 도와 줄래."
"그럴수도 있어 니가 모은 시도 있을게 아니야.그러니 한번 언제 보여주라구."
"엉뚱한 소리 하네."
나는 그 친구에게 핀잔을 주었다,무슨 작가가 되기라도 되는 것처럼 신춘문예에 싣려보라고 하던 친구녀석이기에 나는 그냥 웃어 넘길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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